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3월 03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만배 넘게 오른 가상자산의 폭등은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을 남겼다. 나홀로 기회를 놓쳤을 때 엄습하는 두려움(FOMO)은 생각보다 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물이 쏟아지는 시대엔 얼떨결에 '벼락거지'로 추락하는 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이런 본능적 공포가 비즈니스의 근간을 이루는 사업이 바로 자산관리(WM)다. 목돈 마련의 해법을 구하고자 프라이빗뱅커(PB)를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PB센터로 향하는 고액자산가(VIP) 대다수는 자산을 몇 배 더 늘리려는 공격보다 가치 저하를 막기 위한 방어의 니즈가 절실하다. 어찌 보면 PB는 FOMO 증상을 예방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하지만 국내 WM 시장은 비트코인과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요약되는 가상자산에 얼마나 다가가 있을까.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을 따져 보는 건 어불성설이다. 아직도 코인을 금기어로 취급하면서 쉬쉬하는 분위기가 짙다. 소통 일선에 선 PB 대부분은 고객의 물음에 일단 고개를 젓고 있다.
금융 당국이 가상화폐를 부정적으로 다루는 만큼 이들 WM 플레이어의 외면도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감독관의 눈치가 무서워 아예 손놓고 있는 건 또 다른 얘기다.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 볼륨이 3600조원에 달하고 국내 시장도 55조원에 이른다는 조사가 나왔다. 이 거대한 마켓과 담을 쌓고서 과연 성실한 관리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PB마다 전문 영역이 있기 마련이지만 가상이란 글자만 봐도 머리가 아프다는 인사가 적지 않다. 가상자산의 태동을 기점으로 '올드머니'와 '뉴머니'가 나뉜다면 후자 쪽엔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이들이다. 고객은 FOMO 예방주사를 맞고자 주치의를 정했으나 제대로 진단하려는 의지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상품을 만드는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전향적 스탠스가 감지된다. 최근 KB자산운용이 국내 최초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내놓고자 디지털자산운용 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한화자산운용 등도 꾸준히 리서치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비교적 최근 삼성자산운용이 운용역의 개인적 코인 거래까지 자제시키려 했던 것과 기류가 사뭇 달라졌다.
물론 가상자산의 앞날을 단언할 수 없다. 애당초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값으로 산출하는 기성 가치평가 프로세스에서 벗어나 있는 자산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변수 하나에 가상자산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건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 신문물의 성격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FOMO 유발의 잠재적 주범인 것도 분명하다.
FOMO 증후군을 앓는 이가 가장 두려워 하는 건 FOMOA(Fear of Missing Out Again)일 것이다. 다시 한번 상실감의 파도가 덮칠 수 있다는 두려움은 FOMO보다도 크다. 이런 고객의 공포감을 신경쓰지 않는다면 손님 중심이라는 PB의 신조는 선전 구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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