[CFO 워치]쌍용차, '긴박' 실적발표…한계기업 처지 때문?6일 오후 기습 이사회 개최, IR 참여 저조…금융위기 후 최대 손실, 부채비율 최고치
김경태 기자공개 2020-02-10 07:56:12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7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차가 우여곡절 끝에 작년 연간 잠정실적에 대한 발표를 마무리했다. 애초 정했던 일정을 수차례 바꾸면서 엇박자를 내다가 이사회를 열고 실적 공시를 결정했다. 기업설명회의 주된 참여자인 애널리스트들에게도 갑작스럽게 일정을 전달하면서 참여하지 못한 인원들도 있었다.이처럼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인 데는 실적과 재무가 크게 악화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연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대다. 부채비율 역시 11년만에 400%를 웃돌면서 재무안정성이 크게 흔들렸다.
◇엇박자 이사회 탓 실적 공표 지연…6일 기습 결정, 애널리스트 호응도 낮아
쌍용차는 2019년 잠정실적 공시를 준비하면서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올해 1월 31일에 작년 연간 실적을 이달 3일에 밝히겠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정정공시를 내고 3일에 실적 발표 시간을 오후 4시반에서 오후 3시반으로 바꿨다. 그 후 실적을 공개하기로 한 당일에 또 정정공시를 내고 이달 4일에 실적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어 4일에도 정정공시를 하면서 실적 발표를 다른 날로 연기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추후 이사회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재공시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쌍용차는 실적 예고공시를 다시 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에 갑작스럽게 작년 실적을 바로 공시했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어제(6일) 늦은 오후에 이사회를 열었다. 사외이사 4명 중에서는 1명이 불참했지만 그대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또 이사회가 끝난 뒤에는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7일 오전 9시반에 컨퍼런스콜을 열겠다고 밝혔다.
쌍용차 관계자는 "사외이사 중 어느 이사가 불참했는지는 밝히기 어렵다"며 "어제 이사회를 연 뒤 이날 내에 공시해야 하는 규정이 있어 바로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가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탓에 컨퍼런스콜은 그다지 호응을 받지 못했다. 실제 한 애널리스트는 "다른 세미나 일정으로 인해 불참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증권사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휴가로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속 일정이 변경되면서 주요 참여자인 애널리스트들의 피로감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실적을 밝히려 했던 4일에는 현대차가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제네시스 GV80과 그랜저 시승 행사를 하는 날이기도 했다. 어렵게 IR 행사를 열었지만 그다지 반응은 좋지 않았던 셈이다.
이번에 쌍용차가 의사결정을 여러번 번복한 이유는 이사회 개최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연간 실적 발표라는 중요한 연례행사를 담당하는 재무라인과 IR부서에서 이사회, 경영진, 마힌드라 측과 협의를 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와수데브 툼베 CFO를 비롯한 재무라인과 IR부서에서 조금 더 신중한 공시를 하고, 애널리스트들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이렇게까지 허둥지둥하는 행보를 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어닝 쇼크' 한계기업 처지 전락, 부채비율 2배가량 '급등'
쌍용차의 최대주주인 마힌드라로서는 현재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내려 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전략적인 행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에 엇박자를 내면서 전략 운용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리고 마힌드라가 냉정을 잃게 된 데는 급격한 실적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작년 연결 매출은 3조6238억원으로 2018년보다 2.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819억원, 당기순손실은 3413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4배, 5배 이상 급증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모두 3년연속이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어닝 쇼크'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배율(비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부실업체를 뜻한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마힌드라 체제에서 부활을 꿈꿨지만 다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셈이다.
쌍용차는 손실이 난 배경에 대해 △배기가스 규제 강화에 따른 원가 상승 △판매경쟁 심화에 따른 영업비용 증가 △신차 출시로 인한 감가상각비 증가 △유형자산 손상차손 반영을 꼽았다.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면서 재무안정성도 크게 흔들렸다. 쌍용차는 마힌드라를 새 최대주주로 맞이하던 때는 재무안정성을 개선했었다. 2011년 말에는 98.0%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그 뒤 2016년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전년보다 상승을 기록했다. 2018년 말에는 218.1%를 나타냈다. 작년 3분기 말에는 285.5%까지 오르면서 불안해졌다. 작년 4분기에도 대규모 손실을 인식한 탓에 400.9%까지 치솟았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200%를 넘을 때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판단한다. 400%를 넘을 때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쌍용차는 실적뿐 아니라 재무안정성 지표로 봐도 한계기업에 처하게 된 셈이다. 이처럼 실적과 재무가 크게 악화한 탓에 KDB산업은행에 손을 벌리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칫 잘못하면 주인도 아닌 KDB산업은행이 부실한 기업에 지원을 계속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KDB산업은행에서 지원 방안에 관해서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 연말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경영쇄신 방안을 마련하는 등 선제적인 자구 노력에 노사가 함께하며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판매 목표 달성은 물론 근본적인 체질 개선 작업과 미래 대응을 위한 글로벌 협력방안의 가시화 등 경쟁력 제고 방안에도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김경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현신균 LG CNS 사장 승진, 'IPO 완수' 중책
- [2024 이사회 평가]'호황 수혜' 일진전기, 부진 속 희망 '경영성과'
- [2024 이사회 평가]'행동주의 타깃' DB하이텍, 선방 항목 수두룩
- LG전자, 달라진 인사코드 '최소 승진·대폭 재편'
- '침묵 길어진' 이재용 회장, 최후진술에 쏠린 눈
- [조주완의 밸류업 승부수]기업가치 상승 키워드 '신사업·주주환원·인도'
- [조주완의 밸류업 승부수]저평가 극복 시급한데…'EV 캐즘·중국 LCD 공습' 고심
- 물적분할·유증 넘치는 국장, 삼성전자가 보여준 '격'
- [Company Watch]'M&A 대어' HPSP, 호실적·고객사 다변화 잰걸음
- '삼성전자 이어 물산까지' 주담대 초유의 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