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KCC건설]감사 1인체제…두드러지는 '장기 재직' 기조①2014년 선임, 7년째 같은 감사…작년까지 퇴직임원이 사외이사 재직
고진영 기자공개 2021-03-22 16:43:46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5일 1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C건설은 사외이사가 1명뿐이다 보니 감사위원회 설치없이 감사 1명을 따로 뽑아 관련 업무를 맡기고 있다.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면 최근 몇년간 이사 또는 감사를 쉽게 교체하지 않는 기조가 뚜렷하다는 점이다.이미 7년째 같은 감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고 작년 퇴임한 사외이사는 임원으로 있었던 기간을 포함해 40년을 KCC건설에 몸담기도 했다. 이 경우 내부사정에 훤하다는 이점은 있을 수 있으나 독립성 여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현재 KCC건설은 정교순세무회계사무소 대표인 정교순씨가 감사를 담당하고 있다. 1992년부터 회계사무소를 운영 중인 만큼 감사로서 전문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임기는 2023년 3월까지로 2년이 더 남았다.
문제는 정 대표의 재직기간이다. 2014년부터 KCC건설 감사를 겸직 중이니 이미 7년을 꽉 채웠다. 남은 임기까지 마치면 총 9년을 근무하게 되는 셈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감사에게 6년을 넘는 장기재직을 피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이 기간을 이미 넘겼다.
실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해 KCC건설의 주총을 앞두고 정교순 후보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 “장기재직에 따른 독립성 침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선임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KCC건설은 감사뿐 아니라 사외이사에 대해서도 과거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된 적이 있다. 현재 KCC건설의 이사회 멤버 구성을 보면 정몽열 회장(대표)과 윤희영 사장(대표), 기술본부장인 심광주 부사장 등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사외이사인 신호영 이사의 경우 지난해 3월 선임됐고 그 전에는 임원 출신인 최창렬씨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었다. 최 전 이사는 KCC건설이 2005년 사명을 변경하기 전인 금강종합건설 시절부터 회사에 근무했던 내부 인사다. 1979년 입사해 2003년부터 등기임원에 포함됐으며 2004년에는 상무로 승진했다. 사내이사에서 내려온 것은 2008년이다.
그러나 최 전 이사는 2014년 사외이사로 돌아오면서 등기임원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상법은 2년 이내에 회사 상무로 종사한 이사는 사외이사로 선임될 수 없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최 전 이사는 회사를 떠난 지 6년이 지나 제한에 걸리지 않았다.
KCC건설은 최 사외이사의 선임 이유를 두고 높은 업무 이해도를 들었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사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KCC건설은 최 전 이사의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면서 "주요현장의 현장소장 및 토목총괄임원 등을 역임하며 당사 업무를 폭넓게 경험했다"며 "2014년부터 사외이사로 활동해 기술적 경력뿐만 아니라 회사 경영 전반의 내용 및 업계 현황에 대한 전문성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퇴직임원을 사외이사로 앉히는 것은 재계의 유구한 관례로 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많은 기업들이 그간 회사 또는 관계사 퇴직임원들에게 사외이사 자리를 챙겨줬지만 이런 분위기는 차츰 사라지는 추세다.
회사 임원 출신은 독립성과 객관성을 지니고 경영진을 견제하기 힘들어 거수기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시선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역시 KCC건설 2018년 최 전 이사의 재선임 건에 대해 "과거 해당 회사 및 특수관계가 있는 회사의 집행임원이었던 사람은 대주주나 경영진을 견제·감시할 능력이나 독립성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며 반대했다.
당시 KCC건설 주총에서는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최 전 이사의 선임건이 통과됐다. 그러나 작년 초부터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최 전 이사가 더 이상 이사직을 수행할 수 없어졌고 후임으로 신호영 교수가 선임됐다. 투명성 측면에서 한층 나아졌다는 분석이다.
신호영 교수는 국세청 사무관과 대법원 조세팀 재판연구관, 국세청 납세자보호관 등을 거쳤다. 현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KCC건설 관계자는 “20여년간 조세분야에 있었고 이론과 실무에 모두 능통한 조세법 전문가"라며 "회사의 사업방향을 검토할 때 전문지식을 통한 적법하고 윤리적인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그 자격과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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