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인사에 숨겨진 코드, ‘트렌드’보다 ‘전문성’ 세대교체 등 고민했지만, 능력 최우선 고려…미래 성장 위한 실리 추구
고설봉 기자공개 2021-12-30 08:41:59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9일 13: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신한은행 임원이사에서 ‘세대교체’와 ‘여성’으로 대표되는 최근 경제계 인사 트렌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기존 관례에 따라 정년을 맞은 일부 임원들의 빈 자리를 다음 순번 후배들이 물려받은 것처럼 보이는 사례가 많다. 빈 자리를 채우는 손바뀜 인사가 키워드처럼 읽힌다.실제 기존 부행장 21명의 나이는 평균 만 56.67세였다. 1964년생과 1965년생들이 주축을 이룬 가운데 일부 1963년생들이 섞여 있었다. 이번에 부행장으로 신규 선임된 임원들은 평균 만 55.67세로 약 1살 가량 어리다. 올해 승진한 부행장들은 대부분 1965년생들로 구성됐다.
이러한 추이는 최근 금융권 화두로 자리잡은 세대교체와는 거리감이 있다. 일부 1962년생과 1963년생 들이 물러난 자리를 주로 1964년생과 1965년생들이 대체하는 모습이다.
상무 승진자들도 현황이 비슷하다. 기존 상무 4명의 평균 나이는 만 53.25세였다. 올해 상무 신규승진자들의 평균 나이는 만 55세다. 오히려 평균 연령이 더 높아졌다. 1965년생과 1966년생으로 기존 상무들과 나이차가 없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올해 신한은행 임원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는 아니다. 오히려 기존 임원들과 비슷한 연배의 신규임원들을 배치해 평균 연령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올법한 구성이다.
더불어 여성임원 전진 배치도 사실상 없었다. 조경선 부행장이 신한DS CEO로 발탁되면서 생긴 빈 자리를 박현주 신임 부행장이 대체하는 수준이다. 박 부행장은 올해 부행장 승진자 6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최근 금융권을 넘어 경제계 트렌드로 자리잡은 세대교체와 여성이란 키워드는 이번 신한은행 인사에서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신한은행이 그동안 해왔던 방식대로 인사를 진행한 듯한 모습이다.
신한은행 내부에선 이번 인사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물론, 이사회 등에서도 최근 인사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상징성 있는 인물을 발탁해 세대교체를 단행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무작정 트렌드를 따라 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다수 피력됐다. 보여주기식 대폭 세대교체가 실제 은행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역량과 직무전문성 등을 고려해 적재적소에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보다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런 차원에서 능력과 전문성, 커뮤니케이션, 미래 역량 등을 고려해 각 직무별 최적임자를 선발한다는 원칙으로 인사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조건에 부합되는 인물은 나이에 상관없이 발탁했다. 그 결과 일부 사업그룹에선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실제 글로벌사업그룹에선 서승현 본부장이 부행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이번에 부행장으로 신규선임된 임원 가운데 가장 어리다. 1967생으로 임원진 세대교체의 상징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서 부행장은 홍콩 조사역, 국제업무부 조사역, 외환사업부장, 런던지점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글로벌사업본부장을 지낸 글로벌 전문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코로나19로 영업환경이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글로벌사업그룹이 탄탄한 실적을 내는데 기여했다. 능력과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했다.
연령대가 대폭 낮춰지지 않았지만 새로 선임된 부행장들에 대한 안팎의 평가도 좋다. 여신그룹장으로 선임된 오한섭 부행장은 1964년생으로 기존 부행장들의 평균보다 나이가 많다. 단순 나이만으로 그가 세대교체 바람에 밀렸다면 조직으로선 오히려 손실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오 부행장은 기업여신심사와 PRM마케팅 업무를 통해 여신심사와 기업영업을 두루 경험한 여신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기업여신심사부 선임심사역, 여신심사본부 부장심사역, SOHO고객부장, 삼성역기업금융센터 커뮤니티장, SOHO본부장, 기업여신심사부 본부장, PRM마케팅부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세대교체라는 트렌드도 중요하지만 인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능력”이라며 “오히려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임원들이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해 일을 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지속 가능 성장을 견인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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