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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3.0 리뉴얼]유럽우리은행, 출범 3년만에 지역 헤드쿼터 '우뚝'③슐차인달렌 역량 입증, 현지화 일등공신…코로나19 특수업종 선별, 팬데믹 무색

김현정 기자공개 2021-11-22 13:43:50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단순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만난 '코로나19' 사태로 경험하지 못한 환경이 시작됐다. 금융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언택트' 업무 정착에 주력했다. 올해는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리뉴얼'에 힘을 쏟은 시기다. 글로벌 각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은 1년 동안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또 어떤 전략을 준비 중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8일 13:5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자리한 우리은행 유럽법인(유럽우리은행)은 지역적으로 '독일법인'이지만 우리은행의 유럽지역 헤드쿼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유럽법인'이란 명칭을 사용한다. 2000년 외환위기 여파로 철수한 뒤 20여년 만에 다시 채비를 해 진출할 정도로 우리은행에게 특별한 글로벌 거점이다.

유럽우리은행은 출범 3년차의 짧은 업력이지만 대출자산 가운데 IB딜과 현지기업 대출이 80%에 이를 정도로 현지화에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설립을 준비하면서 아예 ‘슐차인달렌(SSD)’ 시장을 타깃으로 한 '현지화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했고 해당 글로벌 사업 전략은 탁월했다. 신생법인이지만 독일서 노하우를 전달할 정도로 역량을 인정받는 중이다.

출범하자마자 터진 팬데믹 사태에도 부침없이 사업을 펼쳐갈 수 있었던 건 코로나19 특수업종에 대한 발빠른 선점 덕분이었다. 정부의 락다운 조치에도 문을 닫지 않는 업종을 파악해 밀착 영업에 들어갔고 이는 지금도 유럽우리은행의 수익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인건비 및 규제비용 높기로 소문난 독일 시장에서 '3년만의 흑자전환'이라는 쾌거를 이룰 전망이다.

◇재진출 독일법인, 유럽지역 헤드쿼터로 우뚝 서다
*유럽우리은행이 자리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쎄투름(Messeturm) 타워.

우리은행이 독일법인 재설립을 추진하게 된 건 브렉시트(Brexit)가 계기가 됐다. 영국의 EU 탈퇴로 'EU지역 동일인 원칙(Single Passport Rule)'을 적용받을 수 없게 되자 그간 유럽을 커버해온 런던 지점이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데 제한이 생겼다.

우리은행은 새 유럽지역의 헤드쿼터를 논의했고 여러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유럽법인의 둥지는 독일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철수 이후 20여년이 흐른 시점에서 보수적인 독일 감독당국으로부터 재인가를 받는 작업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과거 엑시트한 외국계 은행에 흔쾌히 다시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나라가 사실 흔치는 않다.

출사표를 던진 2017년 당시 우리은행 글로벌부문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독일 감독당국과의 직접 면담을 위해 두 차례 독일 출장에 나섰다. 주변의 도움도 컸다.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에서 주독 한국대사 명의로 추천서를 작성해줬고, 금융감독원 프랑크푸르트사무소도 감독당국 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인가를 지원했다. 모두가 의기투합한 결과 우리은행은 목표시기보다 2개월 앞서 재인가를 획득할 수 있었다.

유럽우리은행은 당초 계획대로 유럽 지역의 대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U지역 동일인 원칙에 따라 유로존 국가에 현지법인이 있으면 다른 EU국가에서는 간소화된 절차로 지점 및 사무소 신설이 가능하다.

현재 폴란드 사무소가 유럽우리은행 소속으로 있으며 이달 내 헝가리 사무소 인가도 임박해있다. 추후 네덜란드, 아일랜드로도 보폭을 넓힐 계획이다. 이 밖에 런던지점과 두바이지점의 IB데스크를 총괄하는 유럽 IB센터 역할도 유럽우리은행 몫이다.

조재찬 유럽우리은행 법인장은 "유럽우리은행은 런던 지점의 브렉시트로 인한 제한을 대체하고, 런던 지점은 유럽우리은행의 '동일인 대출한도'에 따른 영업 규모 제한을 커버하고 있다"며 "해당 구조가 유럽 내 안정적인 글로벌 모델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3년차 신생법인의 놀라운 현지화 수준

유럽우리은행의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대출과 외환, 유가증권 등으로부터 얻는 이자이익이 47%고 IB수수료, 수출입, 유가증권 매매이익 등 비이자이익이 53%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핵심 수익원인 대출자산을 들여다봤을 때 현지화 진척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IB딜과 현지기업에 대한 신디론이 80%이고 한국계 지상사 대출이 20% 정도에 불과하다. 통상 초창기에는 자국 기업의 금융수요에 기대어 규모를 키우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유럽우리은행이 위치한 메쎄투름(Messeturm) 입구 전경.
유럽우리은행이 집중한 시장은 현지기업 대상 신디론, ‘슐차인달렌’이다. 슐차인의 뜻은 한국말로 ‘본드’, 달레인은 ‘대출’이다. 꼭 본드를 발행하듯이 대출을 받는 독일 특유의 금융기법인데 실제 성격은 기업대출이다.

독일에 현지기업 대상 신디론 시장이 활성화된 이유는 그만큼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독일은 자동차·기계·화학·전자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제조강국으로 통한다. 특히 독일 내 전체기업 중 99.4%가 중소기업으로 오랜 역사와 기술력을 보유한 강소기업들이 뿌리내리고 있기도 하다.

유럽우리은행은 설립을 준비할 때 프랑크푸르트에 각각 50년, 30년 업력을 이어온 하나·신한은행을 대상으로 한국계 지상사 싸움을 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시작부터 현지화에 대한 충분한 기반을 다진 채 출범했다.

현재 유럽우리은행에는 현지 여신을 취급할 수 있는 독일 전문 심사역이 있고 현지 심사부서가 있다. 유럽우리은행 내 여신을 최종 승인하는 승인위원회도 별도로 있다. 당연히 법인 전결권도 존재한다. 본사에 전결권을 맡긴 타 해외점포와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조 법인장은 “출범할 때부터 한국계 지상사 대상 대출로는 현지은행으로서 확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심사 조직 및 기구가 상당한 고액의 고급인력들로 구성돼있고 유럽의 역사 깊은 기술기업들에 대한 평가까지 가능한 덕분에 굉장히 안정적으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채워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특수업종 선별 발굴...흑자전환도 임박

독일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작년 3월부터 확진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서면서 국경 차단막을 설치하고 이동 제한령을 내리는 등 대대적 록다운(봉쇄) 조치에 나섰다. 다만 독일 정부가 록다운을 명했을 때에도 문을 닫지 않도록 한 업종이 4가지가 있었다. 마트와 주유소, 은행, 병원 등이다. 다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업종들이다.

유럽우리은행은 팬데믹에 따른 산업의 변화를 기민하게 관찰하고는 해당 업종들의 중단기 전망을 높이 평가, 발 빠르게 대출을 추진했다. 리테일 마켓의 경우 독일 시장점유율 1위와 3위 업체가 모두 유럽우리은행과 거래를 텄다.

이 밖에 렌트가 업종도 산업 변화에 따른 주력 영업 대상으로 꼽혔다. 렌트카 시장은 유럽의 지리적 특성상 매우 발달된 시장이었는데 코로나19로 관광객들이 건너오질 못하고 국경이 차단되다보니 초반에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작년 반도체 대란이 일어나면서 자동차 신규 생산에 차질이 생김에 따라 렌트카 수요가 급증하게 됐다. 유럽우리은행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유럽우리은행은 이제 출범한지 3년이 된 신생법인이지만 올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할 만큼 초고속 성장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구축에 추가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연간 순이익은 무난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조 법인장은 “독일은 인건비가 높고 규제가 엄격해 이를 충족하기 위한 비용이 초기부터 크게 발생하는 구조”라며 “마이너스 금리 환경에 따른 저마진으로 동남아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손익분기(BEP)달성이 단기간 어려운 여건이나 3년차인 올해 말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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