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차기 IPO 주자 살펴보니 현대삼호중공업·현대글로벌서비스·현대로보틱스 줄줄이 대기
조은아 기자공개 2021-06-21 16:02:55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8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올해와 내년 잇달아 기업공개(IPO) 시장의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올해 안에 현대중공업 상장이 마무리될 예정이고 최근 현대오일뱅크 상장도 공식화했다. 이밖에 현대글로벌서비스,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로보틱스 등도 줄줄이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다음 타자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현대삼호중공업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2017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형태로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 지분 15%를 넘겼다. 15% 가격은 4000억원으로 100%로 환산하면 2조6700억원이다.
당시 5년 안에 상장하기로 약속하면서 당장 내년부터 상장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하지 못할 경우 원금에 연 9.5%의 수익률을 가산한 금액을 투자자에 돌려줘야 하는 조항도 계약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이 무산되면 부담이 매우 크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이미 기업공개 시장에서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상장 가능성이 제기됐던 곳이기 때문이다. 2008년에는 금융당국에 기업공개를 위한 감사인 지정을 신청하면서 상장이 공식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업황 악화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상장이 미뤄졌다.
당초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업황 회복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2019년 물적분할로 비상장사가 된 현대중공업을 먼저 상장시키기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
오랜 불황을 버틴 끝에 실적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3조9180억원으로 2015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56억원으로 2016년 이후 가장 많았다. 1분기에도 매출 1조416억원, 영업이익 157억원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국내 선박부문(특수선박 제외)에서 시장점유율 20.3%를 차지하는 등 선박부문에서는 높은 수준의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재무 건전성이 몇 년째 악화되고 있다. 순차입금이 2018년 2879억원, 2019년 5498억원, 2020년 7474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42.0%, 28.1%다. 1년 전보다 부채비율은 18.7%포인트, 차입금의존도는 7.4%포인트 높아졌다. 몇 년 동안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차입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도 상장을 대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월 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 38%를 6534억원에 미국 사모펀드 KKR에 매각하는 프리IPO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가치는 1조7200억원에 이른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11월 옛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의 애프터서비스(AS) 사업이 물적분할돼 출범했다. 이후 친환경 선박개조와 선박 디지털화를 통한 스마트선박 플랫폼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오너일가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유일한 회사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규제로 선박개조 사업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알짜 회사로 꼽히고 있다. 출범 이듬해인 2017년 2403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지난해 1조90억원으로 4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64억원에서 1566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사업구조의 안정성이 눈에 띈다. 전 사업부문이 고르게 성장하고 있고 특정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도 않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주요 사업부문은 친환경 개조공사, 선박 부품/서비스, 육상발전, 유류사업, 기타 등이다. 이 가운데 육상발전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문은 모두 매출이 증가했다. 친환경 개조공사의 매출 비중이 35% 수준으로 가장 높고 선박 부품/서비스와 유류사업이 25% 안팎으로 뒤를 잇고 있다.
해외 매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90억원 가운데 아시아, 북미, 유럽 등 해외에서 거둔 매출이 5542억원으로 절반을 넘었다. 전년 4475억원보다 24% 증가했다. 특히 해외 선사들이 밀집해 있는 유럽에서 매출이 늘고 있다는 점이 유의미하다는 평가다.
재무 건전성도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을 제외한 순차입금이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마이너스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82.4%다.
현대로보틱스 역시 상장 가능성이 제기되는 곳이다. 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5월 현대중공업지주에서 분사해 출범한 산업용 로봇기업이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최근 강철호 기존 현대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내부적으로 상장을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그룹 안에서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곳이다. 정기선 부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지는 않지만 직접 굵직한 프로젝트를 이끌며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립 직후 KT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을 만나 논의를 진행한 일이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로보틱스 출범 당시 2022년에 기업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적은 걸림돌로 지목된다. 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5월1일부터 12월까지 매출 1953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올들어 1분기에도 영업손실 2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8%였던 영업이익률은 –5.8%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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