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전수조사, '공모판' 불완전판매 정조준했나 사모 사태 겪은 판매사·운용사 '노심초사'…현황점검 넘어선 후속조치 '우려'
양정우 기자공개 2021-08-11 13:09:14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9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전 은행과 증권사를 상대로 공모펀드의 위험등급 관리 실태를 조사하면서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단순 현황 점검이라는 게 금융 당국의 표면적 입장이지만 사모펀드 사태를 지켜본 공모펀드 운용사는 초긴장 모드에 들어갔다.무엇보다 위험등급 공시의 위반 정도를 따지는 게 아니라 부실 판매 실태를 정조준했을지 우려하고 있다. 공모펀드가 부진을 겪는 와중에 판매 창구(은행, 증권사)가 부담을 가지면 시장 위축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공모펀드 전수조사, 운용사 초긴장 모드…사모처럼 불완전판매 파헤치나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전 은행·증권사를 상대로 최근 5년 간 판매한 모든 공모펀드의 위험등급과 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위험등급 산정 기준 △위험등급 변동 상황 △투자자 고지 등이다.
금감원은 개편된 2016년 공모펀드 판매 제도를 잣대로 공모펀드 판매사의 위험등급 공시 현황을 전면적으로 살피고 있다. 당시 펀드 위험 등급을 5단계에서 6단계로 세분화하고 이 등급을 결산 시점마다 재조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강화했다. 위험등급 책정의 적정성과 등급 변경 고지의 적시성 등을 살펴보는 게 이번 조사의 공식 목표로 여겨진다.
하지만 공모펀드 운용사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전수조사 형태로 공모펀드의 관련 자료를 모두 확보한 만큼 불똥이 어디로 튈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확보한 데이터베이스(DB)를 토대로 공모펀드의 부실 판매를 겨냥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우려다.
고액자산가를 타깃으로 삼은 사모펀드의 경우 이미 판매사가 불완전판매의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불완전판매 이슈는 사모와 공모를 가리지 않는다.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등 사전적 보호의 법망을 벗어나면 역시 부실 판매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
은행과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는 투자자정보 확인서를 통해 투자자 연령, 투자 가능 기간, 금융 상품 지식, 수입원, 감내 가능한 손실 등으로 투자위험감수도(risk tolerance)를 측정한다. 이 투자 성향을 토대로 투자자 유형을 분류해 상품을 추천해야할 의무를 갖고 있다. 만일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했다면 단연 불완전판매의 철퇴를 맞는다.
그간 공모펀드가 불완전판매 잡음이 크지 않았던 건 환매 자체가 불능에 빠져 투자자가 대규모 피해를 입은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사태의 경우 먼저 환매 중단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로 초점이 모아졌다. 이번 전수조사에서는 판매 과정 자체에 무게를 둔 방식으로 불완전판매를 파헤칠 가능성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공모펀드 위축 일로, 운용사 노심초사 …자칫 판매사 옥죄기, 충격 우려
공모펀드 운용사는 노심초사에 빠져있다. 무엇보다 위험등급 관리 실태 조사가 펀드 판매사 옥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의 진의 여부를 떠나 대규모 전수조사가 단행되면 어떤 식으로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공모펀드가 위축되는 가운데 판매사의 소극적 세일즈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투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부쩍 늘었으나 유독 공모펀드는 외면 받고 있다. 코스닥 바이오와 가상화폐 자산의 대박 사례와 비교해 공모펀드의 기대수익률이 크게 떨어지는 탓이다. 그나마 기대를 밑도는 수익을 거둬도 수수료를 모조리 지급해야 한다.
지난 10년(2020년 1월 말 기준) 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공모펀드 시장에서 약 57조원의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주식형펀드에 대한 개인 판매잔고는 2009년 말 107조원에서 29조원으로 73%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 광풍이 불고 있으나 공모펀드 시장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공모펀드는 국민의 자산 증식과 노후 생활 안정에 있어 중요한 비히클(vihicle)로 꼽힌다. 가입 요건이 까다롭고 접근성이 제한된 사모펀드나 투자일임과 달리 공모펀드는 누구나 손쉽게 투자를 벌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매년 공모펀드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조사 대상인 판매사뿐 아니라 자산운용사 역시 금감원의 행보를 우려하고 있다"며 "PB센터 일선에서 실무진 몇몇의 준칙 위반이 있을 수 있지만 자칫 공모펀드 시장에 또 다른 충격을 안길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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