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롯데건설]'오너일가 아닌' 기타비상무이사의 첫 등장②화학BU 기획상무 김민우 이사, 계열간 소통채널…"화공플랜트 강화 차원"
고진영 기자공개 2021-04-22 09:30:33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9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항상 오너일가 몫이던 롯데건설 기타비상무이사는 2018년 공석이 됐다. 당시 사회적 이슈 등이 겹치면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서로 1년 차이를 두고 이사직을 내려놨다.빈 자리는 지난해 다시 채워졌는데 화학BU 담당임원인 김민우 상무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롯데건설은 화공플랜트 사업과 관련해 조력을 얻기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김 이사가 계열사간 다리 역할을 하는 ‘기획 상무’라는 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롯데건설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으로 이뤄져 있다. 기타비상무이사인 김민우 상무의 경우 작년 3월 선임됐으며 임기는 2년, 2022년 2월까지다. 오너일가가 아닌 임원로서는 처음으로 기타비상무이사가 된 만큼 주목할 만하다.
이 회사에 기타비상무이사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2011년이다. 애초 신격호 명예회장이 쭉 사내이사로 있었지만 2011년 사임 후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선임됐다. 신 명예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전 이사장과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역시 각각 2005년과 2002년 롯데건설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가 2011년부터 기타비상무이사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이는 회사에 상근하지 않는 임원은 사내이사 지위를 인정할 수 없도록 상법이 개정되면서 이뤄진 조치다. 하지만 신동주 회장은 4년 뒤인 2015년 롯데건설에서 비상근 고문직으로 전환됐다. 동생인 신동빈 회장과의 ‘형제의 난’이 본격화했던 탓이다. 이에 따라 신 명예회장과 신 전 이사장만 임기가 연장됐다.
그러나 이 둘 역시 얼마가지 않아 이사회에서 빠졌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2017년 3월, 신영자 전 이사장은 2018년 롯데건설 기타비상무이사에서 물러났다. 대신 미등기임원이던 신동빈 회장이 2017년부터 롯데건설 사내이사로 포함됐다.
당시 신 명예회장은 한정후견 결정을 받았고 신 전 이사장은 실형을 선고받아 사실상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이사회 내부에서도 이들이 등기임원으로서 급여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 등 문제의식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 이사회는 그후로도 상당한 변화를 맞았다. 신동빈 회장이 2019년 12월 31일 약 3년 만에 사내이사에서 자진 사임했다. 임기를 1년 남겨둔 시기였는데 지배구조 개선 및 계열사 독립경영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응한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롯데건설 이사회에서 오너일가는 모두 자취를 감춘 셈이다.
김민우 이사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은 신 회장의 사임 후 3개월 만에 이뤄졌다. 김 이사는 화학BU장을 보좌하는 기획 상무다. 롯데케미칼 출신으로 2018년 화학 계열사 중 하나인 롯데첨단소재 임원에 올랐다. 그러다 2019년 기존 기획 상무였던 성낙선 상무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 경영지원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 후임으로 다시 롯데케미칼에 복귀했다.
기획 상무는 롯데그룹이 2017년 2월 BU(비즈니스 유닛) 체제를 도입하면서 생겨났다. 하나의 BU에 묶이는 계열사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기획 상무는 BU장과 각 계열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공식 직급은 아니지만 롯데 내에서 이들을 부르는 별칭이다. 롯데그룹이 지난해 11월 조직 슬림화를 단행하는 와중에도 기획 상무들은 무풍지대로 남아 자리를 지켰다.
김 이사의 롯데건설 이사회 합류 역시 시기를 볼 때 계열사간의 연결고리 유지 측면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실제 기타비상무이사는 통상 주주-회사 간의 소통채널로 인식된다. 사내이사, 사외이사와 마찬가지로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자격요건이나 임기제한, 겸직제한 등이 없다.
다만 롯데건설에서는 김 이사의 선임을 두고 화공플랜트 사업을 위한 이동으로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최근 화공플랜트 분야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대형 건설사들이 대부분 플랜트 인력을 축소하는 기조지만 롯데건설은 지난해 오히려 관련 인원을 소폭 늘렸다.
롯데건설 플랜트부문의 정규직 직원 수를 보면 2018년 362명에서 2019년 416명, 2020년 432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전체 정규직이 2407명에서 2411명으로 4명 추가되는 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채용이 플랜트 쪽에 쏠린 셈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최근 회사가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화공플랜트 쪽을 강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중장기 전략 수립 등에 전문성 있는 인물로부터 조언을 받고자 김민우 이사를 선임한 것”이라며 “화공플랜트 쪽에 식견이 있는 인물이 있어야 업무가 원활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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