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 피소' 국민은행, 손실 리스크 실제 있을까 부코핀은행 인수 불법행위 없어, 청구액도 비상식적 '다른 노림수'
김현정 기자공개 2021-01-29 07:41:08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8일 11: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조6300억원. 보소와그룹이 자신들이 거느리던 부코핀은행 매각에 문제가 있었다며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과 KB국민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이다. 금액 그 자체만으로도 '이슈 몰이'가 됐다. 동시에 국민은행이 엄청난 배상 책임을 물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생겼다.하지만 국민은행이 실제 책임을 짊어지게 될 상황은 아니란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국민은행이 유상증자로 추가 지분을 획득하기 전 보소와그룹이 보유한 부코핀은행의 지분가치가 1000억원을 하회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를 봤을 때도 배상 청구액이 터무니없는 숫자인 셈이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보소와그룹은 1조6300억원대 손해배상 소를 제기하며 내세운 핵심 사유는 △금전적 손해(원고의 부코핀은행 주식 취득비용 등) △비금전적 손해(원고의 시간적 손실 및 시장 신뢰상실 등) 등이다. 정작 구체적 계산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선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이같은 금액은 '무리수'란 평이다. 부코핀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 자본은 8162억원가량이다. 국민은행은 작년 7~8월 두 차례에 거쳐 추가 지분 45%를 4000억원가량에 인수했다. 최대주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가정했을 때 부코핀은행의 전체 공정가치는 총자본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보소와그룹은 2020년 7~8월 두 차례에 거친 부코핀은행 유상증자로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23.4%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과거 30%대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2018년 7월 국민은행이 처음 부코핀은행에 투자할 때 현 수준까지 지분이 축소됐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추가 유상증자 참여로 지분을 67%까지 늘리며 경영권을 확보한 뒤에는 지분 11.6%를 보유한 2대 주주 자리로 내려왔다.
국민은행의 유상증자 참여 전 보소와그룹이 보유한 부코핀은행의 총 지분가치는 1000억원에 못미쳤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갖다붙여도 보소와그룹의 보유 지분가치가 1000억대 초반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비금전적 손해’ 구실로 배상 청구액을 추가했다고 해도 1조6300억원은 비합리적 규모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불필요한 감정적 소송 제기나 과도한 소송금액 제기를 방지하기 위해 소가에 따라 더 높은 인지대를 지불하도록 하기 때문에 함부로 소송가액을 내지 못한다”며 “인도네시아 사법 체계에서는 그런 제도가 없기 때문에 상식적이지 않은 소송 규모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민은행은 불법행위 '당사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액도 책임질 상황은 아니란 게 업계 판단이다. 실제 보소와그룹이 국민은행의 불법행위로 열거한 내용들은 모두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의 ‘승인 권한’ 하에서 이뤄진 일들이었다.
외국인주주의 은행 지분 한도를 40%로 제한하는 규제 속에서도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 지분을 67%까지 늘릴 수 있었던 건 OJK의 승인에 따른 일이었다. 또 최대주주로 올라설 경우 소수지분을 사들여야 하는 강제공개매수 제도를 피해갈 수 있었던 것도 OJK가 먼저 제시한 부코핀은행 인수조건 안에 포함된 내용이었다.
결국 이번 소송의 근간은 OJK의 권한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문제에 있는데 이는 보소와그룹과 OJK가 다툴 일이지 국민은행이 다툴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은 공시를 통해 소송 결과가 국민은행의 재무 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며 소송의 근거가 없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현지를 비롯해 부코핀은행 내부에서도 OJK와 국민은행을 비호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코핀은행은 국민은행이 경영 참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문을 닫았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리반(Rivan Purwantono) 부코핀은행장은 최근 일련의 소송 사태에도 부코핀은행의 주식소유 구조에는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 성의껏 지원을 했으며 ‘KB부코핀’으로의 사명 변경도 머지 않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보소와그룹은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 최대주주가 된 이후 오히려 경제적 이익을 누린 상황이란 분석도 있다.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부코핀은행의 주가는 국민은행의 경영권 확보 당일 기존 180루피아에서 264루피아로 급등한 뒤 지속해 올랐다. 1월 15일 종가 기준 770루피아에 달했고 장중 한때 845루피아를 찍기도 했다. 부코핀은행 지분 11.6%를 보유한 보소와그룹은 그 가치가 종전의 4배 이상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부코핀은행의 지분가치가 크게 뛰자 보소와그룹 측이 꽃놀이패를 쥐고 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다만 정황상 근거가 합리적이지 않은 만큼 국민은행이 배상액을 떠안게 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김현정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유동성 풍향계]1.15조 SKB 지분 매입 'SKT', 현금창출력 '자신감'
- [백기사의 법칙]국책은행이 백기사, 한진칼에 잔존하는 잠재리스크
- 금융지주사 밸류업과 '적정의 가치'
- [백기사의 법칙]1,2위사 경영권 분쟁 '진정한 승자'였던 넷마블
- [2024 이사회 평가]대한해운, CEO가 틀어 쥔 사외이사…독립성 취약
- [2024 이사회 평가]사업형 지주사 '동원산업', 이사회 개선은 현재진행형
- [2024 이사회 평가]대상, 이사회 성실한 참여…평가 시스템 '미흡'
- [백기사의 법칙]남양유업 백기사 자처했던 대유위니아, 상처뿐인 결말
- [백기사의 법칙]SM 인수 속 혼재된 흑·백기사 ‘카카오·하이브’
- [2024 이사회 평가]LG전자, 매출 규모 못 미치는 성장성·주가 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