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차' 패스트파이브, '외형 성장=장기임차 부담' 매출 2배 고속성장, 사무공간 임차부담도 껑충…부동산개발 참여 해법될까
양정우 기자공개 2020-09-22 14:54:23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8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에 나선 패스트파이브가 전대차 사업구조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장기 임차한 사무 공간을 재임대하는 사업 모델이어서 외형 성장을 토대로 이익을 급격히 늘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지난해 매출 볼륨이 두 배나 껑충 뛰는 성과를 냈지만 적자 기조는 여전하다. 외형이 늘어난 만큼 장기임차 부담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반 제조 산업은 매출 성장에 따라 이익 규모가 비용 기반을 단번에 뛰어넘는 분기점에 도달한다. 공유 오피스 비즈니스도 이런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패스트파이브, 덩치 만큼 내실 챙겼나…공유오피스, 장기임차 부담도 동반 가중
패스트파이브는 지난해 영업수익(매출액)이 425억원을 기록해 전년(210억원)보다 102% 급증했다. 영업적자는 49억원으로 전년(54억원)과 동등한 수준이었다. 당기순손실(282억원→598억원)의 경우 대폭 늘었으나 일회성 비용이 변동성을 키운 결과다. 파생상품평가손실을 제외하면 다소 늘어난 수준이다. 폭발적 외형 확대에도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공유 오피스 비즈니스의 수익 구조를 감안하면 단순히 영업이익률로 수익성을 진단할 수 없다. 전대차(장기임차→단기임대) 사업 모델은 결국 리스가 핵심인데 국제회계기준(IFRS) 변경에 따라 금융리스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리스 방식이라면 최대 비용인 장기임차 부담이 단일 계정(영업비용 내 임차료)으로 처리되지만 금융리스에선 두 계정으로 나뉜다. 영업이익에 반영되는 사용권자산의 감가상각비와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주는 금융비용(리스부채 이자비용)으로 분류된다. 결과적으로 영업이익 계정만으론 고객에게 빌려줄 사무실을 확보한 부담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렵다.
지난해 패스트파이브의 사용권자산 감가상각비와 리스부채 이자비용은 각각 242억원, 8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48억원, 49억원)과 비교해 각각 74%, 62% 급증한 수치다. 매출 규모가 2배로 고속 성장한 만큼 장기임차 부담도 빠르게 가중되고 있다.
이 손익계산서상 부담은 임차료로 실제 지급한 현금 유출 규모와 일치하지 않는다. 과거 운용리스로 처리했을 경우 금융비용과 리스부채 상환을 감안할 때 임차료가 220억원 안팎일 것으로 추산된다. 역시 전년(113억원 안팎)보다 2배 가량 껑충 뛴 수준이다. 금융리스 프로세스는 리스 부담이 점차 줄어들지만 외형을 키우는 기업엔 쉽게 장담할 수 없는 결과다.
일반 제조 산업도 판매량에 따라 변동비가 증가한다. 하지만 초기 고정비의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변동비가 느는 와중에 판매량만 분기점을 넘기면 순이익이 단번에 늘어난다. 이런 영업 레버리지 효과를 공유 오피스 기업도 제대로 누릴지 의견이 분분하다. 매출 성장에 따라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장기임차의 부담이 무겁기 때문이다. 글로벌 1위 미국 위워크도 이 한계를 넘지 못해 결국 IPO에 실패했다.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시장 일각의 우려와 달리 회사 내부에선 올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공유 오피스 사업에 대한 수익성 불안감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스트파이프, 프로젝트 초기 참여 '돌파구'…장기임차, '교섭력 우위+리스크 확대'
IB업계에선 패스트파이브가 IPO에 성공하려면 단순 전대차의 한계를 넘어서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향후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게 가능해도 공모 투자자는 흑자 전환이 아니라 대규모 이익 잠재력을 갖춘 기업을 찾고 있다.
패스트파이브는 부동산 개발 참여자와 협업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토지신탁과 손을 잡았다. 부동산 프로젝트의 사업 초기부터 참여하면 입지 선점과 리모델링 측면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임차료에 대한 가격 교섭력도 관건이다. 임차인은 임차 기간이 길거나 신용도가 높을 때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패스트파이브가 사무 공간을 장기임차(5~10년)하는 건 건물주와의 계약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여건이다. 향후 공유 오피스 업체로서 입지와 평판이 강화될수록 협상력도 배가될 전망이다.
다만 장기임차는 역으로 보면 그만큼 리스크를 짊어져야 한다. 장기 계약을 맺은 만큼 재임대 과정에서 단기 공실이 발생해도 임차료를 모두 지급해야 한다. 현재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위워크는 공실률이 확대되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패스트파이브는 이 대목에선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공실률이 3%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IB업계 관계자는 "공유 오피스 시장 자체는 꾸준히 성장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한달 이용료로 사무 공간을 확보하는 강점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시장 확대가 공유 오피스 기업의 수익성으로 연결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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