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등장' 한국타이어 차녀, ‘조현범 체제’ 힘싣기? 안건 찬성표 행사, '캐스팅보트' 역할 유지 가능성
김경태 기자공개 2021-01-04 13:56:08
이 기사는 2020년 12월 31일 10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의 차녀인 조희원씨가 '사명 변경'을 안건으로 열린 지주사 정기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했다.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조현범 사장이 지주사 공동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열린 첫 주총에 힘을 실었다. 다만 이번 안건의 성격과 그간 희원씨의 행보를 고려할 때 명확한 '조현범 지지 선언'으로 연결 짓기는 섣부르다는 평가도 나온다.30일 재계에 따르면 희원씨는 전날 오전 9시 개최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총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이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희원씨가 참석해 발언하거나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며 "별다른 일 없이 안건에 찬성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희원 씨의 주총 직접 참석은 간 행보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조 사장이 올 7월말 조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 전량을 넘겨받은 뒤 정중동 행보를 보였고 공식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행보로 희원 씨가 '조현범 힘 싣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 지주사 대표이사는 조현식 부회장이 홀로 맡고 있었다. 그러다 조 사장은 지난달 26일 전격적으로 공동대표이사로 등극했다.
조 부회장은 아직 공동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는 있다. 하지만 조 사장이 대표이사에 올라서는 과정에서 사외이사 3인을 우군으로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내외는 물론 오너 일가에 조언을 해온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조 사장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주총은 조 사장이 공동대표로 취임한 뒤 처음으로 열렸다. 안건 역시 조 사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여기에 희원씨가 직접 참석하는 공을 들이고 안건에도 찬성하면서 조 사장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주총 안건의 성격을 고려할 때 아직 조 사장 지지 선언으로 연결 짓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주총은 사명을 변경하기 위해 열렸다. 지주사 사명은 애초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였다.
그러다 작년 3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바꿨다. 그 후 코스닥 상장사 ㈜한국테크놀로지와 상호 분쟁을 겪었다. 이에 법적공방을 이어가면서 이름을 또다시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고 실행한 것이다. 새로운 사명은 '한국앤컴퍼니㈜(Hankook & Company)'다.
지난달 13일 열린 이사회에서 사명 변경을 위한 주총 소집 안건에 조 사장뿐 아니라 조 부회장도 찬성했다. 오너 일가 측근은 "조 부회장도 이번 주총에서 안건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즉 이번 안건은 경영권 분쟁과는 성격이 다른 사안으로 모두가 동의한 내용인 셈이다.

희원 씨의 그간 행보를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앞서 재계에서는 희원 씨가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 조 부회장과 함께 진영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그는 명확하게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희원 씨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희원 씨가 보유한 지주사 지분때문이다. 현재 조 사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은 42.9%로 압도적인 1대주주다. 조 부회장은 19.32%로 2대주주이지만 조 사장과 격차가 크다.
희원 씨는 10.82%를 보유하고 있어 일종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조 사장과 희원 씨의 지분율을 더하면 53.72%로 더 이상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기 어려운 수준이다.
반대로 희원 씨가 조 부회장과 뜻을 함께한다면 지분율이 30%가량으로 조 사장과의 차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 소액주주 등이 조 부회장을 지지한다면 조 사장과 대등한 싸움이 기대해볼 수 있다.
향후 조 회장의 성년후견 절차에서 희원 씨가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그는 올 10월초 서울가정법원에 의견서를 냈고 '관계인'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법률대리인을 선임하지는 않았지만 두차례 정도 서류 열람·복사 신청을 하며 사건에 관심을 두고 있다.
다만 성년후견 절차가 통상적으로 시일이 오래 소요된다는 점이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기도 하다. 애초 전날 참가인을 선택한 조 부회장의 면접조사기일이 잡혀 있었으나 다시 날을 잡기로 했다.
이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기일 변경은 최근 질병 확산세를 고려한 것으로 안다"며 "새로운 기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참여 관계자들은 1월 중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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