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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다시 화학]진화 거듭한 70년, 새로운 변신에 쏠리는 기대①화학→유통→항공으로 바뀐 주력사업, 40년만에 다시 화학 경쟁력 강화 시동

조은아 기자공개 2021-08-13 10:19:19

[편집자주]

애경그룹이 애경유화·에이케이켐텍·애경화학 등 화학3사를 통합하기로 했다. 별다른 움직임 없이 그룹을 묵묵히 뒷받침해온 화학사업이 그룹 전면에 나선다. 왜 다시 화학을 선택했을까. 애경그룹의 변신과 비전, 그리고 과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0일 13: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경그룹이 돌고 돌아 다시 ‘화학’으로 돌아왔다. 화학사업은 애경그룹에서 꾸준히 제 역할을 해왔지만 실적이나 규모와 비교해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유통업과 항공업에 잇달아 진출하면서 인력이나 자금 등 핵심역량과 자원이 신사업에 쏠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화학이 다시 그룹의 전면에 선다. 애경유화·에이케이켐텍·애경화학 등 화학3사의 통합법인이 11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업계는 애경그룹이 그동안 변신을 거듭하며 그룹의 체질을 바꿔왔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그룹 출범 이후 간판 사업을 몇 차례나 바꾸면서 시대의 흐름에 적응해왔다. 생활용품에서 화학, 유통, 항공에 잇달아 진출했고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다시 출발선에 선 애경그룹이 화학사업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시선이 몰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화학→유통→항공으로 이어진 변화, ‘타이밍’의 귀재

애경그룹의 사업구조는 주기적으로 변화를 겪었다. 1950년대 생활용품으로 출발해 1970년대 화학 분야에 진출했고 1990년대엔 유통 분야에 발을 내디뎠다. 그때마다 애경의 기업규모 역시 한 계단씩 도약했다. 2000년대에는 국내 첫 저비용항공사(LCC)를 설립하며 항공업에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이다 싶은 타이밍에 과감하게 신사업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애경그룹은 1970년 애경유화의 전신인 삼경화성을 설립하며 기초 화학사업에 진출했다. 우리나라가 급격한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었던 만큼 애경유화의 주력 제품인 무수프탈산(PA)과 가소제의 수요도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유통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애경그룹은 1993년 첫 번째 백화점을 열며 유통업에 진출했다. 당시는 1996년 유통시장 개방을 몇 년 앞두고 외국계 유통회사들의 국내 진출이 예고됐던 시기다. 국내 백화점에 사람이 넘칠 만큼 유통업의 황금기이기도 했다. 애경그룹은 위기와 함께 온 기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1호 백화점을 시작으로 2003년 수원점을 열었고 2006년에는 경기 분당의 삼성플라자를 인수했다.

항공업에도 과감하게 진출했다. 애경그룹은 2004년부터 제주도와 함께 항공사 설립을 준비해 2006년 6월 첫 비행기를 띄웠다. 급증하는 항공 수요를 한발 앞서 본 셈이다.

유통과 항공 모두 그룹의 주력으로 자리잡으며 성공적 변신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분위기가 바뀌었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상황이 닥친 영향이 가장 크지만 사실상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셈이다.

유통업의 경우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반 과감하게 진출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경쟁력 있는 규모를 갖추지 못했던 탓에 기존 사업자들 사이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유통업의 경쟁력은 결국 ‘바잉(buying) 파워에 따른 가격경쟁력’과 ‘바잉파워에 따른 브랜드 유치력’에서 나오는데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유통 공룡과 비교해 애경그룹이 가지는 한계는 명확했다. 결국 백화점사업은 2013년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애경그룹이 항공업에서만큼은 무리해서라도 ‘규모의 경제’ 구축을 최우선으로 여겼던 것도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과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잇달아 뛰어들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애경그룹의 자금력을 볼 때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계속 나왔지만 막판까지 인수 의지를 접지 않았다.
애경그룹 화학사업 현황<출처=애경유화 홈페이지>
◇조용하던 화학사업, 40년 만의 대변화 시동

이번엔 다시 화학이다. 애경그룹이 다시 화학에 방점을 찍은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사업의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유통업과 항공업이 모두 힘을 못 쓰고 있다. 그간 승승장구하던 제주항공이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데 이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유통과 소비재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었다.

남은 사업 중 화학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화학사업은 그룹 내부에서 그리 귀한 대접을 받지는 못했다. 큰 투자를 하지 않아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꾸준한 실적을 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항공업에 우선순위를 내줘야 했던 투자 역시 당분간 화학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전처럼 완전히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건 아니지만 만만치 않은 변화가 예고돼 있다. 우선 40년 동안 ‘각자도생’했던 3개 화학회사를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다. 애경유화는 1970년, 애경화학은 1979년, 에이케이켐텍은 1982년 세워졌다.

합병법인 ‘애경케미칼’(가칭)은 자산총계 1조2000억원, 연간 매출 1조4000억원, 연간 영업이익 1039억원 규모로 덩치가 커진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시장 상황의 변동에 한층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지며 협업과 분업 등에 따른 시너지 역시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화학사업은 그동안 사업구조나 사업규모에 큰 변화가 없었는데 앞으로는 대대적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경그룹은 앞으로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분야 투자를 통한 성장동력 발굴에도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매출액 4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매출규모의 2~3배, 영업이익의 3배 수준이다.

사실 앞선 사업들과 비교하면 다소 타이밍이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국내 화학기업들은 친환경 흐름에 맞춰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소재사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아예 화학기업에서 소재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곳도 있다. 애경유화도 바이오디젤이나 음극재 등의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아래로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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