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케이사인, 의문부호 남긴 '콜옵션 포기''신주 저가 취득 기회' 제3자 양도, 8억 차익·지배력 강화 효과 사라져
박창현 기자공개 2020-10-16 08:20:48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4일 11: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케이사인과 대주주가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전환사채(CB)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아 그 배경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가가 전환가격을 웃돌고 있어 권리만 행사해도 수 억원대 자산 증식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냥 주식을 갖고만 있어도 지배력 안전판이 확보된다.그런데도 케이사인은 꽃놀이패나 다름없는 콜옵션을 제3자에게 넘겼다. 이에 케이사인은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이며, 콜옵션 행사자는 공시 사안이 아니어서 공개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케이사인은 지난해 10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60억원 규모로 3회차 CB를 발행했다. 산은캐피탈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최대 12억원 어치의 CB를 되사올 수 있는 콜옵션 조항을 달았다. 콜옵션 수혜자는 케이사인이 직접 지정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하자 누가 수혜자가 될지 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권리 행사를 통해 수 억원의 차익 실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CB 발행 당시 전환가액은 1300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주식 시장이 위축되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전환가액 또한 1000원으로 조정됐다.
올해 하반기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케이사인이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 수혜주로 각광을 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1700원을 넘어섰다.
콜옵션 주인은 잭팟 기회를 잡았다. 장내에서 약 21억원을 주고 사들여야 할 지분을 콜옵션을 행사하면 12억원에 취득할 수 있어서다. 권리 행사만으로 약 9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두게 되는 셈이다.
자산 증식 효과 외에 지배력 안전판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CB 전환시 발행 주식수가 늘어나게 돼 기존 지배주주의 지분율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콜옵션으로 일부 신주를 확보하면 지분율 희석을 상쇄할 수 있다. 이 같은 명분을 내세워 대부분의 코스닥 기업들이 콜옵션을 직접 행사하거나 대주주에게 넘긴다.
이에 시장에서는 케이사인이나 오너인 최승락 대표이사 등 특수관계자가 콜옵션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케이사인은 콜옵션을 제3자에게 넘겼다. 케이사인 관계자는 "이미 3회차 CB 콜옵션이 전량 행사돼 보통주로 전환됐다"며 "콜옵션은 회사나 대주주가 아니라 우호 투자자에게 넘어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케이사인 입장에서는 많은 것을 포기한 결정이었다는 평가다. 콜옵션을 넘기면서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가 발행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재무적으로 따지면 자본 계정인 주식 발행 초과금 유입 규모가 줄어 손해다. 같은 규모로 주식을 발행해도 주당 발행가가 더 낮기 때문에 확보할 수 있는 현금도 그만큼 더 적다.
최승락 대표이사 등 대주주가 콜옵션을 행사했다면 '지배구조 강화' 명분이라도 있지만 그 선택 역시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일반 주주와 함께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여러 부수 효과를 배제하고 제3자에게 수익 창출 기회를 넘긴 형국이다.
케이사인 측은 콜옵션 수혜자에 대해 공시 의무 사안이 아닌 만큼 밝히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여러 부수 효과를 포기한 배경에 대해서는 "경영진의 결정"이라고 답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CB 콜옵션 행사 과정이 깜깜이로 진행되면서 일반 주주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 상승으로 콜옵션 가치는 높아지는데 정작 일반 주주들은 그 권리가 어떻게 행사되는지 알 수가 없다"며 "회사 자산이 움직이는 거래인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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