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8월 26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운영과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껍데기만 산 셈입니다.”부코핀은행 인수작업이 마무리됐으니 이제 맘 놓이겠다고 안부 인사를 건넨 기자에게 KB금융지주 임원이 한 말이다. 살 때 프라이싱(가격 책정)이 중요하다지만 사실상 인수 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최근 부코핀은행 임시주주총회에서 KB국민은행이 지분 67%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안건이 무사 통과됐다고 한다. 국민은행은 신속한 마무리를 위해 바로 유상증자 참여 대금을 납입한다. 이제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에 지휘권을 갖고 본격적으로 경영을 시작한다.
KB금융은 ‘인수 후 관리(Post Acquisition Management·PAM)’가 M&A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한다. 매물과 시기를 잘 골라 M&A를 했더라도 사후적으로 인수기업의 피인수기업에 대한 PAM 능력이 부족했다면 해당 M&A는 실패한 사례라는 것이다.
KB금융이 판단하기에 부코핀은행에 가장 시급한 작업은 유동성 공급과 건전성 개선이다. KB금융은 유상증자를 통해 유동성을 어느 정도 강화해뒀고 추가 자금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자산클린화 및 낙후된 여신프로세스의 환골탈태 작업, 리스크관리 시스템 이식 등을 위해 어벤저스팀을 꾸려 보냈다.
외부 전문가의 힘도 빌렸다. PAM 전담 자문사로 맥킨지를 선정해 인도네시아 현지서 함께 전체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더불어 부코핀은행 활용법도 구상 중이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인도네시아를 ‘세컨드 마더 마켓(제2의 KB 종합금융그룹)’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 카드·손보·캐피탈이 나가있는데 은행업에 이어 증권업 진출까지 검토 중이다.
부코핀은행의 달라질 모습에 대한 기대는 KB금융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현지인들로부터도 엿볼 수 있다. 부코핀 현지 은행장이 임시 주총 전날 보도자료를 내 소수주주들의 안건 통과를 독려했고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은 KB금융의 부코핀은행 인수를 재촉하는 집회를 열었다고 한다.
다른 국민은행 관계자는 "IMF시절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때 반발심과 같은 정서가 현재 인도네시아에도 있지만 이번은 달라 뜻밖"이라며 "외국자본을 이렇게 환영하는 것은 부코핀은행이 더 나은 은행이 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 임원은 이번 부코핀은행의 인수를 '토지'에 비유했다. 땅을 산 것이고 이제 KB금융이 그리는 ‘건물’을 지을 생각에 벅차다고 한다. 부코핀은행의 턴어라운드 전략이 본격화했다. 도전이 필요한 기업을 인수해 도약시키는 것이 가장 멋있는 M&A가 아닐까 싶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김현정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유동성 풍향계]1.15조 SKB 지분 매입 'SKT', 현금창출력 '자신감'
- [백기사의 법칙]국책은행이 백기사, 한진칼에 잔존하는 잠재리스크
- 금융지주사 밸류업과 '적정의 가치'
- [백기사의 법칙]1,2위사 경영권 분쟁 '진정한 승자'였던 넷마블
- [2024 이사회 평가]대한해운, CEO가 틀어 쥔 사외이사…독립성 취약
- [2024 이사회 평가]사업형 지주사 '동원산업', 이사회 개선은 현재진행형
- [2024 이사회 평가]대상, 이사회 성실한 참여…평가 시스템 '미흡'
- [백기사의 법칙]남양유업 백기사 자처했던 대유위니아, 상처뿐인 결말
- [백기사의 법칙]SM 인수 속 혼재된 흑·백기사 ‘카카오·하이브’
- [2024 이사회 평가]LG전자, 매출 규모 못 미치는 성장성·주가 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