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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캐피탈, "대출사기 물어내라" 민사소송 패소 법원 "대출금 2억 중 15%만 변제"… '강약약강' 논란도

이은솔 기자공개 2022-03-17 08:15:41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7일 07:3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캐피탈이 대출사기 피해자들에게 제기했던 민사소송에서 일부 패소했다. 전세자금 대출의 명의도용 피해자들에게 대출금을 대신 변제하라고 청구한 건데, 법원은 이들에게 채무 변제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신한캐피탈이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한 피고에게만 재판을 강행해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는 점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한캐피탈은 최근 대출사기 피해자 A씨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신한캐피탈은 2020년 4월 피해자 A씨에게 대출 원리금에 해당하는 2억800만원을 연 12%의 이자로 지급하라는 내용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8일 피고 A씨가 원리금의 15% 수준인 3000만원만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소송비용도 신한캐피탈이 85%를 부담해야 한다.

신한캐피탈은 2년 전 대출모집업체로부터 대규모 전세자금 대출 사기를 당했다. 한 대출모집업체는 피해자들에게 대출상품을 소개해주겠다고 속이고 대출 심사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도장, 통장 등의 개인정보를 받아냈다. 이후 이 정보를 이용해 남양주 월산 소재 임대아파트의 전세계약을 허위로 작성한 뒤 신한캐피탈에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했다.

신한캐피탈은 허위서류를 믿고 대출을 집행했고, 모집업체는 피해자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된 대출금을 빼돌려 잠적했다. 사기를 벌인 관계자들은 법정구속됐으나 피해금을 돌려받지는 못했다. 당시 대출을 해준다는 말을 믿고 업체에 개인정보를 넘긴 피해자는 57명, 총 피해액은 119억원이다.

이후 신한캐피탈은 명의를 도용당한 피해자 57명에게 대출 원리금에 해당하는 2억원씩을 갚으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대출이 피고의 의사에 따라 체결된 것으로 봐야 하고, 피고인들이 대출모집업체와 공모했거나 불법행위에 가담했기 때문에 이들에게 변제 의무가 있다는 취지였다.

이중 일부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왔는데, 법원은 피고(피해자 A씨)가 대출금을 갚아야 할 채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원고(신한캐피탈)가 피고가 대출을 신청한 것으로 믿었다고 해도, 금융실명법상 본인확인 의무와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고 대출을 집행했기 때문에 피고가 이를 갚을 책임이 없다는 의미다.

피고가 도장, 통장 등을 넘긴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과실에 의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은 인정됐다. 책임범위는 신한캐피탈 측의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 사실을 고려해 청구한 과실상계 손해액의 15%인 3000만원으로 제한했다. 결국 법원이 대출 사기 사건에서는 피해자 개인보다 금융회사의 책임이 더 크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앞선 소송에서는 신한캐피탈이 완전승소한 사례도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법률 대응이 어려운 피고에게만 재판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대출 사기사건이 금융당국과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언급되며 논란이 커지자 신한캐피탈은 일부 피고의 경우 형사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민사소송 진행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한 피해자들에게는 절차를 중단하지 않았고, 이들에게는 대출금 2억원 변제 책임을 모두 전가하는 완전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변호인 없이 혼자 소송에 나서거나 내용을 전달받지 못해 공시 송달로 진행된 사건들이었다. 피고인의 상황에 따라 '강약약강' 태도를 취한 것으로, 도의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의 소송을 대리하는 임자운 법률사무소 지담 변호사는 "물론 피고인들이 개인정보를 업체에 제공한 것은 잘못이지만, 2억원을 물어내야 할 정도의 큰 잘못은 결코 아니다"라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피해자들은 만져보지도 못한 거액을 변제해야 하는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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