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ET IPO가 바꿀 빅딜 트렌드 '세 가지' 밸류 인플레 경고장, 시장 눈높이 도출
양정우 기자공개 2020-07-13 11:00:20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9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상장주관사 콘테스트가 기업공개(IPO)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최적의 파트너를 찾고자 관행을 좇기보다 색다른 시도를 감행한 결과다. 시장의 객관적 시각을 드러내는 성과를 거둬 빅딜 IPO의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는 평가다.◇과도한 상장 밸류 제안 '첫 경고'…수조원 격차 대신 특정 시총 수렴
SKIET는 상장주관사 콘테스트에서 과도한 적정시가총액에 '페널티'를 주겠다고 고지했다. 주관사 선정 과정에선 늘상 상장 밸류에 '인플레'가 생기기 마련이다. 증권사마다 적정시가총액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IPO를 제안해 오너와 경영진의 환심을 산다.
각축전이 치열한 빅딜일수록 IB업계가 제안하는 상장 몸값은 더욱 높아진다. 어떤 증권사가 어느 정도 의지로 베팅했느냐에 따라 저마다 책정한 적정시가총액이 수조원씩 벌어지기도 한다. 밸류에이션에 맞춰 상장 밸류를 도출하는 게 아니라 먼저 몸값 수준을 정한 뒤 밸류에이션의 근거를 마련하는 식이다.
하지만 공모시장에서 직접 주식을 살 투자자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이 때문에 상장주관사는 IPO의 공식 절차를 밟기 앞서 제안서상 몸값을 다시 낮추고자 애를 쓴다. 상장 밸류를 시장의 눈높이로 끌어내리지 못하면 결국 주관사가 인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그래서 SKIET가 꺼내든 게 밸류 인플레에 대한 경고장이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접근법으로 적정시가총액만 높여 쓰면 오히려 감점을 주기로 했다. 내실을 따지는 기업이라면 뜬구름에 가까운 상장 밸류보다 현재 시장의 객관적 시각을 파악하는 데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이번 콘테스트에선 증권사마다 제안서상 상장 밸류로 모두 5조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형사 1곳만 6조원 이상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시점에서 IB업계가 파악한 기업가치가 특정 가격으로 수렴했다는 데 의미가 적지 않다. 과도한 적정시가총액에 대한 페널티는 향후 빅딜에서도 재차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국내 증권사-외국계 IB' 제안 내용 구분…대표주관사, 역할 분담 신호탄?
또다른 특징은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IB를 구분해 상장주관사를 뽑은 점이다. 국내외 하우스를 동일선상에서 평가하지 않고 각각 제안서상 초점을 맞출 영역을 분리했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 코스피 시장에 입성하는 최적의 루트와 전략에 중점을 둘 것을 요청했다. 국내 시장에 안정적으로 상장시킬 수 있는 실무 역량을 진단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아무래도 한국거래소와 접촉하면서 상장 심사를 청구하는 건 국내 증권사가 전담해야 할 업무다.
반면 외국계 IB엔 거시 경제와 산업 분석, 기업 분석 측면에 힘을 실을 것을 강조했다. 물론 국내 증권사도 제안서에 산업과 기업에 대한 분석을 별도로 담았다. 하지만 굵직한 계열사 IPO를 소화해온 SK그룹에서 분석 역량은 외국계가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시각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조 단위 공모를 단행할 빅딜은 해외 세일즈가 필수여서 외국계 IB의 진단을 파악하려는 시도였을 것"이라며 "분석 역량에 우위를 둔 결정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대우, 국내 대표 주관 확보…사전 수요 조사, 파트너 낙점 한몫
SKIET의 IPO가 불러올 마지막 변화는 상장주관사 후보의 사전 수요 조사다. 국내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가 선정된 배경엔 공모 주식의 수요를 미리 파악한 노고가 자리잡고 있다. 실제 국내외 기관의 SKIET 투자 니즈를 먼저 확보해 제안서의 설득력을 극대화했다.
사전 수요 조사가 호평을 받은 만큼 이제 빅딜 경쟁전에서 필수 자료로 제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과거 자동차 전지용 동박업체인 케이씨에프티테크놀로지(KFCT)의 주관 업무를 수행하면서 글로벌 투자자와 미리 접촉했던 게 한몫을 했다.
SKIET는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JP모간을 선정했다. 공동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를 낙점했다. 그간 국내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이 경쟁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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