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코로나19 명암]페퍼저축은행, 우여곡절 끝 지배구조 안정화①KKR 중간지주사 형태로 자리잡아, 장수 CEO '그대로'
고설봉 기자공개 2021-06-11 07:27:33
[편집자주]
저축은행에게 있어 코로나19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소비 부진과 경기 침체 늪에 빠진 곳이 있는가 하면 늘어난 유동성과 대출수요 흐름에 올라탄 곳도 있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를 불러 일으켜 저축은행 업계를 양극으로 나누는 분수령이 되기도 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완연히 달라진 저축은행의 상황을 각 하우스별로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3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페퍼저축은행은 그동안의 지배구조 리스크를 마침내 해소하고 안정기에 접어들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숱하게 최대주주가 바뀌고 그때마다 사명이 변경되며 혼란을 겪었다. 10년도 안된 사이에 웅진그룹에서 호주계 페퍼그룹으로, 다시 KKR그룹으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2017년 미국계 KKR그룹(KKR & Co. Inc)으로 최대주주가 바뀐 뒤에는 한국 철수설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KKR은 오히려 지배구조 안정화를 시도하며 한국 내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중간 지주사 형태의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들어 페퍼저축은행에 대한 지배력을 재정비한 상태다. 이 같은 기조를 지속할 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때마다 불거진 지배구조 리스크, KKR은 다를까
페퍼저축은행은 1982년 저축은행업을 주력으로 하는 한주상호신용금고로 설립됐다. 이후 여러 번 지배구조가 바뀌며 상호도 계속 변했다. 2002년 안산상호저축은행으로, 2005년 늘푸른상호저축은행으로 각각 이름을 바꿨다.
2010년 웅진그룹은 웅진금융제일유한회사를 앞세워 늘푸른상호적축은행 지분 100%를 인수한다. 하지만 웅진그룹 계열사로 활동하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웅진그룹이 경영난으로 해체 수준의 어려움에 빠지면서 페퍼저축은행은 또다시 최대주주와 상호가 바뀌는 시련을 겪는다.
2013년 호주 페퍼그룹의 계열사인 피에스비 인베스트먼트(PSB Investment Holdings Pty Limited)가 지분을 100% 인수해 새로운 주인으로 등장했다. 이후 페퍼그룹은 자산·부채 이전 방식으로 인수한 한울저축은행을 합병해 페퍼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페퍼그룹은 호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금융사다. 호주를 비롯해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등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며 성장했다. 한때는 자산 60조원대로 성장했다. 페퍼저축은행 인수로한국 금융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지배구조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현재 페퍼저축은행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KKR이 있다. KKR은 2017년 페퍼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쥐고 있는 페퍼그룹를 인수했다.
이어 KKR은 페퍼유럽(Pepper Europe(UK) Limited)을 페퍼저축은행의 새로운 주주로 내세웠다. 기존 피에스비 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던 페퍼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페퍼유럽에 넘기도록 했다.
페퍼유럽은 일종의 중간 지주회사다. KKR은 페퍼그룹 인수 뒤 지배구조 투명성과 경영 효율성을위해 다양한 실험을 시작했다.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자본조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특히 호주를 제외한 아시아 법인들을 유럽페퍼로 묶어 있다.
이로써 페퍼저축은행은 페퍼그룹이 한국에 진출한지 8년 만에 중간지주사의 지배를 받게됐다. 과거 지배구조 리스크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페퍼그룹에서 KKR로 최상위지배기업이 바뀐 뒤에 오히려 지배구조가 한층 더 안정화 했다.
◇매물로 다시 등장? '장기 CEO' 장 매튜 연임에 쏠린 눈
KKR이 페퍼저축은행의 최상위지배기업이 된 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페퍼저축은행이 또 다시 매물로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KKR의 의지와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 등에 따라 한국 시장 철수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KKR은 페퍼저축은행의 최대주주가 된 이후 4년 넘게 한국 시장에서 저축은행업을 이어오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안정적으로 수신업무를 취급하고 있고, 매년 자산과 수익이 성장하는 알짜 계열사로 자리를 굳혔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장 매튜 대표이사(CEO)다. 그는 2013년 10월 페퍼그룹이 페퍼저축은행을 출범시킬 때부터 CEO를 맡아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매번 페퍼저축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했다.
장 대표는 SC제일은행에서 프라이빗뱅킹(PB), 소매영업본부장 등을 거친 소매금융 전문가다. 그는초기부터 1금융권 출신의 인력과 신용평가시스템(CSS)을 도입해 자산성장을 추구했다. 특히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그의 이러한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그가 취임한 첫해인 2014년 페퍼저축은행의 자산총액은 4580억원이었고, 순손실 87억원이 발생했다. 하지만 지난해 자산총액은 4조3198억원으로 10배가량 성장했고, 순이익은 348억원으로 불어났다.
오는 2022년 장 CEO는 또 다시 연임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의 연임은 페퍼저축은행 안정화의 또 다른 바로미터다.
현재 페퍼저축은행은 장 CEO와 함께 SC제일은행 출신 임원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일종의 ‘장 매튜 사단’이 여신부터 대출, 리스크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권을 쥐고 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페퍼저축은행은 전신 늘푸른저축은행을 인수한2013년 이래로 장기적 목표 아래 꾸준한 성장하고 있다”며 “최근 배구단 창단도 진행하는 등 한국에서 꾸준하게 비즈니스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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