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배당 제약사 분석]새 주인 맞은 우리들제약, 무배당 기조 탈피할까⑤오락가락 실적 속 '26년 무배당'…작년부터 펀드가 최대주주로
강인효 기자공개 2021-05-11 08:37:29
[편집자주]
배당은 가장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 중 하나다. 오너 일가의 곳간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당의 수혜를 똑같이 받는 개인 주주 입장에서도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일부 제약사들은 지난 몇 년간 배당을 전혀 실시하지 않고 있어 경영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더벨은 이들 ‘제로(0) 배당’ 제약사들의 현주소를 살펴보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0일 15: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들제약은 1995년부터 작년까지 26년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 중 15번은 회계상 배당 재원인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여서 배당을 실시할 여력이 없었다. 2015년 흑자로 돌아선 이래 배당 가능 재원이 쌓여가고 있지만 무배당 기조는 여전하다. 다만 작년 회사 주인이 펀드로 바뀐 만큼 의사결정을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우리들제약은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1961년 설립된 ‘수도약품공업(이하 수도약품)’이 전신이다. 1966년 법인으로 전환된 이후 1990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연 매출 1000억원 미만의 중소형 제약회사로,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966억원이었다. 1997년 매출액은 141억원 수준이었다.
수도약품은 지난 2004년 우리들병원에 인수됐다. 우리들병원그룹의 김수경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 13인은 당시 수도약품이 단행한 224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김 회장은 59억원가량을 투자해 가장 많은 물량인 수도약품 신주 105만주를 확보, 최대주주에 올랐다.
우리들병원에 인수된 그해 수도약품은 결산 월을 9월에서 12월로 변경했다. 2008년 이미지 제고를 위해 ‘우리들생명과학’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듬해 인적분할을 단행하고 ‘우리들제약’으로 다시 사명을 변경했다. 이때 분할로 신설된 법인이 우리들생명과학이라는 사명을 이어받았다.
김수경 회장은 2004년 수도약품을 인수하면서 우리들제약 대표 자리에 오른 뒤 2011년 8월까지 대표를 역임했다. 김 회장이 물러난 이후 몇 차례 대표가 변경됐지만, 2019년 3월 김혜연·박희덕 사장이 각자 대표에 선임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우리들병원에 인수된 2004년 이전에 우리들제약이 흑자를 기록한 해는 1996년, 1997년, 1999년, 2000년, 2002년 5번뿐이었다. 2003년 적자로 전환한 우리들제약은 다시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우리들병원에 인수된 2004년 1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며 결손금 또한 200억원에 달했다. 2005년과 2006년 흑자를 기록했지만, 결손금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다시 적자가 지속됐다.
흑자로 돌아선 건 2015년(연결기준)부터다. 매출이 전년 대비 40% 가까이 증가했다. 그 결과 순손익도 흑자로 전환하며 이익잉여금도 플러스로 바뀌었다. 2015년부터는 매년 순이익을 기록 중이다. 2015년 20억원에 못 미치던 이익잉여금은 작년 2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회계상 배당 재원인 이익잉여금뿐만 아니라 배당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현금 규모(2015년 36억원→2020년 259억원)도 크게 증가했다.
2015년부터는 배당 여력이 있었지만 우리들제약은 여전히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주주 환원 정책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2019년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된 이후 신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작년에는 최대주주가 에이치디투자조합으로 변경돼 앞으로 무배당 기조가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회사 측은 “기존 최대주주와 과거 경영진이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따로 언급할 만한 내용이 없다”며 “새 경영진이 들어서고선 사업 다각화를 위해 체외진단 전문기업인 엑세스바이오 지분을 인수하고, 사업 확장을 위한 업무 시설을 마련하고자 유형자산(부동산)도 양수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들제약은 2019년 7월 엑세스바이오 지분 27%를 약 250억원에 사들였다. 작년 12월에는 네트워크 마케팅 기업인 ‘인큐텐’이라는 업체에 6억원가량을 출자하고 39% 지분을 확보했다. 지난달 말에는 234억원을 들여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의 토지와 건물도 취득하고 신사옥을 마련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진단키트 업체가 수혜를 입으면서 엑세스바이오의 지분법이익이 회계에 반영돼 순이익 규모도 늘게 되면 배당 여력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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