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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의 도전과 금호석화의 응전 [thebell note]

조은아 기자공개 2021-03-12 11:09:17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1일 08:1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쎄요”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쉽지 않아 보이는 길을 걷는 이유를 묻자 박 상무 측 관계자가 한 말이다.

박 상무의 진짜 의도는 모르겠다. 아주 감정적일 수도, 반대로 아주 이성적일 수도 있다. 알게 모르게 조금씩 쌓여왔던 서러움이 터져 그저 숙부에게 타격을 입히고 싶었던 것일 수도, 면밀한 계산 끝에 승산이 있다고 보고 오랫동안 시기와 강도를 조율한 결과물일 수도 있다. 그의 주장대로 최대주주로서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순수한 의지가 있을 수도 있다. 박 상무만 알 일이다.

어찌됐든 박 상무가 이번에 진다면 예전과 같은 회사 생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직’을 건 싸움이라는 얘기다. 절박함 때문인지 박 상무의 움직임은 과거 재벌가 형제의 난에서 흔히 봐왔던 도전자들과 다른 측면이 있어 보인다. 속내야 어떻든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주주친화라는 말 그대로 요즘에 ‘먹힐 만한’ 카드를 내민 덕분이다.

그래서일까. 금호석화의 응전은 박 상무의 도전 이상으로 세련됐다. 이번에 내놓은 주주총회 안건은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기로 했고 ESG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도 설치한다.

시대의 흐름을 적절히 따라가는 걸 넘어 한 발 앞서가는 모양새다. 실질적으로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좌우할 배당에서도 오랫동안 고수했던 안정을 포기하는 유연함을 보여줬다.

양쪽의 다툼이 그저 혈육끼리 벌이는 꼴사나운 싸움으로만 비춰지는 게 아쉬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카가 숙부를 배신했다며 차가운 눈총을 보내기엔 전장(戰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 결과물이 그럴싸하기 때문이다.

금호석화는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찬구 회장은 1984년 금호석화 대표이사에 올랐다. 중간에 두어 차례 자리를 비우긴 했지만 햇수로만 30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자연스럽게 꼼꼼하고 신중한 박 회장의 성향이 경영에도 반영됐다.

달이 차면 기울기 마련이다. 시대의 변화에 무뎠던 금호석화는 박 상무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금호석화가 이번에 2차 전지, 바이오, 반도체 소재 등 대세로 떠오른 산업들에 진출할 의지를 내보였다는 건 자신들이 의도치 않게 고였다는 걸 인지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박 상무가 아니어도 금호석화가 언젠가는 겪을 변화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그러나 박 상무가 쏘아올린 공이 시기를 앞당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승패를 가를 주총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선택은 주주들의 몫이다. 박철완 상무가 허무하게 질 수도, 금호석화가 예상치 못하게 질 수도 있다. 주주들은,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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