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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결합 심사를 묻다]결론은 조건부 승인? 공정위가 내건 '조건'은 합리적일까⑦아시아나항공 M&A 조건부 승인 가능성 높아...시정조치 어떻게 내려지나

조은아 기자공개 2021-11-04 08:26:09

[편집자주]

M&A(인수합병)는 ‘돈의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풍부한 자금력을 보유해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무위로 돌아간다. 독과점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기업결합 심사는 공정위의 존재 이유와 맞닿아 있다. 동시에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심사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경제와 산업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 더벨은 아시아나항공과 대우조선해양 M&A를 중심으로 '기업결합 심사'라는 고차 방정식을 다면적으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1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결합으로 경쟁 제한이 발생한다고 판단될 경우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가장 강력한 시정조치는 기업결합 금지이지만 보통은 우선 승인하되 보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른바 '조건부 승인'이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경우에도 조건부 승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EU(유럽연합)는 현대중공업그룹에 LNG사업부 일부 매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역시 대한항공에 일부 운수권이나 슬롯 회수 등의 시정조치를 내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매우 꺼려지는 조치다. 운수권은 항공사가 적법하게 확보한 무형의 자산인데다 대한항공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정위의 시정조치는 얼마나 구속력이 있을까. 시정조치는 합리적으로 내려질까. 시정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공정위는 경쟁 제한에 따른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기업결합 행위의 중지(불허), 주식의 처분, 임원 사임, 영업의 양도, 자산의 매각 등을 비롯해 기타 필요한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이 때 시정조치는 경쟁 제한의 우려를 시정할 수 있어야 하고,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또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이행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시정조치를 받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연간 5건 안팎 수준이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업계의 관심을 받은 대형 M&A에서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이 내려진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가장 대표적 사례로는 한화그룹의 삼성그룹 석유화학 계열사 인수다. 기업결합을 허용하되 앞으로 시장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되는 특정 상품의 국내 공급가격을 3년 동안 일정 수준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조건을 붙였다.


시정조치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공정위는 행정부처이기 때문에 시정조치가 곧 행정처분이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처분에 불복하려면 서울고등법원에 불복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고등법원의 판결에도 불복한다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다만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있다고 해도 10년도 더 전이다. 최근에는 공정위의 결정에 모두 따르는 모양새다.

기업결합과 관련해 서울고법에 제소한 사례는 2001년 코오롱의 고합 영업 양수도 건, 2003년 무학의 대선주조 주식 취득 건, 2006년 신세계의 월마트코리아 인수 건, 2006년 이랜드리테일의 한국까르프 주식 취득 건 등이 있다. 앞서 두 건은 소 취하가 이뤄졌고 뒤의 두 건은 법원이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확정 사례는 2004년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인수 건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삼익악기가 영창악기를 인수하면 사실상 독점이 된다며 불허했다. 삼익악기는 소송으로 맞섰지만 2006년 법원은 공정위의 결정이 옳았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기업결합의 경우 사실 시장이나 산업 등이 복잡해서 소송에 3-5년이 걸려 기업들이 공정위 처분을 따른다"며 "다투게 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M&A) 실익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최근 '딜리버리히어로'도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말 공정위는 업계 2위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회사 딜리버리히어로가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팔라는 단서를 붙였다. 사실상 불허 결정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당초 이런 공정위의 조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수용했다. 요기요를 매물로 내놨고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GS-퍼미라 컨소시엄이 새 주인으로 낙점됐다.

그렇다면 시정조치는 합리적으로 이뤄질까. 시정조치의 내용은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공정위 전원회의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목소리가 반영될 여지도 충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원회의 전 여러 차례 회의가 열려 기업이 시장 상황이나 자신들의 처지 등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정조치의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일부 자산을 매각하거나 특정 상품의 가격 인상을 일정 기간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2006년 하이트맥주의 진로 M&A에서는 5년 동안 하이트맥주가 파는 모든 맥주와 진로가 파는 모든 소주의 출고원가를 소비자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환율 또는 원재료 가격의 급격한 변동, 천재지변 등의 특별한 사유로 그 이상으로 인상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공정위와 협의해야 했다.

2018년 CJ헬로비전(옛 CJ헬로)의 하나방송 인수에도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는 케이블방송 요금 인상이 금지됐고 전체 채널 수를 축소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일부 시정조치의 경우 결합 회사끼리 연구개발(R&D) 성과 공유를 금지하는 등 외부에서 들여다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공정위가 꾸준히 감사를 나가는 만큼 대부분의 시정조치가 충실하게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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