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SK㈜]최태원 회장의 바뀐 인생관, 사외이사진도 바꿨다②사회적가치 창출 기업 변신 고민…ESG 전문가 사외이사로 선임
박기수 기자공개 2020-12-08 09:13:51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1일 16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의 인생관이 바뀐 시점은 언제였을까.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 최 회장의 발언을 살펴보면 힌트가 나온다.기업 총수의 가치관 변화는 곧 그룹의 가치관 변화다. 1인이 그룹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은 이사회 중심 경영의 정신과는 상충되지만, 여전히 그룹의 철학을 세우고 거대담론을 제시하는 역할은 최대주주 경영인의 몫이라는 시각이 짙다.
사회적 가치에 몰두하기 시작한 최 회장은 SK그룹을 2020년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ESG 경영에 나서는 그룹으로 변모시켰다. 최근 최 회장은 SK그룹 CEO 세미나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등 종전 재무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유효하지 않다"라면서 "이제는 매력적인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긴 파이낸셜 스토리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의 SK그룹이 창출하려는 사회적 가치와 ESG 경영은 많은 부분에서 맞닿아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경영(E)과 지역사회와의 소통, 건강한 노사관계, 공정거래(S), 주주권리 보호와 투명한 이사회 경영(G)은 SK그룹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로 여겨지고 있다.

최 회장이 SK그룹 내 유일하게 등기임원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계열사는 SK㈜가 유일하다. 그의 철학과 가장 맞닿아있고 가장 빨리 녹아들 수 있는 계열사 역시 지주사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 회장의 ESG 경영의 하이라이트는 스스로 SK㈜의 권력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점이었다. 작년 초 최 회장은 이사회내 한 축인 이사회 의장직을 신임 사외이사인 염재호 고려대 총장에게 넘겼다. 투명한 이사회 확립을 위한 오너의 자발적 결단과 함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되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SK㈜의 이사회 의장은 염재호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대표-의장 분리 외에도 SK㈜는 2010년대 중반부터 ESG 경영을 위한 제반 작업을 실시해왔다. 사외이사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ESG 경영을 위한 노력이 보인다.
지주사 체제 전환 전이었던 2010년대 초반 지주사 역할을 했던 SK C&C의 사외이사진은 틀에 박혀 있었다. 장관급 정계 인물 1인과 법조계 인물 1명, 재무·회계통 1명과 학계 출신 교수 1인으로 사외이사진이 이뤄졌다. 그러다 2010년 후반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사회적 가치와 ESG 경영을 연구하는 전문가가 사외이사진에 추가되기 시작했다.
2017년에 임명된 장용석 사외이사가 대표적이다. 스탠포드 대학 사회학 박사과정을 밟고 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인 장용석 사외이사는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경영, ESG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ESG 경영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ESG 분야의 전문가를 이사회에 등재시키는 케이스는 아직까지 드물다"라면서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를 이어가면서 ESG 분야 전문가를 이사회에 포함시킬 경우 지배구조 등급에서 가점 요소가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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