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이사회 모니터/KT]'내부출신' 힘싣기 본격화, '외풍차단·전문성 확보' 포석③12년 만에 내부승진 대표 취임…전임 사장, 사외이사로 등판

최필우 기자공개 2020-12-03 07:29:02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7일 14: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는 작년까지 외부 출신 대표이사 체제를 11년간 이어왔다. 이 기간 재임한 두 대표이사 회장 모두 정치권과 인연이 있는 인사다. 높은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 만큼이나 외풍에 시달린 요인이다.

외부 출신 대표 체제는 2009년 이석채 전 회장 취임으로 시작됐다. 이 전 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장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지낸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친이계'라는 평가 속에 KT 회장에 취임해 낙하산 논란을 낳았다.

그는 2013년 11월 배임,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진했다. 작년부터는 유력 정치인 자녀를 부정하게 채용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14년 취임한 황창규 전 회장 역시 주로 삼성전자에서 경력을 쌓은 외부 출신이다. 2010~2013년엔 이명박 정부 지식경제R&D전략기획단장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 때 취임해 임기 내내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고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약 18억원을 출연하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검찰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나 임기 동안 KT를 외풍에 노출시켰다는 비판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KT 이사회는 내부 출신 대표이사를 중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올해 취임한 구현모 KT 대표는 30년간 재직한 '정통 KT맨'이다. 내부 출신의 대표이사 승진은 2006~2008년 재임한 남중수 전 대표 이후 12년 만이다.

구 대표는 외풍에 자유로운 것 만큼이나 전문성 측면에서도 전임자들에 비해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료 출신인 이 전 회장과 반도체 전문가인 황 전 회장은 통신에 대한 지식과 통찰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내부출신 전문가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는 사외이사진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선임된 표현명 사외이사는 KT에서 2009년 부사장, 2010년 개인고객부문 사장, 통신&융복합(T&C)부문 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 전 회장 사임 후에는 직무대행을 맡을 정도로 고위 인사였다. 2009~2013년 사내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소속된 경력도 있다. 전임 사장을 다시 사외이사로 중용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사내이사였던 인물을 기용하면 경영진 견제라는 사외이사 선임 본연의 취지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제기됐으나 이사회는 선임을 강행했다. 내부 출신을 중용해 외부 인사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이사회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표 이사가 2014년 KT렌탈 사장을 맡을 당시 회사가 롯데그룹에 매각되면서 내부 인사를 바로 사외이사로 선임해선 안된다는 규제에서도 자유로웠다.

KT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사내이사를 배제하지 않는데도 내부 목소리를 이사회에 전달하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 KT는 전통적으로 5~7명의 이사로 사추위를 구성하는데 사내이사 1명이 항상 소속돼 있다. 올해 표 이사를 선임할 때는 김인회 전 KT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사추위에 속해 있었다.

사외이사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는 기업은 사추위에 사내이사를 포함시키지 않는다. KT는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고수하고 사외이사 비중을 70% 이상으로 유지하는 등 사외이사 친화적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으나 사추위의 사내이사 몫 만큼은 양보하지 않고 있다. 외풍에 취약하다는 회사 특성을 감안해 사외이사 선임에 내부 견해를 전달할 창구를 남겨 놓은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