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0월 27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환사채(CB)는 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 만기를 기다리면 원금과 이자를 받는다. 일정 조건 하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도 붙어있다. 투자자들은 계산기를 두드려 더 유리한 선택을 하면 된다. CB가 안전 자산으로 평가 받는 이유다.많은 이점에 추가 보너스까지 더한 상품이 바로 CB 콜옵션이다. CB 콜옵션을 확보하면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일부 물량을 되사올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이자율이 낮고, 전환 이점도 없으면 그냥 포기하면 된다. 리스크가 전혀 없는 꽃놀이패다.
통상적으로 CB 발행기업은 이 콜옵션을 대주주에게 부여한다. '경영권 유지와 지배구조 안정'이라는 확실한 명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다. 특권에 준하는 혜택이 제공되는 만큼 이 권리를 배정할 때는 기업의 이익, 더 나아가 전체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돼야 한다. 이 원칙이 무너진다면 CB 콜옵션은 소수를 위한 특혜와 특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최근 코스닥 상장사 '케이사인'의 콜옵션 행사 프로세스를 보면 이 같은 기본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달 초 케이사인 3회차 CB의 콜옵션이 행사됐다. 콜옵션 혜택은 대단했다. 21억원 짜리 주식을 12억원에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시장의 이목은 콜옵션 수혜자로 향했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대주주와 특수관계자들은 아니었다. 케이사인은 우호 투자자가 콜옵션을 행사했다고 전했다. 그것이 끝이었다. 과연 누가 그 과실을 따먹을까.
경영진이 케이사인과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해 콜옵션을 행사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했을 터이다. 그런데 왜 콜옵션 행사자를 밝히지 못하는 것일까. 기업과 주주 이익을 위해 한 일이라면 더 널리 알려야 하지 않나. 괜한 오해와 불신을 막기 위기해서라도.
비단 케이사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처럼 콜옵션이 깜깜이 방식으로 배정되는 탓에 시장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 금융당국이 콜옵션 규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주 증권시장 불법·불건전 행위 집중 대응단 회의를 열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안건 중 하나가 바로 콜옵션 공시 강화였다.
CB 콜옵션은 주주들 누구나 탐내는 투자 상품이다. 특정인에게 이 권리가 배정됨에도 전체 이익을 위해 동의와 지지를 보내줬다. 대주주의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합의된 약속이다. 그럼에도 이를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는다면 그 신뢰의 근간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원래 취지와 달리 사적 이익 창구로 변질돼 시장에서 퇴출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떠오른다. 결국 그 전철을 밟는 걸까. 뒤돌아 기본과 원칙을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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