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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재벌시스템]현대차·롯데케미칼이 도입한 '보수위원회'의 중요성투명성·효율성 제고 장점, 재계 확산 관심…설치 분위기는 '긍정적'

박기수 기자공개 2020-06-08 08:41:55

[편집자주]

세계 최대 농업·식품회사인 카길은 비상장이고 가족지배 기업이지만 현재 가족이 경영하지 않는다. 세계적 플랫폼 기업 구글도 창업자들이 1선에서 모두 퇴진, 인도 출신 순다르 피차이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소유·경영의 분리 사례다. 자본시장의 역사가 짧은 한국 기업은 태생적으로 소유·경영의 융합모델이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고도 성장과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너경영 3·4세 시대에 접어들며 변화를 요구받는다. 국내 대표 기업 삼성이 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지배구조 뿐 아니라 이사회·내부통제·조직구성에 까지 영향을 줄 사안이다. '포스트 이재용 선언'은 곧 '포스트 재벌시스템'이다. 이재용 선언 이후의 재벌시스템, 나아가 4차산업혁명 이후의 재벌시스템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4일 09:1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남매의 난을 증폭시킨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일각에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무직 상태'를 꼽는다. 조 회장은 한진칼과 계열사들의 등기이사였지만, 조 전 부사장은 야인이었다. 칼호텔네트워크의 대표이사였던 조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과 물컵 사태를 겪으며 근 몇 년간 소속이 없었던 때가 더 많았다.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조 회장과 달리 조 전 부사장은 고정적 수입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친오빠와 그 친오빠의 경영권을 인정할 수 없는 '무직'의 여동생.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의 경영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요소 중 하나는 경영 능력대비 과도한 연봉이었다는 후문도 있다. KCGI 및 반도건설 등과의 합의(3자 연합)에서 "예전 대주주 일가처럼 임원 연봉으로 한 해에 100억원씩 받아 가는 식의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처럼 수백, 혹은 수천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오너들에게도 '보수'가 주는 의미는 상당하다.


◇개별 이사 연간 보수액 공개하는 글로벌 기업들

이를 '오너' 케이스에서 '전문 경영인' 영역으로 일반화해보자. 만약 모든 기업들이 이사들에 대한 개별 연간 보수액을 투명하게 공개할 경우, 특정 투자자가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보상을 막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주주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고 기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국내의 경우 아직 이사들의 개인 연간 보수액이 모두 공개되지 않는다. 국내의 경우 공시 대상은 △공시대상기간 중 지급받은 보수 총액이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과 △공시대상기간 중 지급받은 보수가 5억원 이상의 임직원 중 상위 5명만이 공개 대상에 해당한다. 또한 이사 보수 '한도'만을 주주총회 결의 사항으로 남길 뿐 각 이사들의 보수액은 기업의 권한으로 오롯이 남겨놓는다.

한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국내 재계는 이사 보수 한도만을 공시하기 때문에 이사 보수 한도가 10억원일 경우 대표이사가 9억원을 받고 나머지 이사들이 1억원을 나눠 가져도 이상이 없는 구조"라면서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내도 개별 이사 보수를 산정하고 이를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리는 등 제도화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듀폰(Dupont)의 경우 주주총회안건을 공시할 때 각 이사(Director)들의 전년도 보수액을 모두 공개한다. 듀폰의 주주들은 각 이사들의 성과에 비해 보수가 적정한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있는 셈이다.


◇이제 막 보수위원회 설치하는 국내 재계

이사 개별 보수 공개까지는 아니지만 국내 재계에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사 보수 한도를 정하고 이사별 보수액을 정하는 위원회를 독립적으로 두고 있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상위원회' 혹은 '보수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이사회 산하에 자리잡고 있는 집단이다.

지배구조연구소 등 국내 거버넌스 업계에서는 보수위원회의 설치를 바람직한 변화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통상 이사들의 보수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포함된 이사회에서 결정돼왔는데, 국내 기업 구조상 이사회 내 대표이사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에 이사 보수 선정에서 독립성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면서 "다만 보수위원회 등 이사 보수한도 및 개별 이사에 대한 보수 선정을 따로 하는 집단이 생길 경우 형식적으로나마 독립성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에서 보수위원회를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현대자동차와 롯데케미칼이다. 현대차는 작년 초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보수위원회 설치를 제안하자 작년 하반기 보수위원회를 실제 설치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작년 말 '보상위원회'를 설치했다.


같은 보수위원회이지만 두 기업의 차이가 있다면 위원회에 누가 참여하고 있느냐다. 현대차의 경우 이원희 현대차 사장(대표이사)과 두 명의 사외이사(△윤치원 △이병국)가 보수위원회에 참여한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두 명의 사외이사(△강정원 △전운배)와 한 명의 기타비상무이사(오성엽 롯제지주 커뮤니케이션실장)가 보상위원회 멤버다.

거버넌스 업계에서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처럼 보수위원회 역시 사외이사들로만 구성하는 것이 이사 보수 집행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대표이사 등 이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보수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보수위원회의 존재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며 "보수위원회의 설치 목적이 등기이사들의 보수 결정 과정에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가급적 회사 바깥에 있는 인물들로 구성하는 게 더 바람직해 보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아직도 이사 보수와 관련한 위원회를 두지 않는 회사들도 많다. 자산총계가 수조원대에 달하는 L사의 경우 별도의 보수위원회 없이 이사회 내에서 이사 보수 한도와 각 이사들의 연간 보수액을 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대기업들이 각자 내부 규칙을 통해 이사 보수액을 정하지만 외부 공시 의무가 없어 비공개 사안으로 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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