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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언택트·해외투자' 일등공신 김경모 미래에셋벤처 이사창의적 시각 투자처 발굴, '탄탄·버킷플레이스·컬리' 등 우수사례

이윤재 기자공개 2020-08-03 07:09:31

이 기사는 2020년 07월 30일 14: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코로나19 아래 탄탄한 언택트(비대면) 포트폴리오로 주목받고 있다. 일등공신은 바로 인터넷·서비스 플랫폼 투자를 책임지는 10년차 '미래맨' 김경모 이사다. 포트폴리오 면면을 보면 컬리부터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백패커(아이디어스) 등 차세대 유니콘을 예약한 곳들이 즐비하다.

미래에셋벤처투자가 전략적으로 진행하는 해외 벤처캐피탈에 출자 프로젝트도 김 이사가 키맨이다. 김 이사는 이렇게 쌓은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고스란히 국내외 투자처를 발굴하는데 접목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까지 종횡무진하고 있다.

◇ 성장스토리 : 벤처캐피탈리스트 꿈꾸던 공학도, 컨설턴트 거쳐 10년차 '미래맨'

김 이사는 일찌감치 벤처캐피탈리스트를 꿈꿨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막연하게 벤처캐피탈리스트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공학도가 바로 벤처캐피탈 업계에 입문하기는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시작한 첫 직장은 컨설팅 회사였다.

액센츄어에서 시작한 컨설턴트 활동은 많은 걸 경험하는 계기였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지만 주로 컨설팅 대상 기업들은 유통섹터를 맡았다. 유통 대기업들을 리서치하면서 치열한 생존경쟁방식과 거시적 흐름 등을 이해할 수 있었다.

컨설턴트로 함께 일하던 선배가 어느날 벤처캐피탈 업계로 떠났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꿈을 실현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문을 두드리게 된 곳이 미래에셋벤처투자였다. 당시만 해도 규모가 작은 벤처캐피탈이었지만 함께 커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심사역이 되면서 주력 투자분야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전공을 살려 소재분야를 보는 심사역으로 채용이 됐었지만 투자처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눈을 돌린 건 서비스 플랫폼 영역이었다. 때 마침 모바일 패러다임 전환과 맞물려 기회가 많을 거라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 투자철학 : 융복합 가능성 높은 스타트업 주목…해외 네트워크 기반 '시차전략'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인터넷·서비스 플랫폼 영역에서 김 이사는 어떤 포인트로 접근할까. 하나에만 특화된 회사보다 두 가지를 융복합할 수 있는지 역량을 본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마케팅 등 다양한 제반활동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 이사는 브랜디와 헤이딜러를 예로 들었다. 예컨대 브랜디는 유저풀에 인플루언서를 많이 모으면서 동시에 물류 풀필먼트(고객 주문 처리)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보였다. 헤이딜러도 마찬가지였다. 집요하게 유저인터페이스·경험(UI/UX)을 개선해 중고차 매도 고객의 전환율을 극대화하면서도 동시에 디지털 퍼포먼스 마케팅역량도 뛰어났다. 두 회사 모두 충분히 성공할 것이란 판단아래 주저 없이 투자를 단행했다.

창업자의 태도도 중요한 투자판단 요인이다. 단순히 맨파워만 보는 게 아니라 창업자가 어떻게 주주들을 생각하고 회사 경영을 하려는 지 정성적인 부분을 중요시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국내는 아직 이사회 중심인 해외와 달리 창업자 위주로 경영이 이뤄지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스타트업을 심사할 때 하나만 잘하는 곳 보다는 두 가지를 융복합해서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본다"며 "창업가가 회사 경영이나 주주와의 이해관계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 등 정성적인 부분도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면서 투자를 하는 김 이사는 시차(타임랙) 전략을 즐겨 쓴다. 하나의 지역에서 서비스플랫폼 스타트업의 성공 방정식을 다른 지역에도 적용하는 형태다. 이 같은 투자전략은 수년간 쌓아온 해외 네트워크와 현지에서 직간접적으로 체득한 투자 노하우 등이 뒷받침된 덕분에 가능했다.

◇트랙레코드 1: 멀티플 3배 '탄탄' 해외투자 이정표

중국 모바일 채팅앱 업체인 '탄탄'은 김 이사의 타임랙 전략이 잘 녹아든 사례다. 지난 2010년 미래에셋벤처투자는 국내 소개팅앱 업체에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듬해 미래에셋벤처투자에 합류한 김 이사는 해당 업체가 어떤 생애주기를 보이는지를 깊숙이 경험했다.

그러던 찰나 중국에서 탄탄에 대한 투자기회를 접했다. 당시만 해도 탄탄과 동일한 서비스를 가진 스타트업들은 수십여개에 달했다. 국내에서 체득했던 경험에 비춰 투자 기업들을 골라나가기 시작했다. 탄탄은 소개팅과 동시에 오퍼레이션 부분에서도 탁월하다고 판단했다. 500억원 밸류에 처음으로 인연을 맺기 시작해 추가로 후속투자(팔로우온)까지 단행했다.

베팅은 결실을 맺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탄탄이 8000억원대 밸류에이션으로 가던 시점에 투자금 회수를 진행했다. 팔로우온 금액과 합쳐 누적 회수 총액은 투자원금대비 3배를 넘겼다. 당시 중국시장에 진출한 지 3~4년 남짓이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탁월한 성과였다.

인도 공유주거 스타트업 졸로스테이도 타임랙으로 기대되는 포트폴리오다. 중국 조이캐피탈이 조성한 벤처펀드의 LP로 들어갔을 때 중국 시장에서 공유주거 기업들이 어떻게 성장하는 지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러한 성장 방정식을 고스란히 대입한 게 바로 졸로스테이다. 1차 투자 이후 추가로 팔로우온을 저울질하고 있다.


◇ 트랙레코드2 : 인테리어 플랫폼 선두 '버킷플레이스' 차기 유니콘 확신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김 이사가 많은 기대를 거는 투자 사례다. 버킷플레이스는 여느 스타트업과 달리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은 건 손에 꼽을 정도다. 그중 한 곳이 바로 미래에셋벤처투자다.

월 거래액이 15억원에 불과했던 초창기부터 투자자로 참여했다. 당시만 해도 버킷플레이스는 콘텐츠만 생산하던 기업에서 커머스를 접목하던 시기였다. 콘텐츠에 기반한 커머스는 재구매율 등 여러 성장지표가 양호할 것이라 판단했다. 곧장 벤처펀드와 고유계정을 통해 15억원을 집행했다.

버킷플레이스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 1000억원을 넘겼다. 상황이 급변한 건 올 들어서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쇼핑패턴이 확산하면서 더욱 속도가 붙었다. 지난 4월에는 월간 거래액이 700억원을 넘겼을 정도다.

김 이사는 "버킷플레이스는 투자 당시부터 충분히 성장할 것이라 판단했던 회사였다"며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시키면서 안정적인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매력적 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워낙 자금 유치가 많지 않아 추가 투자를 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울 따름"이라며 "성장 속도 등을 본다면 향후 유니콘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 업계 평가 : 크리에이티브한 시각가진 심사역…글로벌 스탠더드 부합

김 이사를 아는 벤처캐피탈 심사역들은 크리에이티브한 시각을 가진 투자자로 평가한다. 변화하는 트렌드를 재빠르게 감지하고 이에 맞는 투자처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간다.

액센츄어에서부터 벤처캐피탈 업계까지 동고동락하고 있는 신동석 어센도벤처스 대표는 "김 이사는 함께 컨설턴트로 일하던 때부터 기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어떤 경영비전을 그려야 하는지 등 창의적인 시각이 엿보였다"며 "산업 전반에 대해 폭 넓은 이해와 맞물려 초기 단계 인터넷·서비스 플랫폼 기업 발굴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유의 친화력도 김 이사의 강점으로 꼽힌다. 일찌감치 해외 투자로 눈을 돌렸지만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친화력 덕분이다. 신 대표는 "초창기부터 해외 시장에도 발을 들이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됐다"며 "자신만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피투자기업은 물론 다른 투자사와도 깊은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간다"고 밝혔다.

◇ 향후 계획 : 딥테크로 투자영역 확장

김 이사는 지난해 100억원짜리 '미래에셋-그린프로그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여타 소규모 벤처펀드와 다를 바 없어보이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유한책임출자자는 투자업체인 그린프로그 한 곳 뿐이다. 그린프로그를 이끌고 있는 이종석 대표는 과거 헬로네이처 투자로 김 이사와 인연을 맺었다. 이때 인연을 바탕으로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만든 벤처펀드가 바로 '미래에셋-그린프로그 투자조합'이다.

정책자금 없이 민간으로만 만든 만큼 자유롭게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김 이사와 이 대표가 잘하는 영역인 서비스 플랫폼에 집중한다. 중고차 거래업체인 헤이딜러를 마수걸이 투자처로 삼아 브랜디 등 다양한 기업들에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소진율은 약 50% 남짓으로 향후 2호 펀드도 선보일 예정이다.

중기적으로 투자영역을 딥테크로 넓혀 나갈 계획이다. 서비스플랫폼과 마찬가지로 딥테크도 지역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딥테크 투자처를 확보하고 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스트라드비전부터 디핑소스, 비프로, 세미파이브, 중국 최대 AI기업인 센스타임(Sensetime) 등에 투자를 단행했다.

김 이사는 "여전히 O2O나 커머스 기업들의 강세가 이어지겠지만 역으로 테크기반 회사들도 늘어날 것"이라며 "이 분야에서 우수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데 집중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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