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2월 22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의 세계 최대 농기계 제조업체인 디어앤컴퍼니(D&C)란 기업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듯하다. 이름은 생소할 수 있지만 펄쩍 뛰어오르는 사슴을 그린 상표로 유명한 존 디어(John Deere) 브랜드는 꽤나 알려져 있다. 창업자인 ‘존 디어’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이 브랜드는 높은 인지도 때문에 회사 이름을 대신해 통용된다.“농업계의 테슬라” 미국 투자전문 매체는 존 디어가 글로벌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세계 최초로 완전자율 트랙터를 선보이자 이런 평가를 내놓았다. 존 디어가 선보인 제품은 운전석에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트랙터를 제어하는 게 가능하다. 자율주행 기술 선두주자로 꼽히는 구글보다 앞서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모빌리티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존 디어는 글로벌 투자자 사이에서 단순 농기계 제조업체가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인식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 5G, 사물인터넷과 함께 모바일이 주요 키워드였던 CES의 주도권은 자율주행과 모빌리티로 넘어갔다. 최근 CES에서 존 디어가 주목받은 것은 자율 모빌리티 기술에 몰두했던 수 십 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물이다.
한국에도 존 디어를 꿈꾸는 기업이 있다. 바로 국내 농기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동’이다. 1947년 설립된 대동은 올해로 창사 75주년을 맞았다. 창업자이자 조부인 고 김삼만 회장, 부친인 고 김상수 회장에 이어 김준식 회장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김준식 회장은 농기계 한우물만 파온 대동이 100년 이상 장수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제조업체인 대동이 2019년 ICT 기업 KT 미래융합사업추진실 임원 출신인 원유현 사장을 영입한 게 그 시작이었다. 대동은 DT추진실, 전략투자실 등 최근 신설된 조직의 수장 및 주요 임원을 KT와 금융투자회사 출신들로 채우며 외부에서 인재를 수혈했다.
대동은 스마트 농기계, 스마트 팜과 함께 스마트 모빌리티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지난해 7월 ‘한국체인공업’에서 사명을 바꾼 ‘대동모빌리티’를 모빌리티 사업을 이끌 계열사로 낙점했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및 시스템통합(SI) 계열사 현대오토에버와 손잡고 ‘대동애그테크’를 설립하는 등 디지털 플랫폼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존 디어가 축적해온 농업기술과 농장 운영 및 토지 자료 등을 디지털화해 농업 플랫폼 '마이존디어'를 구축한 것을 벤치마킹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동은 지난해 매출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며 ‘1조 클럽’에 입성했다. 지난해 존 디어의 순이익은 65억달러(약 8조원)에서 70억달러(약 8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체급 차이가 상당하다. 다만 대동이 따라잡아야 할 것은 존 디어의 외형 매출이나 이익 규모만은 아니다.
존 디어는 1837년 설립됐다. 대동보다 110년가량 역사가 앞선다. 18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지만 미국에서 '빅 테크' 기업들을 제치고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한곳으로 손꼽힌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농기계 제조 회사에서 디지털 플랫폼과 모빌리티 기술력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농업 전문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했다. 대동이 따라잡아야 할 것은 어쩌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적인 자세와 추진력일지도 모른다. 대동이 CES에서 존 디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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