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보드]삼성전자 자기주식 매입, 허은녕 사외이사만 기권사외이사 재직 중 기권은 처음…90% 찬성에 자사주 매입 원안대로
김슬기 기자공개 2024-11-21 08:34:45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8일 13:3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대규모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자기주식 취득뿐 아니라 이후 소각까지 약속했다. 이는 삼성전자 이사회의 의결이 필요한 사안으로 최근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기도 했다.다만 이사진 10명이 모두 모였지만 다 같은 마음은 아니었다. 허은녕 사외이사가 향후 3개월간 진행하는 자기주식 취득의 건(3조원 규모)에 대해 기권하면서 9명만 찬성한 것이다. 허 사외이사는 2022년 11월 선임 이후 단 한 차례도 이사회에 빠지거나 반대표를 던진 적이 없는 인물이다.
◇ 15일 임시 주총, 이사회 10명 중 9명 찬성
지난 15일 삼성전자는 18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보통주 5014만여주, 우선주 691만여주를 매입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취득예정금액은 보통주 5만3500원, 우선주 4만5900원을 기준으로 각각 2조6927억원, 3173억원 등 총 3조원이었다. 또한 자기주식 취득 후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같은 날 삼성전자는 향후 1년 내 총 10조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할 것이라는 공시도 함께 냈다. 즉 3조원의 주식을 먼저 취득한 후 시기를 봐서 남은 7조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자기주식 매입은 삼성전자가 50대 1 액면분할을 의결하기 전인 2017년 10월이 마지막이었다.
이번 자기주식 매입을 위해 지난 15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빌딩에서 이사회가 이뤄졌다. 이사회 멤버인 한종희 부회장, 노태문·박학규·이정배 사장과 김한조 의장(사외이사)을 비롯한 김준성·허은녕·유명희·신제윤·조혜경 사외이사 등 총 10명이 모두 모였다.
해당 자리에서 DX부문 경영지원실 재경팀장인 김동욱 부사장이 이번 안건에 관해 설명했고 나기홍 인사팀 부사장이 동석했다. 이사회 의장인 김한조 사외이사가 안건에 대한 추가 질문이나 의견이 없는지 등을 이사들에게 확인했고 이번 안건에 대한 의결 과정을 거쳤다.
다만 해당 자리에서 허은녕 사외이사는 11월 18일부터 2025년 2월 17일까지 3개월간 진행되는 자기주식 매입 안건에 대해 기권했다. 나머지 9명의 이사진은 반대의견이 없었기에 원안대로 가결됐다. 위탁 중개업자는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등 다섯 곳으로 선정됐다.
◇ LX인터·삼성전자 사외이사 재직 시 반대·기권 없었다
이번에 기권한 허은녕 사외이사는 2022년 11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 인물이다. 그는 사외이사 선임 이후 열린 2022년(3회), 2023년(8회), 2024년 상반기(4회) 이사회에 모두 참석했고 반대의견이나 기권 등 다른 의견을 낸 적이 없었던 터라 이번 결정이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1964년생으로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자원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자원경제학 박사를 받았고 서울대학교로 돌아와 현재 에너지자원공학과 지구환경경제학 교수로 있다. 현재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기도 하다.
선임 당시 회사 측은 "에너지·자원·환경 관련 경제 및 정책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석학"이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ESG 경영이 한층 더 중요해지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해당 분야의 경영 강화와 이사회에 실질적인 조언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전에도 LX인터내셔널에서 사외이사를 한 경험이 있다. 그는 2016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6년간 이사회에 있으면서 2020년 11월 이사회에 한 차례 불참했고 의결에 참여한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과거 사외이사를 한 경험이 있는 만큼 결정의 무게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이사회 사무국은 의결 안건에 대해 이사진에 미리 전달하고 사외이사간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한다. 삼성전자 역시 2023년 사외이사만의 회의를 8번 가졌다. 다만 이번 자기주식 매입이 임시 이사회에서 결정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건 통지 기간이 1~2일 이내로 짧았을 수 있다. 생각을 정리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한편 올해 이사회에서는 김준성 사외이사가 2024~2026년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었다. 당시 그는 고정적 배당이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근거로 반대 의견을 행사했다. 그는 싱가포르국립대 기금((Endowment Fund) 최고투자책임자(CIO)로 글로벌 금융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유독 주주환원과 관련된 안건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2026년까지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재원으로 활용, 연간 9조8000억원 수준의 정규 배당을 유지하는 중장기 배당 정책을 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연간 10조원의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이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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