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기 산증인' 청호컴넷, 4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오너십 시프트]①오너일가 지분·경영권 매각, 사명 '센트럴인사이트' 변경 예고…자율주행 등 신사업
신상윤 기자공개 2020-07-08 08:35:41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3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현금지급기(CD)·현금자동입출금기(ATM)' 시장 역사를 썼던 청호컴넷의 사명이 설립 4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창업주 2세 지창배 회장 등 오너일가는 최근 경영권 매각을 결정했다. 새로운 경영진은 청호컴넷의 사명을 센트럴인사이트로 변경하고 자율주행·블록체인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3일 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 상장사 청호컴넷의 오너일가는 최근 최대주주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지 회장과 모친 신형란씨, 최대주주 청호엔터프라이스 등이 보유한 보통주 200만주를 200억원에 매각하는 내용이 골자다.
양수인은 에스디홀딩스컴퍼니와 파워스캔그룹이다. 지난 5월 13일 계약금은 지급됐고, 오는 16일 청호컴넷 임시주주총회일 잔금을 치를 예정이다. 잔금 지급이 완료되면 주식도 양도된다. 변경 예정인 최대주주는 에스디홀딩스컴퍼니다. 구체적인 주식의 양수도 수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청호컴넷은 지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총 267만729주(지분율 31.1%)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 청호엔터프라이스는 지분 191만2381주(지분율 22.29%)를 가진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 가운데 청호전기와 이정우 대표이사는 계약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 회장 외 특수관계인 2인도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하진 않았다. 개별 잔여 주식 수는 확인되지 않지만 총 46만2461주가 남을 전망이다.
예정대로 계약이 완료되면 국내 CD·ATM기 시장과 궤를 같이한 청호컴넷의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달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 가운데 신임 경영진 선임 안건 외 상호 변경 안건도 상정됐기 때문이다.
변경될 사명은 '주식회사 센트럴인사이트'다. 센트럴인사이트는 신임 경영진 후보 가운데 사중진 사내이사 후보자가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센트럴인사이트홀딩스'와 유사하다. 센트럴인사이트홀딩스는 경영컨설팅을 주 사업으로 영위한다.
청호컴넷은 1977년 청호실업으로 문을 열었다. 금융권에 지폐계수기를 공급하다가 1980년대 들어와 현금자동지급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국내엔 기술과 부품이 마땅치 않아 일본에서 수입해 만들었다.
CD기 국산화를 시작으로 현금·수표 일괄 입출금 ATM기, 금융 VAN 시장 등에 진출하며 금융권 자동화 시장을 개척했다. 역설적이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은행권의 인적 구조조정과 맞물린 금융자동화업무 도입에 힘입어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그러나 대기업 계열사들의 ATM기 시장 진출과 금융권 영업점 통폐합 등으로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2010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이래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 규모도 2017년 346억원까지 축소되는 등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2019년 사업연도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본잠식률 83.8%를 기록하며 올해 관리종목에 편입됐다.
지난해에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했던 제지 사업 '대왕제지'의 자산매각과 영업중단 등을 결정했다. 올해 3월에도 자동차 부품 제조사 ㈜세원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등 현금 마련에 힘을 쏟았다. 여기에 금융권으로부터 ATM 제조사들의 가격 담합 의혹 소송까지 제기되는 등 내우외환이 겹치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상황이 지 회장 등 오너일가가 청호컴넷을 매각하게 된 배경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 회장은 청호컴넷의 창업주 지대섭 전 회장의 아들이다. 지 전 회장은 제15대 국회의원 출신을 거쳐 썬앤트리자산운용 대표이사직을 맡았으나, 지난 5월 또 다른 아들인 지광배 대표이사에게 자리를 넘겼다.
청호컴넷의 최대주주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이 계획대로 이행될 경우 새로운 경영진은 신규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신규 사업 목적에는 △자율주행차량용 레이다 △조명기기 제조 △블록체인 및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 △가상화폐 거래소업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청호컴넷 관계자는 "지 회장 등 오너일가의 매각 이유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지만 향후 주식 양수도 절차가 마치면 등기임원에서도 내려올 예정"이라며 "임시주주총회에서 승인이 나면 기존 ATM기 사업을 비롯해 새로운 경영진이 추진하는 사업들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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