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지주사 분석]이녹스, 지주사 전환 후 지배력 3배로 껑충①장경호 대표 지분율 15→48% 상승, 2017년 자사주 마법 활용
김슬기 기자공개 2020-05-06 08:15:59
[편집자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큰 축이다. 또 근간에 수많은 장비업체 및 소재업체들의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던 소재·장비업체들이 지주사 체제를 갖추며 진화하고 있다. 더벨은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중견 장비업체의 성장사와 현황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7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표 소재업체인 이녹스첨단소재를 지배하는 곳은 이녹스다. 2017년 6월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를 만들었고 올해로 4년차를 맞이한다.지주회사가 생기면서 창업주인 장경호 씨의 지배력은 이전에 비해 3배 가량 높아졌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의 의결권이 살아나는 소위 '자사주 마법'을 활용한 덕이다. 현재 그는 이녹스의 최대주주이면서 이녹스첨단소재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지주회사는 창립멤버 중 한 명인 박정진 대표가 이끌고 있다.
이녹스의 핵심 관계회사는 사업의 모체가 되는 이녹스첨단소재이다. 세계 1위의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소재 업체이자 반도체 패키지(PKG)·디스플레이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소재를 만들고 있다. 이 밖에도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한 알톤스포츠와 투자회사인 아이베스트, 2차전지용 음극재용 원소재를 생산하는 티알에스 등을 거느리고 있다.
◇ '위기는 기회' 이녹스의 탄생…불안한 장경호 대표 체제
이녹스의 시작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새한그룹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새한기술연구소에 재직하고 있던 핵심연구원들은 위기상황에 빠졌다. 연구소에서 반도체 접착테이프 개발이 완료되려던 참이었지만 회사는 어려움에 처하면서 사업을 접었다. 당시 장철규 기술기획팀장과 장경호 전자소재팀장, 김광무 연구원, 박정진 기획관리팀 과장, 김신성 필름영업팀 출신 등 8명이 나와 새한마이크로닉스를 설립했다.
회사 설립 당시 자본금은 6억원이었다. 2004년말까지 여러차례 증자를 단행하면서 자본금은 27억1000만원까지 확대됐다. 가장 오래된 주주명부인 2004년 현황을 보면 장경호 대표가 24.26%의 지분을 보유, 최대주주였다. 당시 공동대표였던 장철규 대표는 8.42%, 'MIC 2002-2 ADLP 벤처펀드 7호' 5.77%, '산은캐피탈㈜부품소재 전문투자조합1호' 5.54% 등을 보유, 주요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05년 사명을 이녹스로 변경했고 장경호·장철규 공동대표의 지분이 여전히 많았으나 여러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주주구성은 복잡했다. 2006년 10월 이녹스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면서 투자회사들의 퇴로를 만들어줬다. 당시 주당 6500원에 공모됐고 총 70억원 가량을 끌어모았다. 다만 2004년 발행된 전환상환우선주(RCPS)가 2006년 상장이후 전환되면서 주식수가 보다 늘어났다.
상장 이후인 2006년말 장경호 대표의 지분율은 24.26%에서 19.41%까지 낮아졌다. 장 대표는 처제인 김은미씨, 장모인 고영순씨의 지분을 다 합해도 20.35%에 불과했다. 장철규 대표 지분율도 8.42%에서 6.73%로 낮아졌다. 최대주주를 비롯한 특수관계자 지분을 모두 합친 지분율은 46.1%에서 36.88%로 하락했다.
장경호·장철규 공동대표체제는 2009년까지 공고했으나 2010년 들어서 변화가 생겼다. 장철규 대표는 2010년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로 직위가 내려갔고 이듬해 3월 퇴직하면서 이녹스의 주주명단에서 빠졌다. 이후 장경호 대표 체제가 시작됐다.
장 대표는 2011년까지 주식수 변동이 없었지만 이녹스의 주식수가 꾸준히 늘면서 지분율은 하락했다. IPO 이후 두 차례의 주식매수선택권 행사가 있었고 2010년 유상증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 행사 등으로 주식수가 851만여주까지 확대됐다. 2006년말 총 주식수는 677만여주였다. 2010년 장 대표의 지분율은 19.41%(131만여주)에서 15.46%까지 낮아졌고 2011년에는 14.8%였다. 그는 2012년에는 BW를 행사하면서 주식수가 142만여주까지 늘었고 지분율은 15.44%까지 상승했다.
이녹스는 2013년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1주당 0.19999992주를 무상으로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동시에 실시했다. 이 때 장 대표의 지분은 189만여주까지 늘었지만 지분율은 여전히 15%대에 머물렀다. 특수관계자 지분을 모두 합하면 26%대에 불과했다. 지배력이 견고하다고 보기에는 다소 아쉬운 수준이었다.
◇ 2017년 인적분할로 지주사 체제 완성…지배력 공고화
장경호 대표(사진)의 지배력이 강화된 것은 바로 2017년 이녹스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지주사의 자산총계를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개정법안은 2017년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녹스는 지주사 요건이 강화되는 점을 감안해 2017년초 지주사 전환을 발표했고 그해 6월 1일자로 분할했다. 지주사 전환 막차를 탔다.
당시 투자회사인 이녹스와 사업회사인 이녹스첨단소재로 분리했다. 분할비율은 이녹스가 0.3008825, 이녹스첨단소재가 0.6991175였다. 분할존속회사인 이녹스의 자산총계는 938억원 가량이었지만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덕에 자산총계 1000억원을 넘길 수 있었다. 자사주는 인적분할 이후 자산항목으로 재분류되면서 이녹스 자산총계는 1076억원으로 뛰었다.
이 과정에서 장 대표의 지분율도 급격히 높아졌다. 2017년말 장 대표의 지분율은 지분스왑 등을 통해 48.72%까지 올라갔다. 그는 분할신설회사인 이녹스첨단소재의 지분도 일부 남겼다. 이전까지 15%대에 불과했던 지분율이 3배 이상 높아졌다. 이 때 지주회사인 이녹스는 박정진 대표가, 사업회사인 이녹스첨단소재는 장경호 대표가 운영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박 대표의 지분율 역시 8%대에서 20%대까지 상승했다.
지분스왑을 통해 장 대표가 이녹스에 대한 지배력을 높였다면 이녹스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자사주를 통해 이녹스첨단소재의 지배력을 키웠다. 자사주가 되살아나면서 분할 직후 이녹스가 보유하고 있던 이녹스첨단소재의 지분율은 9.88%가 됐다. 이후 지분 공개매수 등을 통해 지분율이 25%대까지 높아졌다.
현재 이녹스는 이녹스첨단소재의 지분 24.89%를 보유하고 있다. '장경호→이녹스→이녹스첨단소재'로 이어지는 지주사 체제가 완성됐다. 인적분할을 통해 이녹스는 총 11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이녹스는 핵심사업인 이녹스첨단소재 외에도 2015년 알톤스포츠의 지분 46.6%를 취득했고 2016년 9월 아이베스트 설립, 2019년 2차전지용 음극제용 원소재를 생산하는 티알에스의 지분 48% 인수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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