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KT]사외이사 중심 경영 '독립성 담보 vs 외풍 근원'②관료출신 비율 38%, 정권따라 교체…전문성·다양성 부족, 여성 단 1명
최필우 기자공개 2020-12-02 07:30:08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5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의 사외이사 중심 경영은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 모델로 조명 받고 있지만 그림자도 존재한다. KT 이사회엔 관료 출신 인사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최근까지 빈번하게 외풍에 시달렸다. KT를 둘러싼 정치 사회적 환경의 문제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사외이사 권한이 오히려 이사회 독립성에 방해가 된 셈이다. 정작 사외이사에게 기대되는 전문성과 다양성 측면에서도 부족함이 우려된다. 을 드러냈다.현재 KT 사외이사는 총 8명이다. 전체 이사회 구성원 11명 중 73%가 사외이사로 이뤄진 셈이다. 이는 국내 상장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KT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 및 견제 기능이 탁월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외이사 면면을 살펴 보면 이사회가 독립성을 갖췄다고 보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전통적으로 관료출신 인사 비중이 높고 이들이 의장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회사 경영과 지배구조 면에선 독립적이지만 오히려 정치적 입김에선 독립적이지 못하다. 2003년 민영화 이후 17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정부 입김에서 자류롭지 못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현 이사회 의장인 김대유 의장도 대표적인 관료 출신이다. 대외협력 전문가라는 명목으로 지난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그의 선임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친 이력은 참여정부 대통령 비서실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이다. 규제 산업인 이동통신(MNO)과 유료방송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당국과 원활한 소통이 필요해 친여성향 인물을 기용했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2018년 선임된 이강철 사외이사, 지난해 선임된 유희열 이사 역시 관에 몸담은 이력이 있다. 이 이사는 참여정부에서 시민사회수석비서관, 정부특보를 역임했다. 유 이사는 김대중 정부 시절 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냈다. 유 이사의 경우 ICT(정보통신 기술) 분야 전문성을 갖췄다는 점도 선임에 감안됐다.
이들이 기용 의도대로 정부와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주도로 방송통신 M&A 관계기관 협의체가 구성되는 등 시장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덕분에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HCN 인수 9부 능선을 넘었고 이어 KT도 딜라이브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KT그룹이 인수합병을 시도할 때마다 공공성 논란에 시달렸던 것과는 다른 기류다.
다만 정치색 짙은 인사 비중을 높게 유지했다간 언제든지 이사회가 외풍에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4~2017년 이사회 의장을 지낸 송도균 전 사외이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송 전 의장은 이명박 정부 때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규제 당국에서 KT 이사회로 직행에 논란을 낳았을 뿐만 아니라 2017년 정권이 바뀐 후 진영 논리에 따라 경영진과 대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송 전 의장과 비슷한 시기 재임했던 김종구 전 의장은 김영삼 정부 법무부장관이었다. 법조 전문가가 통신사인 KT 사외이사에 선임되는 것은 물론 이사회 의장을 맡을 마땅한 명분이 없음에도 의장직을 2년이나 수행했다.
관료 출신 인사들이 이사회를 주도하는 사이 다양성,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의 자리는 좁아졌다. 현재 8명이나 되는 사외이사 중 사회공헌, 지속가능경영 역량을 업그레이드 할 만한 인물을 특정하기 어렵다. 또 KT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금융(케이뱅크), 콘텐츠(KT, KT스카이라이프, 스토리위즈 등) 관련 전문가 비중도 낮은 편이다. 그나마 한국금융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단 성태윤 이사가 관련 경험을 갖고 있다.
여성은 여은정 사외이사 단 1명에 불과하다. 2004년 이사진에 합류한 윤정로 전 사외이사가 여성 최초로 2006~2008년 이사회 의장을 맡기도 했으나 이후 여성 비중을 늘리려는 KT의 노력은 눈에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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