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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협회' 설립논의 '재부상'…은행·증권업 '싸늘' 고용노동부 퇴직연금 발전협의회 사단법인화 제안...금융업권 "실효성 의구심"

이돈섭 기자공개 2021-07-15 08:18:00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3일 11:0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 협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퇴직연금 사업자로 구성된 퇴직연금 발전협의회를 사단법인화해 협회로 격상시키자는 것.

하지만 증권업계를 비롯해 은행, 보험업권에서는 일제히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국 입장과 업권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 발전협의회를 사단법인화해 퇴직연금 협회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일부 은행·증권·보험사와 논의했다. 2007년 4월 출범한 퇴직연금 발전협의회는 퇴직연금 사업자들로 구성된 임시 단체로, 매년 하반기 한 차례 정기총회를 개최해 시장 정보를 교류하고 관련 정책을 논의한다.

퇴직연금 협회 설립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퇴직연금 발전협의회가 출범했을 당시부터 효율적 정책 수립 등을 위해 꾸준히 제기되던 사안이다. 퇴직연금 시장에는 사업자를 비롯해 사용자, 근로자, 운용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정책 당국 입장에서 통일된 정책을 고안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근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 관련 운용상품에 원리금보장형을 포함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업권 간 입장이 팽팽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용노동부가 디폴트옵션 운용상품에 원리금보장상품을 제한적으로 편입하는 식의 절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보험·은행업권과 증권업권 간 이견은 여전한 상태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이 추진해 온 실시간 상장지수펀드(ETF) 실시간 매매 시스템 구축이 증권업계 반발로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업권 간 이견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로 꼽힌다. 고용노동부가 퇴직연금 개별 운용상품 선정에 관여하진 않지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권간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

증권업계에서 개인형 퇴직연금(IRP)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고객 유치 경쟁이 격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업권은 IRP 수수료 수익이 비이자 수익으로 직결되면서 수수료 인하에 보수적이지만, 증권업계 운용상품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는 점을 들어 뭐가 됐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퇴직연금 발전협의회가 고용노동부와 정책 파트너로 일하려면 임의 단체로는 어려우니까 정식 법인화하는 것은 어떠한지 제안한 것"이라면서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아서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 이해가 중요한 사안인 만큼 향후 상황 변화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업권이 고용노동부 측에 부정적 의견을 전달한 이유는 다양하다. 은행과 증권, 보험 업권은 각각 별도 협회를 설치하고 있어 퇴직연금 사업을 위한 별도의 협회가 생기면 옥상옥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협회 운영에는 예산과 조직이 필요한데, 투입한 비용에 상응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퇴직연금 협회 설치가 고용노동부 측 인사들이 향후 본인들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퇴직연금 사업을 소관하는 정부 부처가 금융위원회인 터라 사단법인을 설립하려면 금융위 인가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인가 취득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업계 안팎에서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금융업권 관계자는 "전체 금융업권을 아우르는 퇴직연금 정책이 논의되려면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절대적으로 공감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사단법인 성격을 가진 협회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면서 "정부 안에 각 업권별 대표와 외부 인사들이 골고루 참여하는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 은행, 보험업권 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세밀하게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무엇보다 근로자가 현행 제도하에서 연금 재원을 잘 불릴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논의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근로자 의견이 빠진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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