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구조조정]퓨얼셀·솔루스 분할, 그룹 위기 사전 인지했나②인적분할 선택, 폭등한 신설법인 몸값…두산重 자본확충효과 '극대화'
박기수 기자공개 2020-09-09 08:27:47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7일 14: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말 ㈜두산이 단행한 분할 작업은 결과적으로 두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 분할로 탄생한 신설 법인들(두산솔루스·두산퓨얼셀)의 가치가 폭등하면서다. 그룹 유동성 위기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때 단행된 분할 작업이었다는 점에서 위기를 사전에 인지한 일종의 '대비책'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이 과정에서 특정 정관의 존재로 우선주의 의결권이 되살아나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사진) 및 대주주의 보유 지분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도 있었다. 여러모로 두산 오너의 선견지명이 빛났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물적분할 아닌 인적분할
㈜두산은 두 회사를 분할하는 데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선택했다. 분할회사를 존속회사의 100% 자회사를 두는 물적분할과 달리 인적분할은 존속회사의 주주들이 존속회사 지분율만큼 신설분할회사의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는 방식이다.
이에 ㈜두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두산 오너 일가들 역시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의 지분을 소유하게 됐다. 분할 직전인 작년 9월 말 기준 ㈜두산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우선주 포함)은 44.64%였다.
또 ㈜두산은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의 지분 18.13%를 보유하게 됐다. 분할 전 ㈜두산이 지니고 있는 자사주 지분율이 18.13%였기 때문이다.
분할 한번으로 상장사 두 곳을 더 늘린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그만큼 자금조달 창구가 늘어난 효과를 봤다. 특히 분할된 두 회사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사업군을 영위하는 곳이었다.
두산솔루스는 전기차 배터리의 전지박을, 두산퓨얼셀은 신재생에너지인 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사업을 맡는 곳이었다. 그룹 전체의 지주사 역할과 함께 기계, 부품, 유통 등 여러 사업을 맡는 ㈜두산에 있는 것보다 독자 법인으로 거듭나는 것이 두산그룹 입장에서도 시장의 주목을 받기에 좋았다.
대주주 입장에서도 인적분할을 통해 향후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해졌다.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의 기업 가치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향후 그룹에 닥칠 여러 상황에 대주주가 꺼내들 선택지가 많아졌다. 이는 실제 올해 두산중공업발 유동성 위기가 닥치면서 현실이 됐다.
◇'대성공' 인적분할, 몸값 폭등한 분할법인
인적분할은 대성공했다.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이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기업 가치가 그야말로 '폭등'했기 때문이다. 분할되지 않은채 ㈜두산에 매여있었다면 이정도의 몸 값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감대다.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의 주가는 작년 10월 1일 분할 직후 주가보다 무려 8~9배(4일 종가 기준) 상승했다. 주당 5510원의 가치를 지니던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의 주식은 이달 4일 각각 4만1450원, 4만5650원까지 상승했다.
반면 ㈜두산은 분할 이후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두 유망 사업군이 분할됐다는 점을 고려해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평이 짙다. 분할 후 7~8만원대를 기록했던 ㈜두산의 보통주는 4일 종가 기준 4만5250원으로 하락했다. 분할 직후 퓨얼셀과 솔루스의 시가총액을(2019년 10월 18일 기준 각각 3058억원, 1658억원) 합쳐도 ㈜두산의 시가총액(1조3169억원)을 넘지 못했지만 현재는 ㈜두산 시가총액의 3배를 해도 두산퓨얼셀을 따라잡지 못하는 수준이 됐다.
최근 두산 오너 일가가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할 수 있었던 배경도 이러한 몸값 상승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짙다. 약 5740억원의 규모다. 무상증여로 인한 자본 확충 효과로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사재 출연과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잡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자구안 달성 차원에서 매각 대상으로 분류된 두산솔루스 역시 적정 수준의 몸값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 4일 ㈜두산 및 특수관계인 8인은 스카이레이크 에쿼티파트너스에 두산솔루스 보통주 52.93%를 6987억원에 매각했다.
◇부활한 우선주 의결권, 철저했던 사전 작업
하나 더 눈여겨볼 점은 ㈜두산과 신설회사들의 정관이다. 통상 우선주와 같은 종류 주식들은 의결권이 없어 보통주보다 적은 가치를 지닌다. 다만 ㈜두산과 신설회사들은 정관을 통해 우선주가 부활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뒀다.
㈜두산 정관의 제7조의 5, 두산솔루스·두산퓨얼셀 정관 제11조에 따르면 각 회사들은 종류주식들의 의결권이 부활할 수 있는 경우를 적시했다. 우선주에 대해 배당을 하지 않는 결의가 있는 경우 배당 결의가 있는 시점까지 의결권이 살아난다는 내용이다.
두산그룹 오너 일가들은 ㈜두산의 보통주는 물론 우선주도 보유하고 있었다. 인적 분할로 자연스럽게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의 우선주도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두산은 우선주에 대한 배당을 진행했고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는 배당금 집행 자체를 하지 않았다. 두 회사에 한해서 오너 일가의 의결권이 부활한 셈이다.
의결권 부활이 이뤄진 이후 양사의 우선주 가치는 상승했다. 3월 말 7000원대 초반이었던 '두산솔루스1우'는 4일 종가 기준 1만7100원까지 올랐고, 2000원대 중반이었던 '두산퓨얼셀1우'는 4일 종가 기준 1만3650원까지 상승했다. 오너 일가의 두산퓨얼셀 무상증여 효과가 극대화한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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