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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뉴채널 '쓱' 해부]'쿠팡과 정면승부' 물위로 떠오른 감춰진 야심②틈새전략 '신선식품' 이커머스 구축, 네이버 협업 '사세확장' 공격 뒷배

최은진 기자공개 2021-05-25 07:51:29

[편집자주]

이베이코리아에 이어 W컨셉과 요기요까지. 신세계그룹이 '쓱닷컴'을 중심으로 외연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마트 종속기업 중 한곳에 불과하던 쓱닷컴을 독립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안착시킨 가운데 올들어 갑작스런 광폭행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네이버와 혈맹을 맺은 후 한층 더 공격적인 확장전략은 쿠팡에 대적해보겠다는 배짱까지 엿보인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이어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주요 유통채널로 급부상한 쓱의 전략과 미래 청사진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1일 10: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쓱닷컴을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도 쓱닷컴의 광고는 기억한다. 공유·공효진·주호민·이말년 등을 앞세워 'B급 감성'으로 만든 쓱닷컴 광고는 특유의 트렌디함을 녹여내며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안겼다. 광고를 통해 널리 알려진 '쓱세권 쓱케일'이라는 신조어 뒤에는 쓱닷컴의 정체성을 알리는 의도가 자리했다. '재밌어야 보고 쓴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 방식의 철학이 묻어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이 같은 전략은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서 쓱닷컴 기능과 역할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맞춰졌다. 특히 그 기능이 '새벽배송' 및 '신선식품'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어디서든 공수할 수 있는 공산품보다 정통 유통강자인 이마트·신세계백화점만 할 수 있는 무기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쿠팡을 따라가는 게 아닌 쿠팡이 못하는 지점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었다.

하지만 올들어선 감춰뒀던 야수의 본능이 깨어났다. 이미 온라인 식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쓱닷컴은 쿠팡에 맞불을 놓겠다는 의지로 사세확장에 전력질주 중이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오픈마켓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도 나서고 있다. 경쟁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는 절박함이 묻어있다. 그 배경에는 든든한 뒷배가 되는 '네이버'가 있다.

◇2014년 론칭 후 '통합→새벽배송→신선식품' 전략변화

'백화점에서 이마트까지 한번에 쓱(SSG)' 2016년 쓱닷컴을 대대적으로 알리게 된 TV광고 속 슬로건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상품을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수꽝스러우면서도 감각적인 색감으로 연출한 광고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이후 '신세계적 쇼핑플랫폼·새벽배송의 압도적 쓱케일·쓱세권에서 사는 여유' 등의 슬로건을 내건 광고를 잇따라 내보내며 쓱닷컴의 정체성을 '신세계그룹의 온라인몰→새벽배송→신선식품' 등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펼쳤다.

쓱닷컴 TV 광고 발췌

여기에는 쓱닷컴이 그린 비전이 담겨있다. 쓱닷컴은 론칭 초창기까지만 해도 ㈜신세계와 ㈜이마트의 통합 쇼핑몰이 안정적으로 안착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쓱닷컴이라는 하나의 통합 플랫폼을 마련하면서 이에 대한 정체성을 소비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라는 그룹 핵심 채널의 부가기능으로서 쓱닷컴을 키운 셈이다.

2014년 론칭 이후 처음 내보낸 광고에는 온라인 쇼핑 포인트로 백화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과 추석선물 홍보 등이 담겼다. 쓱닷컴이 메인이 되기보다 백화점이나 이마트의 상품이 주가 됐다. 부가기능으로서 쓱닷컴이 존재할 뿐이었다.

하지만 쿠팡이라는 벤처 이커머스기업이 대규모 적자를 감내하면서 소프트뱅크 투자금을 등에 업고 대대적 사세확장에 나서게 되자 쓱닷컴의 전략도 달라졌다. 쿠팡처럼 대규모 적자를 감내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쿠팡이 못하는 것, 신세계그룹이 잘하는 분야를 찾았고 그 대안이 바로 '신선식품'이 됐다. 이 전략은 특히 2019년 초 분사를 통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면서 한층 더 공격성을 띄었다.

공산품으로 성장한 쿠팡에 있어 온라인 식품시장은 장악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었다. 식품이라는 특성상 온라인 침투율이 현저하게 낮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더욱이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 '로켓배송' 외에 달리 없다는 점도 발목을 잡았다. 물류센터를 지역밀착형으로 세분화 해 영업망을 촘촘하게 밀집시키는 수준이 대안이었다.

출처 : 미래에셋대우

반면 쓱닷컴은 전국에 분포한 이마트 매장을 통해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쓱닷컴 자체 물류센타인 네오(Neo)를 3곳 설립했다. 1일 배송 처리능력을 대략 10만건으로 확대하고 커버할 수 있는 지역을 늘리면서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했다.

'극신선'이라는 콘셉트로 네오센터에 빵을 굽는 베이킹센터 '트레 또'를 업계 최초로 만들었고 냉동 배송차를 활용하기도 했다.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 안에 네오센터 시스템을 접목해 'EO.S(이오에스)'라는 하이브리드형 매장을 만들어 신선식품 주문 캐파를 확대했다. 이 전략으로 쓱닷컴은 온라인 식품시장에서 쿠팡보다 앞선 대략 6%대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쓱닷컴 중심 공격적 M&A, 쿠팡과 맞선다 '시그널'

지난해까지 이어지던 신선식품 중심의 전략은 10여년 간 신세계그룹의 온라인몰 전략을 이끈 최우정 전 쓱닷컴 대표이사에게서 비롯됐다. 신세계그룹만의 독립 이커머스 플랫폼의 초기안착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0월 신세계그룹은 갑작스레 쓱닷컴의 수장을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로 교체했다. 쓱닷컴의 독자생존보다는 이마트와의 시너지 창출에 적극 나서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과는 다르게 쓱닷컴을 이마트나 신세계백화점과 별개로 독자적으로 키우려는 의지가 더욱 확고하다는 점을 올 들어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오히려 최 전 대표가 이커머스로서 골격을 갖추는 역할을 했다면 강 대표는 이를 더욱 키우는 사명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최우정'이 아닌 '강희석'이었느냐"에 대한 의문은 ㈜이마트 실적을 턴어라운드 시킨 저력에서 찾을 수 있다. 강 대표는 유통시장의 변화에 대처하는 기민한 전략은 물론 재무적으로 자금을 융통하는 능력에도 뛰어나다는 게 지난 1년간의 성과로 입증됐다. 쓱닷컴을 키우기 위해서는 전략적 판단과 자금융통 역량 모두 필요한 상황이다. 온라인 전문가인 최 전 대표가 아닌 전략가인 강 대표가 필요한 때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다.

강 대표가 지휘하는 쓱닷컴은 더는 쿠팡과 경쟁하지 않는 전략에 안주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맞서면서 유력 경쟁자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5조원에 육박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대그룹으로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던 것도 이의 일환이다. 강 대표는 주주총회에 직접 나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적극 나서겠다는 언급까지 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패션테크 기업 W컨셉 인수전에 후발주자로 나서며 CJ그룹·무신사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낙찰받았다. 이어 그간 선을 긋던 요기요 인수전에도 나섰다. 수익성과 사업 다각화 차원으로 나선 M&A가 아니다. 모두 이커머스 플랫폼을 키우려는 비전을 갖고 뛰어들었다.

쓱닷컴을 내세운 공격행보에는 그만한 자신감이 뒤따른다. 뒷배는 네이버가 돼 주고 있다. 쿠팡이 미국상장이라는 깜짝쇼를 치루자마자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공개적으로 혈맹관계를 맺으며 본격적으로 쿠팡을 제치기 위한 행보에 돌입했다.

네이버를 통해 자금력은 물론 플랫폼 노하우, 탄탄한 거래액까지 등에 업은 신세계그룹에게 쿠팡은 선망의 대상이 아닌 반드시 제쳐야 할 적수가 됐다는 평가다.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네이버가 재무적투자자(FI)로 들어가는 방안이 유력시 되고 있는 것 또한 쓱닷컴을 앞세운 쿠팡의 견제세력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드러낸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쓱닷컴을 중심에 둔 다양한 딜이 진행된다는 건 그만큼 확실하게 키워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 "거대해진 쿠팡에 대적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는 절박함으로 네이버와의 혈맹을 맺었고 이를 기반으로 사세확장에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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