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1월 09일 08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돈을 뜻하는 한자 '전(錢)'을 "쩐"이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있다. 자본시장에선 흔히 "쩐주"라는 데서 등장한다. 자금을 가진 '전주(錢主)'를 말하는 이 단어는 코스닥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기도 하다.그런 의미에서 '㈜한창'은 어떤 곳일까. 한창은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했다. 지난해 '지와이커머스(현 지유온)'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큐브앤컴퍼니(현 한주케미칼앤홀딩스)'를 품에 안았다. 시총 수백억원의 상장사를 차례로 인수했으니 시장은 자금력 있는 '전주'로 인식했을 것이다. 인수한 기업과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도 품었다.
그러나 한창이 인수한 두 회사는 공통점이 있다. 인수 당시 사실상 한계기업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배력 확보 시 투자했던 자금이 일련의 절차를 밟아 다시 한창으로 유입됐다. 일례로 지와이커머스는 한창에 인수된 후 상장폐지 절차를 밟아 자본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코스닥 상장사 명맥을 잇는 큐브앤컴퍼니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손실로 올해마저 적자 경영 시 관리종목에 편입된다. 이 경우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어 퇴출 기로에 선다. 반면 지와이커머스와 큐브앤컴퍼니는 한창의 계열사 지분 또는 전환사채(CB)를 인수하며 한창의 비워진 곳간을 채워줬다.
한창 입장에선 수백억원의 시총을 가진 상장사를 인수했으니 아쉬운 것 없는 장사다. 그러나 한창 주주들이 일련의 M&A를 지켜보며 기대했던 것은 실현되지도 않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CB와 유상증자, 교환사채(EB) 등을 동원했고 일부는 상환 기일도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발행을 앞둔 주식은 현재 유통량의 64%를 넘어선다.
이런 가운데 한창이 3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면서 공모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창이 지배력을 인수한 계열사들과 그리는 비전만 실현된다면 M&A 과정의 자금 조달과 운용 전략은 성공담으로 회자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지와이커머스를 인수하며 그렸던 청사진 가운데 실현된 부분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BW 공모 발행을 앞두고 보인 주가 행보가 이를 대변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을 충분히 소명하라는 지시를 내리며 계획했던 자금 조달 일정도 차질을 빚었다.
서두에서 언급한 '전(錢)'의 어원이 금(金)이란 글자에 창을 뜻하는 과(戈)를 덧붙여 만든 형성 문자란 해석이 있다. 이는 돈이 창을 이용해 남을 해칠 만큼 위험하다는 해석에서 출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주들에게 BW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한창의 최근 상장사 M&A를 전후한 행보가 자금 유통의 '쩐투력(錢鬪力)'이 아닌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과감한 '전투력(戰鬪力)'이길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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