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2월 13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페이 기업공개(IPO) 이후 인터뷰를 위해 본사에 찾아갔다. 사무실에는 성공적인 IPO를 기념하듯 풍선 장식이 가득했다. 한 쪽 벽면에는 'The First(더 퍼스트)'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IPO를 마쳤다는 기쁨과 전 세계 1호 테크핀 상장사로 도약했다는 뿌듯함이 느껴졌다.IPO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와 비슷한 시기에 상장일정을 발표하면서 불화설이 제기됐다. 카카오뱅크가 먼저 IPO에 성공한 뒤 두 차례에 걸쳐 상장 일정이 밀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 11월 IPO에 성공했고 몸값도 치솟았다. 시가총액 31조원을 넘기면서 코스피 1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말 카카오페이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피200지수 신규 편입이 확정되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상장 한 달만에 류영준 대표를 비롯 이진 사업총괄 부사장, 신원근 기업전략총괄 최고책임자(차기 대표 내정자) 등 총 8명의 임원이 일제히 보유지분 전량을 시간외매매(블록딜)로 매각했다. 총 900억 규모였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미래 청사진을 쏟아내며 성장 가능성에 대해 얘기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행보였다. 스톡옵션 행사가는 5000원이었고 블록딜로 넘긴 주당 평단가는 20만원이었다. 류 대표는 458억원, 이 부사장은 149억원의 수익실현을 했다. 나머지 임원들은 적게는 10억원, 많게는 71억원의 이익을 봤다.
통상 상장사 임원의 주식 매도는 회사의 미래가치와 직결된다. 내부의 정보를 가장 깊숙이 알고 있는 임원이 보유 주식을 팔았다면 일반 주주들은 향후 주가 상승 여지가 크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개인의 지분 매각은 선택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 내년 대주주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매도에 나섰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과거 자산관리 쪽을 취재할 때 분당 지역에서 활동하던 PB에게 "판교는 샐러리맨의 신화가 쓰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제 카카오페이 임원들은 이미 샐러리맨의 신화를 쓰고 자산가가 됐다. 그들이 상장을 위해 달려온 행보가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게 아니라 부자가 되는 데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지분 매각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에서 더 뒷맛이 씁쓸하다. 아직 행사하지 않은 스톡옵션이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기적으로 임원 지분 매각이 이뤄질 것이다. 또 카카오 공동체 내에는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등 내년 상장을 준비하는 곳도 여럿이다. 이들이 IPO를 할 때 투자자들은 미래 청사진을 설명하는 임원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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