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또 다시 격랑…소부장 IPO 덕 보나 WTO 분쟁해결 절차, 전범기업 자산매각 등 재개…핵심 산업, 국산화 니즈 확대
양정우 기자공개 2020-06-08 11:03:04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5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양국 관계가 한층 더 냉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한 데 이어 법원이 일본제철에 압류 명령을 공시송달 방식으로 전달한다. 한일 갈등 고조에 시동이 걸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방안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지난해 쏟아진 국내 소부장 종합대책은 고스란히 공모시장의 투자 열기로 이어졌다. 그 결과, 증시 새내기의 주가상승률(지난해 연말 주가 기준)에서 소부장 기업이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한일 관계가 격랑 속으로 향할 때마다 역설적으로 국내 소부장 업체가 조명을 받은 셈이다.
◇한국-일본 관계, 냉각 국면 가속…국산화 바람, 소부장 IPO 최고 수익률
정부는 지난 2일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했다. 여기에 점입가경으로 법원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채권압류명령결정정본 등 서류를 수령하라는 공시송달 명령을 내렸다. 일제 전범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응하지 않자 법적 조치를 단행했다. 공시송달은 당사자에게 소송 서류를 전달하기 어려울 때 일정 기간 공시를 통해 송달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발생시키는 절차다.
한일 양국 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으면서 소부장 국산화 방안이 다시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이미 한국을 압박할 수 있는 제도적 준비를 마쳤다. 지난해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내 B그룹으로 분류하면서 전략물자에 대한 포괄허가가 개별허가로 뒤바뀌었다. 개별허가의 경우 심사 과정이 의도적으로 지연될 수 있고 막판 서류 보완 형식으로 수출길을 막을 여지도 있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소부장의 탈일본 행보가 근원적 해법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정부와 금융 당국은 각종 지원 대책을 쏟아내며 소부장 섹터에 잔뜩 힘을 실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육성 로드맵인 '소부장 강소기업 100 프로젝트'를 내놨고 한국거래소는 '소부장 기업에 대한 상장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공모시장에선 늘상 소외를 받은 소부장 섹터이지만 종합 처방이 잇따르자 투심이 반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IPO 기업 가운데 주가수익률 1위(지난해 말 기준)를 차지한 게 소부장 특례 상장 '1호'인 메탈라이프였다. 연말 주가(주당 2만4150원)는 공모가(주당 1만3000원)보다 116% 높았다. 소부장 기업은 주가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레이(헬스케어 장비), 세경하이테크(스마트기기 필름 소재), 아이티엠반도체(2차전지용 배터리팩 보호회로 반도체), 천보(2차전지·반도체 공정 소재), 아모그린텍(고효율 자성부품, 방열 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공모시장에 소부장 바람이 분 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국산화 행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소부장 중에서도 특히 고난이도 기술 개발이 필요한 기업은 적자 실적을 감수해 왔다. IPO를 통한 공모 자금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 재원이다. 흥행 열기 속에서 상장에 속속 성공할수록 소부장의 탈일본 흐름이 가속화된다.
◇개점휴업 끝, 소부장 IPO 속속…국산화 드라이브, 공모 흥행 뒷받침
코로나19 사태로 IPO 시장이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으나 다시 공모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공모 성과에 걸맞게 소부장 기업의 상장 도전도 잇따르고 있다. 내달 신도기연(OLED용 후공정장비)과 엘이티(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가 기관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소부장 특례 상장의 형식으로 IPO에 나선 기업도 적지 않다. 오로스테크놀로지, 넥스틴, 센코, 아스플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기술특례상장을 시도할 경우 평가기관 1곳에서 'A'을 취득해도 등급 요건을 충족한다. 일반 기업은 2곳에서 등급을 받아야 한다. 영창케미칼 등 상장예비기업도 주관사 선정에 나서면서 소부장 IPO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소부장 국산화의 고삐를 강하게 당길수록 이들 기업의 IPO 역시 흥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내놓은 소부장 지원책은 보여주기식 방안이 아닌 실효성이 높은 대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소부장 기업이 정부의 측면 지원에 너무 기대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생력을 빠르게 확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정책적 요구에 비롯된 소부장 띄우기는 언젠가 약발을 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래 소재와 부품, 장비 기업은 오랜 기간 공모시장에서 외면을 받아왔다. 아무래도 완제품을 만드는 대기업과의 공생 관계에서 열위한 지위에 놓여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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