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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뉴채널 '쓱' 해부]'오프라인 지원→메인스트림' 패러다임 전환①1992년 업계 첫 온라인몰 개척, 규모의 경제 조연 '부가기능'서 탈피

최은진 기자공개 2021-05-24 08:06:38

[편집자주]

이베이코리아에 이어 W컨셉과 요기요까지. 신세계그룹이 '쓱닷컴'을 중심으로 외연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마트 종속기업 중 한곳에 불과하던 쓱닷컴을 독립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안착시킨 가운데 올들어 갑작스런 광폭행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네이버와 혈맹을 맺은 후 한층 더 공격적인 확장전략은 쿠팡에 대적해보겠다는 배짱까지 엿보인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이어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주요 유통채널로 급부상한 쓱의 전략과 미래 청사진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0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초의 백화점과 대형마트인 신세계와 이마트. 유통업계서 국내 최초 양대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신세계그룹은 경쟁사 대비 변화와 도전에 유연하다.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소비자의 일상 깊숙이 스며드는 전략을 취한다. 백화점이라는 고급화 전략의 한계에서 벗어나 가성비 높은 대형마트라는 이미지를 확보하기까지 수많은 실험과 도전이 이뤄졌다.

진화는 멈추지 않는다. 비대면 소비가 몰고 온 생태계 변혁이 일어나면서 생각지도 못한 중소벤처기업들에 유통강자 타이틀을 내어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신세계그룹은 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부가서비스에 그치던 온라인채널을 백화점·마트와 함께 주력으로 키우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 전면에 나선 게 '쓱'으로 불리는 에스에스지닷컴(SSG.com)이다. 신세계백화점·이마트를 잇는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0년 시행착오 끝, 새로운 그룹 '아이덴티티'로 부상

신세계그룹은 최근 SK그룹으로부터 인수한 야구단 'SK와이번스'의 이름을 '쓱 랜더스'로 정했다. 내부적으로 구단명에 신세계와 이마트를 붙일지, 제3의 이름을 활용할지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쓱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이견도 만만찮았다. 쓱이라는 아이덴티티가 아직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렴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라는 질타까지 있었다.

하지만 고위 경영진들의 입장은 확고했다. 이미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신세계와 이마트보다 새롭게 키워야 할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자는 취지였다. 쓱에 대한 전략적 판단과 애착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업계는 평가한다. 쓱을 단순히 오프라인 유통을 지원하는 부가서비스가 아닌 하나의 채널 및 브랜드로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신세계그룹이 온라인사업을 시작한 건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형마트를 첫 출점한 게 1993년 말이었으니 이전부터 온라인사업을 고민한 셈이다. 물론 업계 최초였다.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은 이보다 한참 뒤인 1999년께 온라인몰을 개설했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백화점사업만으로 외형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더 많은 대중을 끌어모으는 것에 갈증을 느꼈다. 대형마트 출점을 고민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온라인사업을 추진했다. 추석 선물세트와 같이 벌크(Bulk)로 판매 가능한 제품을 온라인으로 유통하고 휴대폰·게임소프트웨어·전자제품 등까지 판매했다. 첫 시작으로 상당히 과감한 행보였다. 온라인이 새로운 대세로 부상할 거라는 기대에 따른 나름의 실험이었다.

신세계그룹이 비슷한 시기에 택배사업까지 진출한 것은 온라인몰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력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00년에 택배 전문 자회사인 세덱스(SEDEX:Shinsegae Dream Dxpress)를 출범시켰다. 당시 이마트를 공격적으로 출점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백화점과 달리 대형마트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을 유통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선제적 행보였다.

이미 20년 전부터 신세계그룹은 플랫폼과 유통물류를 설립하고 이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고민했던 셈이다. 지금으로 따지면 쿠팡과 비슷한 사업모델이다. 경쟁사들이 오프라인 출점 전략에 집중하는 동안 온라인에 사활을 걸며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택배회사 설립에만 상당한 액수인 수백억원이 투입됐을 정도다.


하지만 빨라도 너무 빨랐다. 오프라인 중심의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비 패러다임과 물류 및 택배시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세덱스는 10년만에 한진그룹으로 약 300억원 가치에 매각됐다.

온라인사업 역시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분할되며 통일되지 못한 채 각각의 한 부서로서만 남게됐다. 신세계그룹의 두 채널을 지원하는 일종의 부가기능으로 존재한 셈이다. 이후 2012년 ㈜신세계가 백화점 및 대형마트 부문을 분할해 ㈜이마트가 신규설립되면서 온라인몰 역시 각각 조직에 한 부서로 편입됐다.

◇'온라인사업' 정용진 애착, 플랫폼 확장성 주목

온라인사업 열정은 이어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이끄는 대형마트 사업이 퀀텀점프를 이루는 시기에도 온라인 중요성을 잊지 않고 챙겼다.

2010년 결정적으로 디앤샵 대표이사를 맡았던 최우정 전 쓱닷컴 대표이사를 ㈜이마트 온라인사업담당으로 영입하게 되면서 온라인 사업에 대한 전략이 대폭 바뀌는 계기를 맞았다. 단순히 이마트를 지원하는 부가기능이 아닌 하나의 유통채널로서 위상을 갖게 만들었다.

최 전 대표가 영입된 후 이마트몰이 대대적인 리뉴얼이 단행됐고 1년만에 매출이 두배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누리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기존에 저가 및 이월상품 등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재고상품을 처리하는 데 그쳤던 온라인몰에서 벗어났다. 명품은 물론 오프라인 백화점 매장과 동일한 상품과 자동차·요트·미술품 등 희귀한 고가제품까지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뚜렷한 좌표를 설정했다.


최 전 대표 부임 후 온라인몰의 매출 신장세가 눈에 띄게 커지면서 신세계그룹은 또 한번 결단을 내렸다. 2019년 1월 ㈜이마트와 ㈜신세계 각각의 온라인사업을 이마트몰과 신세계몰로 물적분할하고 3월 합병법인 '쓱닷컴'을 탄생시켰다. ㈜이마트가 50.1%로 최대주주로 오르고 ㈜신세계가 26.9%로 2대주주를 꿰찼다. 나머지 20.7%는 재무적투자자(FI)가 가졌다.

온라인몰은 단순히 오프라인채널을 지원하는 부가 기능이 아닌 새로운 유통채널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특히 쿠팡·티몬·위메프 등 작은 벤처 이커머스기업들이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는 것에 자극을 받았다. 유통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조짐을 감지하고 경쟁 대형 유통사들보다 먼저 움직였다. 10여년 간 온라인사업에 꾸준히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 총괄 부회장의 도전정신이 뒷배가 됐다.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이후부터 쓱닷컴은 독자생존을 위한 전략에 나섰다. 구조상 ㈜이마트의 종속기업이지만 자체적인 경영전략을 펼치며 ㈜이마트와 의견대립까지 불사할 정도로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쿠팡이 치고 나가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전략을 찾기까지 백화점 및 대형마트와는 다른 별개의 노선이 필요했던 셈이다.

쓱랜더스 유니폼을 입은 정용진 총괄 부회장 / 출처 : 인스타그램
수장은 바뀌었지만 그 명맥은 현재까지 이어진다. 특히 지난해까지 이커머스다운 골격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부터는 쿠팡에 버금갈 정도로 사세 확장에 올인하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에 이어 쓱닷컴을 하나의 그룹 아이덴티티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단지 쓱닷컴을 유통의 한 분야로만 제한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유통을 넘는 플랫폼의 하나로 이를 중심에 둔 다양한 사업을 접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쓱닷컴을 대중에 알리는 데 주력하고 동시에 쓱이라는 브랜드에 유통이 아닌 다양한 색깔을 입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쓱닷컴을 활용한 확장성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전면에는 정 총괄 부회장이 섰다. 직접 마케터와 인플루언서를 자처하면서 쓱이라는 브랜드를 키우는 데 적극적이다. 눈에 띄는 건 쓱을 이커머스의 한 분야로서 홍보하는 게 아닌 때로는 야구단으로, 때로는 식품 등의 한 분야로 홍보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백화점·대형마트가 고정된 이미지를 갖는 반면 이커머스와 플랫폼 활용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한 행보로 해석된다.

일부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외연을 확장하는 데 앞으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아닌 쓱이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쓱닷컴을 앞세워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세계그룹 내부 관계자는 "신세계와 이마트와 같은 이미지가 고정된 브랜드가 아닌 쓱을 야구단에 활용한 건 그만큼 메인채널로서 이미지를 대중에 더 많이 알릴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유통이 아닌 더 폭넓은 이미지를 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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