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Radar]보험 민원 '협회'로 이관, 금감원·생손보협회 '윈윈'금감원 업무부담 줄고 협회는 예산·인원↑, 보험사 "손해율 개선 기대"
이은솔 기자공개 2021-04-15 08:14:39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4일 12: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 민원을 금융감독원이 아닌 생명·손해보험협회가 중재할 수 있도록 법안이 개정된다. 기존에는 금감원만의 권한이었던 민원 업무를 협회로 이관하는 것으로 개정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업계에서는 이 제도가 금감원과 협회 모두 '윈윈'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과중한 업무를 덜고, 협회는 인원과 예산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보험사들도 손해율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회에서는 보험 민원을 생손보협회가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 정무위원인 김한정 의원은 보험협회가 민원처리 및 분쟁의 자율조정 및 상담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근거를 마련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상 보험 고객은 해당 금융회사 직접 민원을 넣거나 금융감독원, 한국소비자원에 미원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금감원의 권위와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대부분의 보험 민원이 금감원에 접수된다.
그러나 금감원의 인원에 한계가 있다보니 모든 민원을 처리하는 게 쉽지 않다. 최근 5년간 전체 금융 민원의 60%를 보험 민원이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실손보험 등의 민원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인데 분쟁 담당 인력은 한정돼 있어 민원 처리에 소요되는 기간도 점차 길어지는 추세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민원 처리 기능을 이관하면 업무량을 경감할 수 있다. 특히 단순 지급 관련 민원이나 악성 민원 등까지 금감원 인력이 처리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있었다.
다만 삼성생명의 암보험 지급건과 같이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민원의 경우에는 직접 심사·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놓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잡무는 덜고 권한은 유지하는 방향이다.
실제 개정안도 이런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김한정 의원실 관계자는 “단순한 민원이나 고지, 질의 등은 협회가 전담하고 복잡하고 논란 가능성이 있는 분쟁은 금감원이 담당하면 민원 서비스가 더 신속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생손보협회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업무량이 증가하면 인원과 예산을 그만큼 늘릴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현재도 협회에는 보험 사기 조사 등 전 업권이 협업해야 하는 업무들 때문에 각사 직원들이 파견돼 있다. 민원 처리 업무를 맡게 되면 관련 위원회 등을 구성하기 위해 파견인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민원 업무를 대행하려면 일정 수준의 제재·경고 권한이 부여될 수도 있다. 회원사들로부터 받는 협회비 역시 증액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 취임한 생손보협회장 입장에서도 협회의 규모를 키우고 권위를 높일 수 있는 주요 업적이 된다. 정희수 생보협회장은 취임 직후 "협회의 민원업무 강화를 위해 금감원과 합리적인 업무 분담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환영할만한 일이다. 특히 손보사에서는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가 가장 큰 고민이다. 생보사는 단독 상품으로 판매되는 실손보험을 아예 판매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비급여 치료를 지나치게 많이 받거나, 과거 설정된 특약으로 실제 의료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수술·입원 일당 등을 받기 위해 반복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잦다.
이런 고객이 전체 보험고객 중 차지하는 수는 적지만, 보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기 때문에 손해율 개선을 위해서는 악성 민원인 관리가 핵심이다. 보험사에서는 과다청구를 막고자 하고, 고객은 대응을 위해 금감원 민원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개정안을 통해 단순 민원이 협회로 이관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악성 민원 해결이 훨씬 수월해진다.
금감원과 생손보협회, 보험사 모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제도개편으로, 실제 개정까지 이어질 확률도 높다고 보고있다. 지난달 금감원과 생손보협회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민원 처리 효율화 방안의 일환으로 업무 이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사 지급업무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악성 민원인들이 금감원 민용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협회가 단순 민원을 맡으면 이런 경우도 줄어들 것"이라며 "악성 민원인은 보험사 손해율을 높이는 주원인으로, 손해율 경감 효과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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