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1월 06일 08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3년 전, 삼성전자엔 있지만 없는 '3.8조원'이 존재했다. 수원, 기흥 사업장 등 보유 부동산의 평가가치가 그것이다. 처음 구매한 원가로 자산가치를 기록하는 회계기준 GAAP에 따라 부동산은 10년간 장부에 반영되지 못했다. 시가 기준인 IFRS가 도입되기 전까지 투자자들은 재무제표를 보면서도 기업의 자산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회계기준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빚어진 난맥상이다.2021년, 위메이드에도 '있지만 없는' 자산이 생긴 듯하다. 손수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가 주인공이다. 위메이드는 최근 애니팡 개발사 선데이토즈를 인수했다. 2월까지 1600억원 넘는 현금을 준비해야 하지만 보유한 현금은 700억원에 불과했다. 주식 등 내다 팔 자산이 있는 것도 아니라 재무제표상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딜이었다.
업계는 이 상황에서 위믹스가 히든카드로 쓰였다고 보고 있다. 위믹스의 시가총액은 5일 기준 약 11조원에 달한다. 위메이드는 직접 발행한 만큼 전체 위믹스의 최소 80%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위믹스 일부를 처분해 인수자금을 조달했다는 추론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위믹스 가치가 재무제표에서 숨겨져 있다는 점이다. 위메이드는 가상자산을 기타의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는데, 지난 3분기말 이 금액은 600억원이었다. 위믹스 시가총액 11조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았다. 사실상 숨겨진 자산이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기준이 불명확한 가상자산은 큰 변수다. 현재 재무제표만으로 위메이드의 기타의 무형자산 600억원이 위믹스인지 비트코인 등 여타 가상자산인지 알 수 없다. 설령 위믹스라고 가정하더라도 어떤 기준으로 전체 위믹스 중 600억원만 재무제표에 반영됐는지도 오리무중이다.
불법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따로 법령이 없고 2019년 국제 IFRS해석위원회가 내린 기준에 맞춰 재고자산 혹은 무형자산으로 분류한다. 선례도, 사회적 합의도 없으니 어떤 자산을 재무제표에 반영할지는 개별 기업의 판단에 달려 있다. 재무제표상 불가능한 딜이 현실에서 발생한 이유다.
빠른 시일 내에 가상자산의 가치평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상장기업에게 재무제표 작성 의무가 부여된 건 일반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서다. 지금처럼 회사의 가치를 정확히 볼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선 투자 판단도 어렵다. 가상자산이 투자 시장에 성큼 다가온 현재, 새로운 기준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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