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인성데이타 경영권 대신 왜 소수지분 택했나 라이더 노무 이슈·정부 규제 등 경영환경 변화 부담
김병윤 기자공개 2020-10-23 08:14:52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2일 14: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영권 매각으로 진행되던 인성데이타 거래가 소수지분 투자 유치로 바뀐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네이버와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딜 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최근 라이더의 노무 이슈와 불공정 거래행위 제재에 대한 여론 집중이 매각 방식의 변화를 야기했다. 협상 상대방인 네이버가 이같은 이슈에 부담을 느끼자, 경영권 매각 대신 사업적 유대 강화 목적의 소수지분 투자로 방향을 틀게 됐다.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황인혁 인성데이타 대표이사는 네이버와 소수지분 투자 거래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네이버는 인성데이타의 신주·구주를 섞어 지분 투자를 할 방침이다. 황 대표의 지분 일부와 기존 재무적투자자(FI)의 몫이 거래대상 구주다. 현재 KDB캐피탈, 수 딜리버리플랫폼 그로스 투자조합, 신한-수인베스트먼트 청년창업투자조합 등이 인성데이타 지분 18%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의 투자규모는 4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네이버는 인성데이타의 기업가치를 3500억∼4000억원 정도로 책정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현재 거래는 막바지 단계로, 조만간 투자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 대표는 인성데이타 지분 81.2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당초 경영권 매각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원매자를 물색해 왔다. 거래 초기 분위기는 매도자 측에 긍정적이었다. 다수의 전략적투자자(SI)·재무적투자자(FI)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해 거래 성사의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유통·물류·모빌리티 부문을 강화하려는 기업들이 인성데이타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딜이 진행될수록 분위기는 바뀌었다. 관심을 보이던 SI·FI가 하나둘 이탈했고, 결국 본입찰 참여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매도자와 원매자 간 가격갭이 투자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매도자는 4000억원 수준의 몸값을 요구해 왔는데, 원매자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 잣대를 적용해왔다고 알려졌다.
네이버 역시 본입찰 참여 여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던 원매자였다. 이때 매도자 측은 네이버의 인수의지가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별도의 협상 테이블을 차리기로 했다. 인성데이타 매각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네이버에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부여했고 양측은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네이버는 인성데이타의 1위 사업자 지위와 배달시장의 확대 가능성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투자를 검토했다. 당초 경영권 인수를 추진했지만 적잖은 부담 요소 발생은 인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라이더 관리와 불공정 거래행위 제재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업무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라이더는 30명이다. 현재 라이더의 90%가 산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았고, 최근 배달 라이더의 산재보험 가입 확대를 촉진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규제와 여론의 추이를 봤을 때 경영권 인수후 인수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인성데이타의 사업 구조상 이같은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여긴 네이버는 결국 소수지분 투자로 방향을 틀게 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라이더의 근로 환경의 변화에 크게 주목했다"며 "인성데이타를 인수할 경우 라이더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적잖은 부담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소수지분 투자로 방향을 선회한 이후에도 네이버는 다양한 구조를 두고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측과 네이버가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중에 한 FI가 네이버를 접촉, 컨소시엄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FI는 PEF가 경영권을 인수하고 네이버는 후순위로 참여하는 구조를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FI는 황 대표가 희망하는 거래가격을 맞추겠다는 뜻을 비출 만큼 인수의지가 강했다. 대신 매각 대상에서 제외했던 인성데이타의 종속회사 바이크뱅크까지 함께 사들이길 원했다. 바이크뱅크는 바이크 리스업체로 황 대표가 인성데이타 매각 후에도 계속 경영하길 원했던 곳이다.
네이버는 PEF 운용사의 제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단독으로 소수지분에 투자하는 편을 택했다. 인성데이타를 창업해 사업을 이끈 황 대표와 직접 맞손을 잡는 게 여러모로 더 득이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상당히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인성데이타 투자에 나섰다"며 "황 대표 역시 네이버와의 협업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한 후 엑시트(exit)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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