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삼성중공업]"물들어오는데 저을 노가 없다"무상감자 후 1조원 유상증자 카드...연말 부채비율 200%대 밑으로 기대
조은아 기자공개 2021-05-06 11:04:29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4일 19: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중공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와 1조원대 유상증자라는 칼을 빼들었다. 유상증자는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업황 회복 타이밍을 이대로 날릴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삼성중공업은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 및 우선주를 액면가 1000원으로 감액하는 액면가 감액 무상감자를 실시한다고 4일 공시했다. 감자기준일은 7월26일이며 감자비율은 각각 80%이다. 자본금은 감자 전 3조1506억원에서 감자 후 6301억원으로 줄어든다.
삼성중공업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약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추진한다. 6월22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수권주식수 확대의 건이 승인된 후 세부사항을 확정할 예정이다.
올들어 조선업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재무구조가 심각하게 악화되면서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6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3월 말 기준 누적 적자만 4조3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최근 잇달아 전해지는 수주 낭보에도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에 차질을 빚는 등 금융권의 여신거래 제약 발생 가능성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조선업이 다시 호황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다른 조선사들과 달리 선제적 투자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친환경과 신기술, ESG 경영환경 등 변화하는 트렌드를 준비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며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재원 마련도 지금의 악화된 재무구조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의 곳간지기는 배진한 부사장이다. 배 부사장은 이번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과정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삼성중공업에서는 3년6개월 만에 나온 부사장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지난해 말 승진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으며 전무 승진 3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지난해 유일하게 부사장 승진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올해 삼성중공업이 재무구조 개선에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3월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262%에 이른다. 지난해 말 248%에서 더 높아졌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친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110%대까지 낮추는 등 상당한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냈으나 부채비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올해 연말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321%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마무리되면 올해 연말 부채비율이 198%까지 낮아질 것으로 삼성중공업은 예상했다. 특히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등을 활용해 차입금도 1조5000억원 상환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은 4조8000억원에 이른다. 매년 이자비용으로만 1000억~2000억원이 나가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차입구조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은 업황 침체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2015년 2월 이후 공모채 시장에는 발길을 끊었다. 6년 넘게 사모채와 단기금융시장에서만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중공업 총차입금 가운데 73%에 이르는 3조5091억원이 단기 차입금이다. 공모채를 발행하지 않으면서 장기신용등급도 소멸됐다. 단기신용등급은 2017년 A2-에서 A3+로 떨어진 뒤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결심한 배경에는 위기의식과 함께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분위기도 반영됐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연초부터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분기 컨테이너선, 원유운반선, LNG운반선 등 모두 51억달러(6조원) 규모인 42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올해 목표 수주량의 65%를 1분기에 달성했다.
배 부사장은 1989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꾸준히 재무 관련 부서에 몸담은 재무 전문가다. 1963년생으로 보성고와 고려대 통계학과를 졸업했다. 삼성중공업에서 관리과, 경영지원팀을 거쳤고 제일모직에서 CFO를 지냈다. 통합 삼성물산에서 리조트부문 CFO를 지내다가 2017년 전무로 승진하면서 삼성중공업에 돌아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조은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톱티어 부족한 '비은행'…전략 마련 고심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제2의 '베트남' 찾을 수 있을까
- 미국 증권사 인수한 한화생명…자산운용 시너지 겨냥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높은 주가 상승률…'의지'가 '타이밍'을 만나면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불리한 출발선…'내실'은 챙겼다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연착륙' 끝났다…'연말 인사'에 쏠리는 시선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후반전 시작, 남은 과제는
- [금융지주 밸류업 비교]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균형점은
- [금융지주 밸류업 비교]'결과'로 말한다, 달랐던 시장 반응
- [한화 금융 계열사는 지금]한화생명, 본업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 '이상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