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꽂힌 통신사, 반도체 SKT vs 컨택센터·로봇 KT SKT, 칩 설계 법인 분사해 경쟁력 확보…KT, 소프트웨어 기반 DX 사업 공략
이장준 기자공개 2021-12-30 07:46:57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7일 14: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법인 분사를 준비하면서 경쟁사인 KT와의 차별점이 부각된다. 양사 모두 AI를 통해 통신사(Telco)를 넘어 새로운 플랫폼 사업 모델을 구축하려는 가운데 SK텔레콤은 직접 반도체 칩 설계에 뛰어들며 하드웨어 경쟁력을 확보했다.반도체 계열사가 없는 KT는 AI 컨택센터(AICC)와 로봇에 힘을 싣고 B2B 부문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SK텔레콤과 달리 하드웨어 부문은 지분 및 전략투자를 통한 제휴로 해결하고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디지털전환(DX)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별도 분사 계획 없이 KT가 직접 사업을 영위한다는 점도 다르다.
◇SKT '서비스형 AI' 전략 일환 칩 직접 설계, 계열사 시너지 기대
SK텔레콤은 2017년부터 연구·개발(R&D) 작업을 거쳐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AI 칩 사피온 X220을 선보였다. 앞서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직접 칩을 만드는 하드웨어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다. 이번 사피온 X220을 설계할 때도 SK하이닉스와 협업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SK텔레콤은 내달 4일 신설 법인 '사피온 코리아(SAPEON Korea)'에 사업을 양도하기로 했다. SK스퀘어와 인적분할한 이후 AI·디지털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천명하고 이뤄진 첫 사업부문 분사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사피온은 '서비스형 AI(AIaaS, AI as a Service)' 형태로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솔루션을 제공하게 된다. 단순히 사피온이 칩을 설계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피온과 접목한 AI 알고리즘이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식이다.
이미 사피온 X220은 SK텔레콤과 계열사들이 영위하는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NUGU)'의 음성 인식, '슈퍼노바(Supernova)'의 미디어 화질 개선, SK쉴더스와 티뷰(Tview)의 영상 관제 성능을 개선했다.
SK텔레콤은 현재 내년 후속 버전인 사피온 X330을 설계하고 있다. 추후 사업이 본격화하고 최신 버전의 AI 반도체를 적용하면 계열사 간 시너지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스피커나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를 통해 데이터를 끌어모아 정제하고 연산하는 작업에도 사피온이 적용된다"며 "사피온이 만든 하드웨어 위에 얹을 수 있는 서비스까지 통틀어 AI 인프라로 보고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 하드웨어는 투자·제휴로 해결, B2B 주축 '디지코' 변신 박차
경쟁사인 KT 역시 AI를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삼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은 취임 이후 KT를 이른바 '디지털기업(디지코, DIGICO)'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하고 ABC(AI·Big data·Cloud)를 통해 B2B 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AI 컨택센터(AICC) △로봇 △물류 △C-ITS △산업안전 △에너지 등 여섯 가지를 새로운 비즈니스로 꼽았다. 중장기적으로 이들 부문에 힘을 실어 2025년까지 KT의 매출 가운데 비통신 비중을 전체의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송재호 AI/DX융합사업부문장(부사장)이 주축이 돼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KT는 SK텔레콤과 달리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계열사가 없어 AI 반도체를 직접 만들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웠다. 대신 AICC와 AI 로봇 부문에 공을 들이고 있다.
AICC는 AI 고객센터로 실시간 상담 서비스를 지원한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AI 통화비서나 빅데이터 기반 상권분석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AI 로봇은 현재 호텔, 서빙 등에 적용하고 있고 감염병 예방 로봇도 조만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계열사에 SK하이닉스가 있어 비교적 용이하게 AI 반도체를 만들고 분사까지 이뤘으나 KT는 다르다"며 "현재 KT가 AI와 관련해 가장 활발히 하는 사업은 AICC이며 앞으로 주력할 사업은 로봇 부문"이라고 전했다.
KT는 이들 사업 부문에서도 직접 하드웨어를 만들기보다는 지분 및 전략 투자를 하거나 제휴를 통해 해결했다. 가령 노보텔 등 국내 글로벌 호텔체인에 공급하는 AI 호텔 로봇의 경우 2019년 말 현대중공업지주 계열에서 로봇을 제조하는 현대로보틱스와 협업해 만든 것이다. 지난해 KT는 현대로보틱스에 500억원을 투자하며 끈끈한 관계를 이어갔다.
아직은 SK텔레콤처럼 AI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할 계획도 없는 것도 차이점이다. KT 관계자는 "매출 목표는 B2B, B2C 등 디지털전환(DX) 사업을 종합해 통신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출 계획"이라며 "추후 사업이 커지면 검토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AI 사업을 분사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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