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5월 06일 16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은행이 디지털자산 제도화 흐름에 발맞춘 커스터디(수탁)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 사업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내놓는 시점에 맞춰 본격적인 사업 행보에 나설 방침이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한국은행의 CBDC 시스템 도입 시점에 맞춰 사업을 개시할 목적으로 법무법인 태평양, 블록체인 기업인 헥슬란트 등과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사업 논의를 벌이고 있다. 이미 한참 전인 작년 6월부터 '디지털자산 컨소시엄'을 꾸리고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논의를 이어온 상황이다.

커스터디란 고객의 금융자산을 보관하고 관리해주는 수탁 서비스를 의미한다.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사업은 전통적인 금융자산이 아닌 암호화폐와 같은 가상자산 영역으로 수탁 서비스를 확대한 것이다. 고객의 디지털자산을 외부 해킹이나 횡령, 손상 등으로부터 관리해주면서 세금·배당 관리, 이체에 따르는 수수료 수입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커스터디 진출은 곧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영위하던 사업을 벌이겠다는 의미를 지닌다. 최근 은행들이 대출 규제로 인한 이자이익 감소에 수수료 수익을 늘려야 하는 입장에 처하면서 디지털자산 수탁시장에 서둘러 뛰어들고 있다. 커스터디 업무 외에도 디지털자산 운용 서비스, 디지털자산에 대한 프라임브로커 서비스 등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로 여겨진다.

농협은행이 생각하는 디지털자산의 범위는 광범위하다. 암호화폐가 전부가 아닌 게임 아이템, 디지털 운동화, 예술작품, 부동산 수익증권, 증권형 토큰(STO) 발행,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 디지털자산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 농협은행은 미술품을 토큰화하는 등 다양한 디지털자산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농협은행은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를 우선순위로 두고 물밑작업을 지속해왔다.

사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은 이달 중순 이후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이 시기 CBDC 시스템 구축 사업 발주를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작년 4월부터 CBDC를 제도권 내에서 발행·유통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를 지속해왔다. 이달 중순에서 말 사이에는 1차 CBDC 파일럿 시스템 RFP를 공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CBDC는 법적지위가 부여된 디지털 자산인 만큼 금융시장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 "이라며 "다만 아직 규제 리스크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한은의 CBDC 사업에 속도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의 기본 사업 방향성은 법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자산 수탁서비스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가상자산 구매·판매·보관을 도와주는 거래소들은 많지만 법인 대상 서비스는 드물기 때문에 보다 유리하다고 봤다. 다만 아직까지 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업무를 영위하도록 정부가 허용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사업은 농협 뿐 아니라 은행권 전반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저마다 별도 합작법인 설립이나 지분 투자 등의 형태로 커스터디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작년 11월 합작법인(KODA) 설립으로 업계 첫 가상자산 금융사업에 진출했다. 신한은행도 디지털자산 관리 전문기업인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지분투자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한국은행이 CBDC를 발행할 때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검증해 시중은행이 정상적으로 유통할 수 있도록 하는 시범 시스템을 구축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