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V 연장 요청 확산, 비우량채 위기감 '계속' 12월 CP 신용도 정기평가 고비…연말에도 지원사격 이어져
이지혜 기자공개 2020-11-10 13:19:03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6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몰을 앞둔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원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출범 초기까지만 해도 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지원이 AA급 등 우량채에 쏠려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BBB급 등을 향한 지원이 확대되면서 저신용등급 발행사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긍정론이 확산됐다.저신용등급 발행사들은 여전히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신용등급 하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은 여전히 유효하다. 연말 기업어음(CP) 등 단기 신용등급 정기평가를 앞두고 발행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자자들의 보수적 태도도 여전하다. 내년 연초효과가 약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SPV 지원 잇달아, 지원 한도 ‘넉넉’
6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일몰이 앞으로 세 달도 남지 않았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는 올해 7월 24일 출범해 내년 1월 13일 일몰을 앞두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3일까지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회사채와 기업어음 매입에 쓴 자금은 모두 2조91억원이다.
5월 20일부터 7월 23일까지 선매입한 회사채까지 포함해 출범 당일에만 5520억원을 매입했다. 이를 제외하면 출범 이후 약 3달 동안 1조5000억원가량을 추가로 쓴 셈이다. 회사채 매입에 투입된 자금은 총 70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발행사를 지원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AA등급이나 일부 A급 공모채는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미매각 가능성이 높은 A급 이하 공모채는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 대신 KDB산업은행이 대표주관사나 인수단으로 참여해 미매각분이 발생하면 이를 우선 인수하는 방식이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7월 24일 이후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미매각분 우선인수 방식으로 회사채 발행을 지원한 금액은 4340억원이다. 군장에너지가 1600억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지원받았고 두산인프라코어가 800억원, 파라다이스가 70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밖에 대우건설, ㈜두산, AJ네트웍스, 한진 등도 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도움을 받았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발행사 지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자금력은 여전히 넉넉하다. KDB산업은행 출자와 한국은행의 대출 등을 활용해 3조원의 재원을 마련해둔 뒤 시장 수요에 따라 최대 20조원까지 자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연말이 되면서 회사채 발행이 급격히 줄어드는 만큼 올해 안에 3조원을 모두 소진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신용도 하향 위기감 여전, SPV 도움 절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를 향한 기업들의 지원요청은 끊이지 않는다. 11월 공모채를 한 번 더 발행하는 ㈜두산과도 기업유동성지원기구를 인수단으로 참여시킨다. 이밖에 SK건설과 CJ CGV도 공모채 발행과 관련해 기업유동성지원기구와 현재 긴밀히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점차 비우량회사채와 CP 매입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타격을 받은 기업들이 공모채를 발행하는 데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A급 이하 회사채와 CP 매입비중은 약 70%에 육박한다.
위기감도 여전하다. 김상훈, 이성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까지 펀더멘탈 개선에 힘입어 신용도가 높아졌지만 올해는 코로나19를 피해가지 못해 모든 신용등급에서 하향 기조가 나타났다”며 “2021년에도 등급 조정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은 당장 12월 CP 신용등급 정기평가를 우려하고 있다. 현재 등급전망에 ‘부정적’을 달고 있는 기업만 100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는 이런 상황을 극복할 방책으로 여겨진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출범한 이후 수요예측의 평균 결정금리는 7월 +55bp 수준에서 8월 +5bp수준으로 하락했다. 10월에는 -0.9bp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 연구원과 이 연구원은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출범하면서 A급 이하 발행시장이 빠르게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연장 논의 임박?
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연장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비우량채 회사 만기 도래 물량이 올해보다 많은 만큼 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역할이 앞으로 더 중요해졌다”며 “원활한 회사채 차환을 위해 매입기간을 연장하거나 현재 3조원의 매입자금 규모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의 A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의 스프레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확대된 채 축소되지 않고 있다. 나이스C&I에 따르면 3년물 A+ 등급 스프레드는 올해 1~2월 60bp 정도였지만 6~7월 94bp까지 벌어졌다. 11월 현재도 90bp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내년 만기 도래 회사채 물량도 만만찮다. 2021년 A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 만기 도래 물량은 모두 11조2000억원이다. 올해 10조5000억원보다 많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참여 여부가 공모채 발행은 물론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우량등급과 비우량 등급 간 양극화가 내년 연초까지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유관기관에서도 이와 관련해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KDB산업은행, 정부부처의 실무진들이 지원실적과 규모, 기간 등을 놓고 깊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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