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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내부거래 사각지대 점검]사익편취 첫 대법 판결, 한진그룹의 운명은⑫2017년 고법 승소, 4년째 계류 중…문제 된 유니컨버스·싸이버스카이 모두 매각

박상희 기자공개 2021-02-22 10:30:17

[편집자주]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불리는 사익편취 금지 규정은 2015년 2월 본격 시행됐다. 공정위 레이더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수 기업들이 오너일가 보유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거나 계열사 흡수합병을 통해 지분율을 낮추는 등 지배구조에 변화를 일으켰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6년 만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사각지대에 있던 기업들이 대거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편입된다. 사각지대에 있던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7일 16: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업 가운데 공정위 칼날을 두려워하지 않는 곳이 있을까. 크게 데인 적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사익편취 규정에 한정해선 한진그룹은 공정위와 펀치를 한번씩 주고 받았다.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를 제재하고 검찰에 고발조치하자 한진그룹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행정소송을 제기해서 고법에서 승소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2015년 2월 사익편취 규정 시행 이후 첫 대법 판결인만큼 당사자인 한진그룹은 물론 재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고법 승리 이후에 유니컨버스와 싸이버스카이 지분을 아예 매각하는 강경 조치를 취했다. 공정위 체면을 세워주면서 문제의 소지가 될 '싹'을 아예 제거한 것이다. 이후 일감 몰아주기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다만 언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지 알 수 없다.

◇2016년 공정위 제재 이후 '투 트랙' 전략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관련 한진그룹을 제재한 것은 2016년 11월이다. 공정위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한진그룹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대한항공과 자회사 등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4억3000만원을 부과했다. 또 내부거래 의도나 목적 등을 고려해 대한항공(법인)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가 내부거래 수혜기업으로 지적한 기업은 유니컨버스와 싸이버스카이다. 공정위는 오너일가가 직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 기업에 대한항공 등 계열사가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규모를 키워줬다고 봤다. 이는 결국 오너일가에 대한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투 트랙' 전략을 취했다. 공정위 제재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온 계열사의 오너일가 지분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한진그룹은 고등법원에서 승소했지만 공정위가 지적한 계열사를 매각하는 강공을 펼쳤다. 2017년 한진그룹은 오너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유니컨버스 지분을 전량 대한항공에 무상 증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콜센터를 위탁 운영과 전산시스템 장비의 유지·보수를 맡고 있던 유니컨버스 지분은 고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차녀 조현민 ㈜한진 부사장 등이 100%를 갖고 있었다. 증여를 통해 한진그룹의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꼽혀온 유니컨버스는 대한항공의 자회사가 됐다.

한진그룹은 이에 앞서 2015년 11월 내부거래를 통한 총수 일가 사익 편취가 문제로 대두하자 기내면세품 판매 사업을 하는 싸이버스카이의 총수 일가 지분 100%를 대한항공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에는 조 회장 일가가 이 지분을 유상으로 대한항공에 넘겼지만 이번에는 무상으로 증여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근본적으로 불식하기 위해 공정위가 지적했던 사업을 모두 대한항공 및 한진정보통신으로 이관하고, 유니컨버스 및 싸이버스카이 주식 모두를 대한항공에 증여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진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도 영향을 받을 기업은 많지 않다. 종전에는 총수일가가 지분을 30% 이상(상장사 기준, 비상장사는 20% 이상) 보유한 계열사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인 상장·비상장 계열사'와 ‘이들 계열사가 지분을 절반 넘게 가진 자회사'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확대됐다.

사각지대에 있던 제동레저, 진에어, 토파스여행정보 등은 2019년 기준 내부거래 비중이 거의 없다. 한진관광의 내부거래 비중은 7.54%(내부거래 금액 37억원)다. 칼호텔네트워크는 내부거래 금액이 404억원, 비중이 36.47%로 높은 편이다. 더블류에이씨항공서비스는 내부거래 비중은 85.23%로 높지만 금액은 6억원 규모로 낮다. 지주사인 한진칼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53.69%)과 금액(349억원) 모두 높은 편이다.


◇고 조양호 회장 타계, 경영권 승계 완료…국세청, 한진그룹 타깃 주체가 바뀌나?

한진그룹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결과는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2017년 고등법원에선 한진그룹이 승소했다. 서울고법은 판결문에서 "(사익편취 행위가)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것인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필요하다며 "사익편취를 통한 경제력 집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를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증명책임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은 당사자인 한진그룹 뿐만 아니라 공정위와 재계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전망이다. 공정위가 사익편취를 통해 총수와 오너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는지를 밝히지 못하면 '일감 몰아주기' 제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공정위로부터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은 CJ그룹이나 현대그룹 등은 오너일가가 고발조치 되지 않았다. 공정위가 한진그룹에 대해서만 혐의를 무겁게 둔 모양새인데, 대법원에서도 한진그룹이 승소한다면 공정위로선 상당히 체면을 구기게 된다.

한진그룹이 고등법원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건 2017년이다. 이후 4년째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는 어떻게 될까. 재계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한진그룹이 승소할 경우 일감 몰아주기 관련 이슈에서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당초 공정위에서 한진그룹을 겨냥한 것도 '경영권 승계'와 맞물린 것이었는데, 고 조양호 회장이 급작스럽게 타계하면서 경영권 승계가 이미 완료됐기 때문이다.

재계는 공정위가 한진그룹을 일감 몰아주기 제제 타깃으로 삼은건 유니컨버스 등 오너일가가 직접 보유한 계열사가 삼성물산, 삼성SDS, 현대글로비스처럼 오너 후계자인 조 사장의 승계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유니컨버스는 공정위 제재 이전 매출 123억원 가운데 26억4000만원(21.5%) 내부거래로 벌어들였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앞세워 유니컨버스, 싸이버스카이 등을 제재한 것이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조치로 알고 있다"면서 "고 조양호 회장 타계로 경영권 승계가 이미 마무리 된 시점에서 공정위가 추가로 한진그룹을 사익편취 관련 심층 조사하지는 않을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 조양호 회장 타계 이후 한진그룹을 타깃으로 삼은 주체는 공정위에서 국세청으로 바뀌었다. 국세청은 지난해 5월 한진그룹 오너 일가를 상대로 상속세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고 조 회장과 고 조중훈 창업주가 스위스 등 일부 국가에 남긴 비밀계좌 예금과 부동산 자산을 추적했다.

이와 관련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달 초 조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에 필요한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서 국세청은 고 조양호 회장의 상속세 조사와 함께 대한항공·정석기업 기업 등에 대한 탈세 여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법원에서 공정위 승소로 판결날 경우엔 정석기업이 새로운 타깃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석학원은 오너 일가의 금고 역할을 위한 대표적인 내부거래 기업으로 손꼽혔지만 공정위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관련 제재를 받은 적은 없다.

2019년 기준 정석기업의 내부거래 금액은 84억7100만원으로, 전체 매출액에서 내부거래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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