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1월 21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람의 이름에는 그 이름을 붙인 이(부모 혹은 자신)의 기대감이 반영된다. 법인이라고 다를 바 없다. 경영진은 여러 후보군을 놓고 회사의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이름을 고른다. 과거와 결별하고 새 출발을 하고 싶을 땐 회사·브랜드명을 바꾸기도 한다. 전통 산업으로 치부돼 오래전부터 '탈통신'을 외친 통신 3사의 행보에도 이런 고민이 묻어난다.유일하게 사명에 '텔레콤'을 뺀 LG유플러스가 원조 격에 해당한다. 2010년 통합 LG텔레콤은 지금의 사명으로 간판을 바꿨다. 이동통신을 넘어 다가오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세상에서 고객에게 무한한 플러스(+)의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사물인터넷(IoT) 등 확장성을 고려하면 지금 봐도 괜찮은 사명이다. 안타깝게도 이름과 달리 경쟁사와 비교해 통신 외 신사업 진출에 가장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KT는 보유한 계열사도 다양하지만 정리가 되지 않아 유독 저평가된 측면이 있었다. 지난해 야심차게 KT스튜디오지니를 만들고 산하에 미디어·콘텐츠 계열사를 배치하며 디지털 플랫폼 회사 '디지코(DIGICO)'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만 디지코가 갖는 인지도는 여전히 떨어진다. 스튜디오지니 역시 이름만 다를 뿐 과거 미디어 계열사를 모았다가 성과 없이 다시 KT에 흡수된 미디어허브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남아 있다.
SK텔레콤은 독특한 그룹사 작명으로 유명하다. 과거 SK플래닛부터 최근 인적분할로 탄생한 SK스퀘어, AI 반도체 법인 사피온(SAPEON)에 이르기까지 화려하다. 사피온의 경우 인류를 뜻하는 사피엔스(SAPiens)에 영겁의 시간을 뜻하는 이온(aEon)을 붙여 만든 합성어라고 한다. 사명이 무엇의 준말인지 모를뿐더러 어떤 사업을 하는지 유추할 수도 없다. 빠르게 업을 전환하려는 측면도 있다곤 하나 네이밍을 통해 '새것'의 느낌을 주려는 인상이 강하다.
미래지향적인 이름이 무색하게 이들 3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과거와 그리 다르지 않다. 여전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를 넘지 못하며 당장은 조 단위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하는 고배당이 투자자를 혹하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재료다. 아직 이름에 걸맞은 결실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재평가의 기회는 남아 있다고 위로를 전한다. CES 2022 행사에서도 5G 이동통신을 중심으로 한 통신 기술이 추후 자율주행, 메타버스, 로봇 등 미래 산업의 인프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목받았다.
새해 벽두부터 SK텔레콤은 AI 반도체 법인을 설립하고, KT는 신한금융과 혈맹을 맺고 디지털혁신 공동 사업을 추진하며, LG유플러스는 콘텐츠·데이터 전문가 영입에 나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3사가 '이름값' 하는 행보를 보여 그에 부합하는 프리미엄을 인정받는 날이 올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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