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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화학사 리포트]애경케미칼의 뒤늦은 ESG 행보, 어디 먼저 손볼까③평가등급 'B', ESG 경영 '출사표'...환경(E)·이사회(G) '변화' 주목

조은아 기자공개 2021-11-24 07:49:12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9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경그룹의 통합 화학법인인 애경케미칼은 재무구조나 수익 창출 측면에서는 현재로선 크게 나무랄 데가 없다. 특유의 보수적 경영으로 부채비율은 두 자릿수에 머물고 있고 차입금의존도 역시 대부분 한 자릿수를 유지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을 여럿 보유하고 있어 꾸준히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비재무적 측면에서는 좋은 성적표를 받기 힘들다. ESG를 구성하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그 어느 측면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다만 앞으로는 변화가 기대된다. 애경케미칼은 출범과 동시에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동안 애경그룹은 재계에 거세게 부는 ESG 경영 바람에서 동떨어져 있었다. 제주항공, 애경산업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가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ESG 경영을 살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화학사업의 경우 애경그룹에서 상대적으로 변방으로 여겨졌기에 ESG 경영의 사각지대에 머물렀다.

이는 애경케미칼의 존속법인 애경유화의 ESG 평가등급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평가한 애경유화의 2021년 ESG 등급을 살펴보면 종합이 B에 그친다. 환경과 지배구조가 B로 등급이 같고 사회는 C로 가장 떨어진다.

지난해 등급을 살펴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종합이 B, 환경이 B+, 사회가 C, 지배구조가 B다. 종합은 물론 부문별 등급을 봐도 B+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그만큼 ESG 경영에 무관심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1월 애경유화, AK켐텍, 애경화학의 합병법인 애경케미칼이 출범하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애경케미칼은 출범과 동시에 성장을 위한 구체적 전략을 제시했는데 ESG 경영체제 확립이라는 목표가 새롭게 등장했다. 애경케미칼이 가장 먼저 지배구조를 가다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애경케미칼 이사회를 살펴보면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을 더해 모두 4명으로 구성됐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과 표경원 애경케미칼 대표이사 부사장, 박생환 영업부문장(전무)이 사내이사로 있고 홈플러스 부사장을 맡고 있는 연태준 이사가 사외이사로 있다. 합병 전 존속법인 애경유화의 이사회 구성을 그대로 가져왔다.

장영신 회장은 오너 일가로 비상근 이사다.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인 표경원 부사장이 겸직하고 있다. 이사회 산하 아무런 위원회도 두지 않고 있다.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구조다.

애경케미칼 이사회가 지배구조 개선 흐름과 동떨어져 있는 건 상법상 의무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장기업은 별도 기준 자산 2조원을 넘으면 이사회에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사외이사가 이사의 절반 이상이 돼야 한다. 애경케미칼은 3사가 합병했음에도 자산규모가 1조2000억원 수준에 그쳐 상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재계에 의무가 아님에도 자발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여러 위원회를 두는 곳들이 하나둘 생기고 있는 만큼 애경케미칼도 이런 흐름에 동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애경그룹 차원에서도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시동을 걸고 있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 역시 상법상 의무가 아님에도 사외이사 3명을 두고 있으며 위원회 안에 감사위원회와 거버넌스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거버넌스위원회는 8월 처음 신설한 곳으로 주요 경영사항 및 지배구조의 투명성·효율성 제고에 관한 전문적인 검토 기능을 수행한다. ESG 관련 분야를 논의해 이사회에 보고하는 역할도 한다.


환경 쪽에도 한층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기업인 만큼 환경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실제 다른 화학기업들은 다른 업종 기업들보다 한층 더 적극적으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애경케미칼도 다른 화학기업과 비교하면 조금 늦었지만 한 발씩 내딛는 모양새다. 애경케미칼에 흡수된 AK켐텍이 앞서 4월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월드클래스 플러스 사업 기업으로 선정됨에 따라 현재 친환경 음이온 계면활성제를 개발하고 있다. 2023년까지 국내 약 170억원 규모의 친환경 고부가가치 계면활성제 생산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합병 전 3월에는 애경유화, 애경화학, AK켐텍이 안전환경보건(EHS) 협의체를 구축하기도 했다. EHS 협의체는 매 분기 우수사례 등을 공유하고 EHS 법령·동향을 살피는 역할을 했다. 합병 이후에도 기존 EHS 협의체를 주축으로 안전과 환경 분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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