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이재용 부회장의 지위 thebell desk

최명용 산업2부장공개 2020-07-17 08:11:27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6일 07:4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적 지위는 무엇일까.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상 이 부회장은 미등기임원, 직위 부회장으로 적시돼 있다. 임원 명단 두번째 줄이다. 첫번째 줄은 이건희 회장이다. 이 회장도 역시 미등기임원이다. 모두 삼성전자로부터 월급도 받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법적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이사회다. 등기임원인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등 3인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인 한종희 최윤호 사장, 5인의 사외이사가 의사결정을 한다.

미등기임원인 이 부회장은 이사회 참여가 불가능하다. 이사회 결정에 대한 법적 책임도 없다. 이 부회장의 지위는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 총괄에 관여하는 자리다.

삼성은 몇 해전부터 '그룹'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 주요 계열사들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한다. TF형식의 조율 기구가 있지만 이들 역시 법적 책임을 지는 기구는 아니다. 이 부회장이 다른 삼성 계열사에 법적인 책임을 지는 결정을 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삼성을 대표하는 인물은 이 부회장이다. 그 힘은 지분과 상징성 때문이다.

삼성은 크게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산하에 주요 계열사들이 배치돼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의 개인 최대주주인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이 그룹 전체 지배력을 갖는다.

또 하나는 상징성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 경영권'을 승계한 시점을 따지자면 2015년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이듬해 이 부회장은 삼성문화재단 이사장과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오너 일가가 꾸린 재단의 이사장이 됨으로써 삼성 경영권의 적통을 이었다는 상징을 마무리했다. 평상시라면 취임식을 하거나 최소한 회장 직함이라도 물려받았을텐데 이 회장의 와병과 대내외 변수 탓에 이같은 절차는 생략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승계는 마무리됐다. 다른 형제들에게 혹은 다른 세력에게 삼성의 오너십이 흔들릴 것이란 예상이나 의문은 들지 않는다. 정부에 청탁을 하거나 로비를 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법적 지위로 따지자면 삼성전자의 경영총괄에 관여하는 임원 역할이고 지분과 상징성으로 보면 삼성이란 기업집단을 이끄는 오너가문의 대표가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 경영권을 승계한 지 5년의 시간이 지났다. 이중 3년 8개월을 법정 다툼을 하느라 에너지를 써야 했다. 이 기간동안 법원이나 검찰에 출두만 89회라고 한다. 사전에 준비하는 시간과 복기하는 시간 등을 더하면 300~400일의 시간은 고스란히 서초동 출두를 위해 썼다.

삼성은 총수 공백에 따른 위기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전념하도록 기회를 달라고 읍소해 왔다.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의 위기는 별로 감지되지 않는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줄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몇십조단위의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30조원, 영업이익은 28조원을 기록했다. 직전 연도(매출 243조원, 영업이익 58조원)에 비해 이익이 줄었지만 역기저효과일 뿐이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는 와중에 삼성전자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2분기 매출액이 52조원, 영업이익은 8조원(잠정치)으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삼성전자는 이미 오너를 대신할 의사결정기구가 갖춰져 있고 주요 리스크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충분하다. 충분한 현금 동원력이 있고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한다. 전문경영인 등기임원진과 이를 견제하는 사외이사들의 역할도 균형 잡혀 있다. 코로나19 다음 위기에도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상징성'의 리스크는 얘기가 다르다. 이 부회장은 지난 4년여의 시간을 법원과 검찰에 써야 했다. 삼성을 대표해 전략적 제휴를 하고 해외 시장을 누비고 주요 국가 원수를 상대할 시간이었다.

포토라인에 서고 재판장에 앉는 동안 애플 CEO 팀 쿡은 트럼프 대통령과 사진을 찍었고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로봇개와 산책길을 걸으며 첨단 이미지를 덧입었다. 일론 머스크는 우주선까지 쏘아 올렸다.

이 부회장은 삼성 마지막 오너 경영인이다. 더이상 경영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삼성의 영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마지막 오너에겐 온전한 상징을 만들 기회라도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27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6 (을지로 1가) 금세기빌딩 5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이현중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3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