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 시프트]다 바뀌는 이디티, 'FI 주도'로 간다②제우스2호·포트해밀턴 조합, 110억 투자…자금 회수 전략 주목
박창현 기자공개 2021-08-05 07:41:33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3일 10: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불과 3개월 새 코스닥 상장사 이디티(현 휴센텍)는 완전히 새로운 회사가 됐다. 사명부터 대주주, 대표이사, 이사진 등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 중심에 경영권을 거머쥔 재무적투자자(FI)들이 있다. 다만 FI는 신사업 추진을 위한 실탄만 제공할 뿐 직접 운전대를 잡지는 않았다.대신 사업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이사진에 합류시켰다. 1년 뒤 투자 지분의 보호 예수가 풀리고 전환사채(CB)의 전환권행사 역시 가능해지는 만큼 자금 회수 전략이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디티는 올해 들어 격변기를 맞았다. 최고경영자(CEO)였던 소명섭 전 이디티 대표이사가 최대주주 이화전기공업에 반기를 들면서 전체 판이 흔들렸다. 결국 지난 5월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고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한 표 대결이 펼쳐졌다. 결과는 소 전 대표 측의 압승이었다. 소액주주들이 표를 몰아주면서 언더독의 반란이 성공을 거뒀다.
다만 우호 세력들이 분산돼 있던 탓에 경영권 방어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구심점이 될 투자자를 유치했고 속속 그 실체가 드러냈다.
먼저 '제우스 2호 조합'이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로 올라섰다. 제우스 2호 조합은 지난달 80억원을 출자해 이디티 신주 650만여주를 확보했다. 이 거래를 통해 8.2%의 지분을 확보, 최대주주에 올랐다.
제우스 2호 조합은 다수의 조합원이 자금을 십시일반해 만든 투자 비히클이다. 차익 실현이 목적인 전형적인 FI인 셈이다. 조합 재산은 80억원으로 이디티 출자 금액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최대 출자자는 황재훈 엘레스코 대표이사로 출자금의 40%, 즉 32억원을 책임졌다. 다음으로 대표 조합원이자 업무집행 조합원인 김동욱 사람과나무 대표이사가 24억원(30%)을 보탰다.
이어 또 다른 FI인 '포트해밀턴 조합 1호'가 CB 투자자로 등장했다. 포트해밀턴 조합 1호는 이디티가 발행한 4회차 CB 30억원 어치를 전량 인수했다. 전환가액은 1200원이며 전환 시 250만주, 3.12%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FI가 투자한 110억원은 이디티의 신사업 추진 재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디티는 항공기 및 발사체 설계 제조 사업과 더불어 2차전지 소재 제조업, 반도체 재료 제조업, 연료전지 소재 제조업, 바이오 의약품 개발 제조업 등을 새롭게 사업 목적에 추가한 상태다.
직접 경영에 나서기보다는 신사업을 실제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전문가를 이사진에 합류시켰다. 강시철 VAI 회장(경영 일반)과 박재점 전 한국항공우주산업 부사장(항공 MRO), 전웅 전 포스코 상무(2차전지 소재), 이주석 엠디바이오랩 이사(바이오) 등이 대표적이다.
FI는 1년 뒤부터 본격적인 자금 회수 플랜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지분의 보호 예수가 풀리고, CB 전환권행사 시점도 도래해 자유롭게 차익 실현을 위한 지분 매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3자 배정으로 취득한 신주의 경우 보호예수 기간은 1년이다. 따라서 제우스 2호 조합은 해당 지분을 내년 7월 말부터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 경영권 지분인 만큼 일부만 팔기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팔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특정 조합원이 조합 물량을 모두 확보해 단독 대주주로 올라서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CB 투자자 또한 1년이 지난 시점에 전환권 행사가 가능하다. 권리 행사 시점에 주가가 전환가액을 상회하면 투자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해당 CB는 표면이율이 0%인데다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도 없기 때문에 주가가 투자 수익률을 좌우하는 유일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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