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대한항공]한숨돌린 하은용 부사장, 부채비율 200%대로2016년부터 재무 총괄, 5년 만에 4분의1로 '뚝'…아시아나 인수 드라이브
유수진 기자공개 2021-05-20 11:28:31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7일 11: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부채비율을 300% 아래로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하는 동시에 차입금을 상환해 부채 규모를 줄인 덕택이다. 작년 말 630%대였던 부채비율이 절반 이하로 낮아지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최고재무책임자(CFO)인 하은용 재무부문 부사장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현재 부채비율은 하 부사장이 재무를 총괄하기 시작한 2016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작년 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밝혔을 당시 동반부실 우려가 제기되는 등 시장의 반응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하 부사장으로선 성공적으로 재무를 개선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대한항공이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말 부채비율이 294.1%로 나타났다. 2020년 말 634.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3개월 만에 340%포인트(p) 이상 낮아진 것이다. 부채 관리 등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결과다. 자본을 키우고 부채를 줄인 효과가 숫자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부채총계가 19조5505억원으로 3개월 전(21조3779억원)보다 8.5% 줄었다. IR 자료에 따르면 차입금 상환 등으로 금융부채가 크게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체 부채 중 70% 가량을 차지하는 금융부채는 작년 말 15조2642억원에서 3월 말 13조5363억원으로 11.3% 줄었다.
반면 자본총계는 크게 증가했다. 작년 말 3조3694억원에서 6조6465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규모가 커졌다. 3월 말 3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영향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작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금 마련과 차입금 상환을 위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증을 결의했다. 시장의 반응이 뜨겁자 8000억원을 증액했다.
이는 현재 추진 중인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앞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밝히자 시장에서는 동반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대한항공조차 재무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부채가 많은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면 상황이 더 악화될 거란 내용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은 작년 5월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긴급자금을 지원 받았다.
부채 관리 등 재무 건실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적극 해결에 나서야 하는 숙제라는 의미다. 앞서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도 대표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을 겨냥해 한진그룹을 흔들기 시작했다. 부채비율 상승은 신용등급 강등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다 특정 기준 초과시 기한이익 상실이 발생하는 사유도 된다.
이는 재무·회계·자금 등을 총괄하는 하은용 부사장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단순히 두 항공사의 결합이 아닌 국내 항공업계 재편의 신호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돼 있다.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딜이라는 의미다.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탄탄한 재무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하 부사장은 6년째 대한항공의 재무를 책임져오고 있다. 이 기간 중 현재 부채비율이 가장 낮다. CFO 첫해 1273.5%였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 만에 4분의1 수준으로 줄인 셈이다. 비행기를 리스해 영업활동을 벌이는 항공업 특성상 부채는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자본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수치를 낮추는 전략을 썼다.
1961년생인 하 부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1월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이후 5년간 해외영업지점에서 근무를 한 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와 자금전략실 등을 거쳤다. 자금기획팀장과 자금전략실장을 지냈으며 2009년엔 대한항공 재무개선프로젝트를 담당하기도 했다.
2012년 ㈜한진으로 넘어가 2013년까지 재무담당 상무를 지낸 뒤 대한항공으로 복귀했다. 재무본부장으로서 CFO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 건 2016년이다. 현재는 대한항공 내에서 우기홍 사장, 장성현 부사장과 함께 조원태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한진칼 재무총괄(CFO)도 겸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분기에 추가적인 재무지표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다.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을 지난달부터 연내 만기도래하는 채무 상환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항공기 금융리스와 담보부 차입 등이다. 최근 두 차례에 걸쳐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찍은 것도 대부분 차입금 상환 목적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재무안정성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송현동 부지 등 비업무용 자산 매각도 올해 안으로 완료해 선제적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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